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뜰에도 상사화가 피고 진다 - 세상 바깥에 은둔한 한 예술가의 세상에 대한 ‘한 소식’
김양수 글.그림 / 바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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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인이나 소설가가 글로 자신을 밝히는 사람들이라면, 화가는 붓끝에서 그려지는 갖가지 그림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세상에 내비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데 화가인 저자가 자신의 전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을 곁들인 시집을 사람들에게 선보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물론 소설가니 시인이니 화가니 하는 구분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나눈 범주일 뿐이니 큰 의미를 두는 것이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화가를 업으로 하는 저자가 글을 담아 책을 내고, 그 글 옆에 그림들을 곁들여 뭔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면 분명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림만으로는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의 끈들을 다 전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해보기도 하지만, 이내 책속에 담긴 그림들을 보면서 말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한 불경한 생각이 부끄러워집니다. 저자가 긴긴 시간을 도심의 바쁜 삶과 떨어져 자신만의 시간의 흐름을 간직한 외딴 시골 마을에 들어가 자연과 그림을 벗삼아 소일하였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약간의 힌트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것이 온전히 다는 아니겠지만, 세상의 한켠에 비켜선 삶 가운데서 스스로 길어올린 자신에 대한 탐구와 참된 자신에 대한 묵상이 세상사람들과의 소통으로 발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르지만, 아마도 저자는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일상적인 방법으로 소통하고 싶어했다는, 그래서 자신의 삶이 녹아난 글을 바탕삼고, 자신의 그림을 삽화 삼아 세상사람들과 소통을 시도했다는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떨어진 감은 / 나비들의 몫이고  

 달려 있는 감은 / 까치들의 몫이고 

 생의 한 길가에 선 / 나는 누구의 몫인가. 

 자연과 한발 가까이에 다가선 삶 가운데서 느끼는 고요함 또는 고독, 혼자서 자연을 대면하고 홀로 자신을 찾아 헤메는 외로움, 하지만 주저앉지 않고 부단히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열정..... 저자의 글 속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입니다. 세상에서 벗어나 있되 무조건 세상의 것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자연속에 담긴 것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에 이르고자 부단히 자신을 채찍질하는 모습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자에게는 비와 햇살, 개구리와 나비, 들판에서 일하는 촌부와 아낙, 풍경소리와 보름달, 삭풍과 안개, 그리고 봄날과 가을 풍경 등 일년 사시사철 순간순간 부딪히게 되는 사물과 자연의  풍경들이 단순히 지나치는 의미없는 이름들이 아닙니다. 온전히 자연의 일부가 된 저자와 소통하려고 하는 동등한 주체이자 아둔한 마음을 깨우치는 스승이고, 외로움을 함께 나누는 벗이자, 함께 껴안고 살아가는 가족과 같은 존재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책 곳곳에 담긴 그림이 예쁘기도 하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아무런 가식없이 느끼고 생각하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한 저자의 진솔한 글들이 마음에 와닿는, 바쁜 삶속에서 잊어버린 참된 '나 자신'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마음속에 새기게 만드는 글과 그림들이라는 생각입니다. 세상 만물에 자신의 자리와 몫이 있듯이 '생의 한 길가에 선' 나의 자리는 어디이고, '나는 누구의 몫'일까요? 저자의 마음에서처럼, 내 삶의 구석구석을 품고 있는 '내 속뜰에도 여전히 상사화는 피고 지고 있습니다.' 또한 저자와 같은 이들의 격려를 자양분 삼아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 사이를 어찌할바 몰라 헤메고 있는 시간들 속에서도 여전히 내 삶은 그리 꿋꿋하게 잘 견디고 있는 듯 합니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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