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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 불황을 넘어서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앨빈 토플러, 하이디 토플러 지음, 김원호 옮김, 현대경제연구원 감수 / 청림출판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되어 들불처럼 번져가던 금융위기가 이제는 실물경제까지 옥죄는 지금의 상황을 많은 이들은 30년대의 대공황에 버금가는 또는 그 때보다 더 절망적인 위기 상황으로 여기고 있는 듯합니다. 어느 덧 희망을 주는 외침보다는 절망과 두려움을 전파하는 속삭임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많은 이들은 과거의 경제위기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서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겠지요.....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적어도 현재의 위기 상황은 과거의 예를 통해서 적절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성질의 위기가 아닌 듯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앨빈 토플러가 단순히 지금의 위기 앞에서 그러한 차이에 대한 경고를 하기 시작했다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의견중 하나로 치부해버리고 말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원본이 되는 '불황을 넘어서 The Echo-Spasm Report'라는 책이 1975년에 씌여졌다는 것과 그의 그때 주장이 지금의 경제위기의 여러 상황과 매우 흡사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그가 말하는 경고가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통찰력을 담은긴 메시지라는 믿음을 가지게 해 준다고 하겠습니다.
미래학자로서 제3의 물결을 주창하며 지식사회의 도래를 예견했던 저자가 말하는, 지금의 경제위기가 과거의 여러 경제적인 위기 상황과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은, 어찌보면 그가 꾸준히 탐색해 왔던 거대한 시대적인 조류의 변화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가 미리 예견했던 미래사회의 모습에 견주어, 경제적인 면에서의 여러 상황의 변화를 생각했을 때, 일반인들이 과거의 경험과 실례에 얽매여 미래를 생각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미래상을 그려낼 수 있었을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가 70년대 중반에 미리 예견했던 미래 경제 위기의 모습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 위기와 상당히 닮아 있다는 면에서, 역으로 그의 미래학자로서의 탁월한 식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러한 사족을 붙이지 않더라도 그의 일련의 저작들 -미래쇼크, 제3의 물결, 권력이동, 부의 미래 등-이 그의 안목의 탁월함을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책의 처음에 <특집>으로 실린 '오늘의 경제위기를 진단한다!' -이 글은 2009년에 씌여진 글입니다-에서 앨빈 토플러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1930년대의 대공황에 비유하며 당시의 해법으로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것은 결코 올바른 길이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주목할 것이 제3의 물결이라고 불렀던 인간의 지식에 경제적인 가치가 매겨지는 지식기반 사회로의 변화와 업무에 컴퓨터가 활용됨으로서 유발된 변화으 가속화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가 정리한 현재의 경제위기가 지닌 과거와 다른 다섯가지 주된 특징은 첫째, 현재는 경제현상은 경제활동에 있어 지식의 비중증가로 인해 산업화 시대의 경제모델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 두번째, 컴퓨터 통신 관련기술의 발달, 공장 자동화 비율의 증가, 금융비중의 증대 등 지식경제의 확장으로 정량화하기 어려운 무형의 경제적 요소들의 비중 증대, 셋째, 경제와 사회 변화의 가속화와 날아가는 민간부문과 느려빠진 공공부문간의 변화의 속도 차이로 인한 탈동시화 현상, 넷째, 경제 사회 정치 등에서 전문가들마저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증대되는 복잡성, 그리고 다섯째,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업거래 등으로 인한 물리적인 국경의 소멸을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 위기를 유발시킨 많은 요인들 중에 과거와는 다른 이러한 요인들이 포함되어 있기에 이에 대한 대응책도 당연히 이러한 차이점을 고려한 새로운 전망을 포함한 것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본문의 내용은 30여년전에 오늘날과 같은 미래를 생각하며 쓴 내용이기에, 자료들을 조목조목 들이대며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일반적인 경제학 서적들을 보는 것과는 다르게 좀 포괄적이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 글의 의도가 '미래에 대한 전망과 아이디어를 담는 것'이었고, 그러한 전망과 아이디어가 현재에 이르러서는 상당히 현실적인 실제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이 말하는 미래의 경제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해 대처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으리라는 면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래전에 씌여진 책이지만, 이 안에 담긴 통찰력들이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안내자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면에서 다시 발간되어 읽힐 만한 충분한 이유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저자가 말하듯이 우리가 겪는 현재의 위기가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왔던 문명의 종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 새로운 문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징후로 해석한다면, 분명 지금의 어려움은 위기가 아닌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 책에 담긴 그러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까지를 고려한다면, 현재 경제위기의 파도 앞에 두려움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위로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면에서 다른 경제학 책들이 가지지 못한 소중한 미덕을 지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시대를 견뎌내는 모두가, 저자가 고대했던 이 위기 너머에 있는 희망의 싹을 보고 바라고 믿을 수 있기를 바라며..... k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