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차별의 경제학 - 가격 속에 숨은 소비심리의 비밀 18가지
사라 맥스웰 지음, 황선영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물건을 사들고 한번쯤 실망스러웠던 적이 없었던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생각보다 더 유용하다거나 만족스러움에 기쁨을 느꼈던 적이 없었던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실망이나 환호가 단순한 가격에 대한 반응인 것은 아니지만, 가격에 대한 고려도 그러한 감정들 안에 충분히 담겨 있을 것입니다. 질이 떨어지더라도 생각보다 저렴했다면, 우리의 감정은 그에 상응하여 눈높이로 조절될 것이고, 생각보다 비쌌더라도 충분한 효용가치를 느낀다면 만족을 얻을 수 있겠지만, 비싸기만 했지 가격 값을 못한다거나 싼게 비지떡이라고 품질이 형편없을 때면 그에 상응하는 실망이나 불평들이 터져 나올 것입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제품 가격의 적절성이라는 측면이 그러한 느낌과 감정 변화의 근본적인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바로 이 책이 그러한 가격의 적절함 또는 공정함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사람들은 물건을 사면서 그러한 제품의 가격들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때가 많을 것입니다. 특히 물가가 치솟는 시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요즘같은 시기에는 더더구나 그렇겠지요. 적절한 가격을 이 책의 관점에서 말한다면 아마도 공정한 가격이라고 바꿔 말해야 할 것 같고, 여기서 공정한 가격이라는 것은 단지 싼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는 공정한 가격이란 단지 값이 저렴하다는 것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공정함'이란 얻는 만큼 주는 것이며 소비자를 존중하는 태도이며,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공명정대하고 정직한 자세로 거래에 임' 하고 '신뢰를 구축하고 권력을 악용하지 않는'것을 말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내용의 주된 포커스는 바로 각각의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공정한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여러가지 사항들에 대한 탐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 판매자가 비용과 노동을 투입해서 만든 것이니 만큼 판매자가가 원하는대로 정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합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와 이유를 가지고 정해야 하며, 그러한 공정한 가격결정이 결국은 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런면에서 이 책의 우선적인 타깃이 되는 독자는 일반 소비자들이라기 보다는 물품이나 서비스의 가격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될 것 같고, 그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얼마로 표시되는 것이지만, 소비자와 판매자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고려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제학 콘서트'나 '괴짜 경제학' 등의 교양서에 어느 덧 익숙해진 이유로, 이 책을 처음 대하면서는 그런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일반인에게 가격결정이나 아니면 일상적으로 우리가 대하는 여러가지 가격정책들에 담긴 술수(?)들을 파헤쳐주고, 그러한 판매자들의 가격정책에 우리가 속아넘어가는 것이 어떤 면에서인지를 속시원하게 드러내 주리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은 지금은 그러한 소비자로서의 독자의 눈높이에서 들려주는 경제학 이야기가 아니라, 판매자의 입장에서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에 대한 일련의 충고가 담긴 책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 자체도 일반적인 것보다는 원론적인 면에서의 분석이 많이 담긴 것 같고, 글의 전개면에서도 일관성보다는 이리저리 조각들을 이어놓은 산만함을 느끼게 되는 면이 상당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것은 기대한 내용과 다른데서 오는 집중력 저하가 원인이 된 산만함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그렇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일 뿐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한 가격이라는 주제에 대한 여러 장에 걸친 내용들과 마지막 장의 공정한 가격결정을 위한 전략으로 제시된 '4C 전략' -관습 기반, 경쟁 기반, 비용 기반, 고객 기반 전략 -에 대한 내용 등은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싸다 비싸다, 또는 만족스럽다 불만족스럽다 등의 단편적인 판단만을 일삼던(?) 내게, '공정한 가격'이라는 훨씬 그럴듯하게 유용한 판단의 틀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격 결정자들에게는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가격결정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고, 나같은 소비자들에게는  공정한 가격이라는 틀을 가지고 여러 제품들을 평가해 볼 수 있는 안목을 안겨주고 있다고 해도 될 듯 합니다.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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