하나님 임재 연습 월드 클래식 시리즈 2
로렌스 형제 지음, 배응준 옮김 / 규장(규장문화사)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축복과 물질적인 성공. 현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그가 비록 신앙인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삶을 꾸려나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울 것입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경제적인 능력이 중요시되고, 그러한 경향이 더 강화되는 사회적인 흐름속에서 신앙인이라는 이름으로 홀로 독야청청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삶이 아닌 이상은, 큰 용기와 결단과 인내가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중에는 하나님의 축복의 증거(?)로 부의 축적이나 세상에서의 성공, 질병의 회복이나 일의 성취 등을 들어가며 그러한 경향을 강화시키기도 합니다. 분명 성경을 보더라도 신실한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축복을 아끼지 않으셨으니, 물질적인 것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겠습니다. 욥과 아브라함, 야곱과 요셉, 그리고 그 이후의 다윗 등에 이르기까지 하나님께서는 물질적인 축복과 세상에서의 성공을 모두 허락하셨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그들의 삶을 얽매는 일이나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들에게 그러한 축복이 주어졌을 때 감사를 드렸겠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러한 축복 이전부터 그들은 삶의 순간순간을 하나님 앞에 깨어서 마음과 귀를 열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로렌스 형제가 그랬던 것처럼 살아 숨쉬는 모든 순간을 하나님과의 교통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 그들은 그런 축복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세상의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님과 교통하는 삶을 중단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평생 수도원의 평수사로 지냈고, 주방에서 접시를 닦고 음식을 만들고, 샌들을 수선하면서 살았던 사람..... 바로 주인공 로렌스 형제의 이력입니다. 그는 남들이 하지 못한 고행을 한 것도 아니고, 학문적인 업적을 이루거나 물질적인 성취를 이룬 사람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그는 수도원의 주방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평범한 것보다 더 비천(?)하거나 하찮다고 느껴지는 일들을 하던 사람입니다. 우리의 시각으로 본다면, 그 누구도 그를 눈여겨 보거나 관심을 가지거나, 그의 말에 귀기울여 줄만한 구석이 없었던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향기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한 생활 속에서도 끊임없는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의 연습을 통해서 다른 어떤 대단한 사람들이 지니지 못한 하나님의 향기를 자신의 삶속에 지닌 사람 말입니다. 영적 거인이라는 표현이 요즈음 식으로 말하는 버릇에 물든 내겐, 뭔가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느끼게 만드는 면이 있지만, 그러한 편견을 조금만 뒤로 한다면 그를 진정한 영적 거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한 일을 하더라도 남들이 먼저 알아주기를 바라고, 기도를 하더라도 거창한 제목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을 은연중에 고집하는 내게는, 자신의 삶속에서 자신이 하는 일의 내용이 어찌되었든지 오로지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을 위하여 감당하는 단순한 믿음에 바탕을 둔 로렌스 형제의 모습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듭니다. 오직 하나님만으로 만족하는 삶..... 말로만 너무 쉽게 살았던 건 아닐는지..... 

 오래된 신앙서적에 붙이는 상투적인 표현일수 있겠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의 시선으로 이 책을 본다면, 수도원 생활을 하며 세상과 분리된 삶을 산 로렌스 형제의 삶을 문자적으로 우리 삶에 적용한다는 것은 분명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삶의 모양새는 바뀌었다고 할지라도, 그 삶을 채우는 중심 -하나님 한분만으로 자족할 수 있는 마음-만큼은 신앙인으로서 결코 버릴 수 없는 근본이라는 사실일 것입니다. 거기에 비추어 본다면, 이 시대를 사는 나 자신을 비롯한 많은 신앙인들이 그 마음속에 너무도 많은 자신의 계획과 요구 목록들을 담고 있어서 정작 하나님이 거할 중요한 공간을 가지지 못한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물어볼 일입니다. 공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집안 벽장이나 베란다 끝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구석진 곳에 옹색한 자리 하나를 마련해 두고, 믿음을 고백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찌보면 물질적으로 풍부해진 현대의 교회와 신앙인들에게 칭찬과 격려보다는 비난과 염려의 목소리가 더 많아지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그러한 중심의 변질에서 온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로렌스 형제의 하나님과 함께한 이 기록들은, 비록 현대의 신앙서들이 지닌 자극적이고 눈길을 끄는 문구들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밋밋하고 지루함(?)마저 느껴집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삶, 하나님만으로 만족하는 삶, 고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삶, 그리고 현재의 삶속에서 누리는 천국의 삶 등에 대한 신앙인으로서의 귀한 모범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이나 격려, 위로가 내 마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으로 내 마음이 가득 채워질 수 있기를..... ksy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