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 바꿔 주세요! 책이 좋아 1단계 1
노경실 지음, 이형진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한달에 한번씩 짝꿍을 바꿉니다. 그래서 짝꿍을 바꾼 날이면 아이는 집에 와서 재잘대곤 합니다. 저번에는 누가 짝꿍이었는데 이번에는 누가 되었다느니, 누구와 누가 짝꿍이 되었다느니, 자기는 누가 되었으면 했는데 안되었다느니, 그리고 이번 짝꿍은 어떻다느니..... 딱히 자신의 짝꿍을 내어놓고 싫어하는 내색을 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아이는 자신의 호불호를 내비추기는 했던 듯 합니다. 누가 더 좋다는 식으로 또는 누구는 어떤 점이 어떻다며 흉(?)을 보는 식으로 말입니다. 아이가 학교 생활을 시작하면서 -유치원이나 어린이 집부터 시작되는 것일수도 있지만 엄격한 규율이 적용되기 시작한다는 면에서는 초등학교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찌보면 부모의 품을 벗어나 진정한 단체생활 -또는 작은 규모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반이 나뉘고 모둠이 나뉘고 또한 짝꿍이 정해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다양한 관계 맺기의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 경지는 2학년에 올라가는 여학생입니다. 1학년때는 노효돌이라는 <플랜더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처럼 착하고 파워레인저 보다 용감한 짝꿍과 함께 행복한 1년을 보낸 기억때문인지 몰라도 새로운 짝꿍에 대한 기대가 무척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새로 짝꿍이 된 김준수는 경지의 꿈을 조각내는 아이입니다. 꼬딱지를 마구 파대고, 말소리도 크고 행동도 거칠고..... 거기다가 싫다는데도 자꾸 따라 다니고, 절대 헤어지지 않는 약을 발명하겠다고 큰소리 치던 준수는 꿈속에까지 나타나 경지를 괴롭힙니다. -실제로는 경지가 그만큼 준수를 싫어한다는 이야기이겠지만.....^^ 그래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짝꿍을 바꿔보려고 하지만 친구들도, 선생님도, 어머니도 도통 경지의 꾀에 넘어가질 않습니다. 준수는 경지에게 사사건건 사고뭉치가 되고, 심하게 놀려서 경지를 울리기까지 하고..... '방귀대장'이라는 놀림에 마음이 단단히 상한 경지가 교회도 못나가고-안나간건지도 모르죠^^- 집에 박혀 있는 일요일에 준수 엄마가 경지 어머니를 찾아와 준수의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준수가 그리 소리치고, 거칠고, 씻지 않고, 밥을 조금 먹고 하는 이유를 말하며 경지 어머니에게 경지가 준수를 좀 더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는 부탁을 합니다. 그 이야기를 옅들은 경지는 이제야 준수를 이해하게 됩니다. 단순히 싫기만 하던 준수가 아닌 아픔을 가지고 그 아픔을 견디며 살아가고자 하는 친구의 모습을 알게 된 순간, 경지의 마음 속에서는 따뜻하고 훈훈한 짝꿍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감싸안을 만한 포용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도 '헤어지지 않는 약'을 만들겠다고 한 준수의 말속에 담긴 진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준수에 대한 싫음이 어느새 준수를 이해하고 돕고자하는 마음, 그리고 깨어진 조각에 불과하던 좋은 짝꿍을 얻고자 하던 꿈이 더 좋은 짝꿍이 되어주고자 하는 넓고 깊은 마음으로 변하게 됩니다.  '김준수 내가 너를 도와줄께!!!!!'

 작가는 어린 아이들의 단순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 짝꿍과 갈등을 겪는 순전한 마음을 지닌  경지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준수와 같은 아이를 통해서, 이해와 배려, 그리고 포용이라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데 정말로 귀중한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단순히 나타나는 말과 행동으로 단순히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생각과 환경, 그리고 삶의 아픔과 상처까지도 미루어 보고 나서 신중하게 행해야 한다는 사실과 모든 사람의 이면에 있는 것들을 이해하고 포용하게 된다면 우리의 시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 또한 그러한 성숙함을 통해서 우리 삶이 단순히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남을 돕고 선한 가치를 위해 노력할 때 훨씬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이 동화를 읽는다면, 말로 다 표현하지는 못하더라도 작가가 말하는 이런 속깊은 이야기를 마음 속으로는 깊이 느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고, 한편으로는 지금은 어려서 온전히 그것들을 다 새기지 못할지라도 키가 자라고 마음이 자라면서 더 깊이 있는 생각들을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퍼올릴 수 있는 멋진 아이들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함께 합니다..... 이 책을 읽은 내 아이들도 경지처럼 자신의 옆에 앉은 친구에게 멋진 짝꿍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 또한 모든 아이들이 '내 짝꿍 바꿔주세요'라고 외치기 보다는 '내가 좋은 짝꿍이 되어줄게'라는 속깊은 생각으로 새로운 학기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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