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바이오 사이언스 : 유전과 생명공학 -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쇼, 유전의 비밀 하리하라 사이언스 시리즈 2
이은희 지음 / 살림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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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기세포, 유전자 치료, DNA 감식을 통한 범인의 식별, 복제 동물의 탄생...., 지금의 우리 세대에겐 남녀노소를 무론하고 그리 낯설지 않은 용어들입니다. 그 개념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는 말인지, 그리고 미래에 어떤 희망을 말하는 것인지 등을 많은 이들이 어렴풋이나마 깨닫고 있을 것입니다. 비록 한여름밤의 꿈처럼 어느 날 갑자기 우르르 무너져내린 황우석 박사의 행적이, DNA나 염색체라는 용어정도를 이해하고 있을 많은 이들에게, 사건의 요란스러움만큼이나 크게 생명공학의 최첨단에 나서있던 용어들을 각인시켜 놓았을 뿐더러, 인기있는 미국드라마 CSI가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단서들을 통해서 정말 환상적으로 범인을 잡아내는데 사용되던 감탄을 자아내던 방법들의 주축이 바로 생명공학과 연관된 분야였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린 학생들조차도 이러한 용어들이 유전학의 처음을 알렸던 멘델이 주창한 우열의 법칙이나 분리의 법칙, 독립의 법칙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보다도 더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기초없이 모래위에 지은 집은 미래가 뻔한 법..... 유전학이나 생명공학에 대한 기초가 없이 그러한 개념을 안다는 것은 아주 멀리서 또는 텔리비젼의 모니터를 통해서 방송되는 단풍을 바라보며 아주 멋있다고 감탄하는 것과 다를바 없지 않을는지.....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러한 안타까움을 해소해 주는, 즉 단풍이 든 숲을 마음껏 거닐어 보면 알수 있듯이, 유전학과 생명공학에 대한 기초와 시작에서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의 발전 과정과 현주소,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 또는 절망에 대한 내용까지 이 분야에 담긴 줄기를 따라가며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진면목을 가늠케 해주는 흥미로운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전과 생명공학, 그리고 생명체를 논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DNA 일 것입니다. DNA의 역할이 규명되고, 구조가 밝혀지면서, 생명공학이라는 분야의 매력이 시작되었을 것이고, DNA에 대한 자유로운 조작과 이해가 더해지면서 이 분야는 이제 인류의 미래의 한 축을 책임지리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순전한 지적 호기심에서 바라본다면, 개인적으로는 멘델에서 시작한 유전학이 더디게 발전하지만 한걸음 한걸음 내디디며 생명의 신비를 하나씩 벗겨가는 과정, 그리고 이 과정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왓슨과 크릭, 윌킨스와 프랭클린, 그리고 폴링의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내기까지의 스릴 넘치는 이야기가 훨씬 매력적이고 극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그 이후의 PCR법의 발견이라든가, 유전자 치료의 시도와 성공 등에 대한 이야기들 속에도 흥미롭고 매력적인 부분들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이미 그 분야들은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너무 전문적이 되어버려 따뜻한 사람의 온기보다는 딱딱하고 차가운 테크놀러지의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는 편견이 그러한 생각의 근저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바로 DNA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멘델 이후 유전학이 태동하고, 외면받던 DNA가 유전물질로 규명되고, 그 구조가 극적으로 밝혀지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염색체와 돌연변이, 유전자속에 숨은 질병들과 우생학이라는 괴이한(?) 학문의 출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유전학과 생명공학의 더디지만 꾸준한 발전과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과 사회에 끼친 긍정적인 면과 해악들에 대해서 반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 '유전자가 약속한 미래'를 통해서는, DNA가 RNA를 만들고, RNA를 통해서 단백질이 생성되는 과정에 대한 이론인 센트럴 도그마의 확립과 함께 유전자 조작이 시작되고, 그러한 기술적인 진보를 통해서 유전자 치료나 줄기세포의 배양 등에 대한 가능성이 하나씩 현실의 이야기가 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 담긴 희망과 절망의 메시지를 함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DNA 라는 줄기를 따라가며 유전학과 생명공학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기초지식의 차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난이도의 차이를 만들어내기는 하겠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어렵지 않게 저자가 말하는 내용들을 알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것의 의미는 DNA 감식, 유전자 치료, 줄기세포치료, 유전자변형식품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 가까이에 다가온 생명 공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사실 뿐 아니라, 조금더 생각해 보면 우리의 근원인 생명 자체에 대한 비밀과 의미,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가질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있지 않을까 합니다. 유전과 생명공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많은 이들-특히 청소년들-이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통해서 생명을 더 잘 이해하고, 그 신비로움을 깨닫고, 그 소중함을 더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알찬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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