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캠프힐에서 온 편지 - 발도르프 아줌마의 삶과 교육 이야기
김은영 지음 / 지와사랑 / 2008년 12월
평점 :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 하면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가야 할 존재라기 보다는 한쪽에 조용히 있어야 할, 자신의 주장보다는 눈치를 살피며 한쪽 구석에 머물러야 할 존재로 여겨지는 면이 짙게 배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방적인 도움을 받거나 정상인들의 양보와 희생을 통해서만 그들의 삶이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도 사실인 듯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신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캠프힐이라는 공동체가 특이해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것이겠지요. 한 인간이라는 동등한 가치를 지녔고, 약간의 배려가 필요하지만 나의 행복에 그들이 행복도 포함되어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이 공동체의 모습은 분명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대부분의 내용이 저자의 늦깎이 유학생활과 새로운 체험들에 대한 기록들로 채워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저자가 꿈꾸며 이루기를 바라는 캠프힐 공동체 속에 담긴 이상을 통해 우리 사회에 공동체라는 의미에 대한 건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표지 사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담긴 페이지를 발견합니다. '뉴튼 디 캠프힐 정원에서 포즈를 취한 앤과 안나'. 그리고 그 페이지에 달린 제목은 '인생은 아름다울까?' 입니다. 캠프힐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거주하며 살고 있는 비장애인 거주자들에게 그리 사는 것이 의미가 있고 가치있는 것인지, 그들도 행복과 기쁨을 느끼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잘 사는 것이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부분입니다. 표지 사진에 있는 두사람을 자세히 보면, 정상적인 이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어색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그들의 표정을 보면, 그 어색함을 덮을 수 있는 순수하고 맑은 멋진 미소를 발견하게 됩니다. 분명 캠프힐에서 생활하고 있는 앤과 안나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누리는 듯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캠프힐의 비장애인 거주자들의 인생은 아름다울까? 아마 저자는 비장애인이라면 장애인 앞에서 뭔가를 양보하고 희생해야 하는 것이라는 사고에 젖은 자신과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을 건드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캠프힐이 말하는 함께 하는 삶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일방적인 비장애인의 희생에 의한 장애인의 부양이 아닌, 말 그대로 서로 함께 하는 삶, 부족한 부분은 서로 메워주면서 자신의 가치만큼 상대방의 가치도 인정하고 공동체의 가치와 의미를 함께 만들어가는 실천하는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대한 것이라는 저자의 어렴풋한 깨달음 속에서 우리의 자아상에 대한 일그러진 부분을 새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 40에 자신의 꿈과 이상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용기, 그리고 자신이 가는 길에 놓여있는 많은 일과 사건들속에서 자신을 키우고 성숙하게 만드는 열매들을 수확해 가는 기쁨을 있는 그대로 들려 주는 것..... 이 책이 읽는 이들에게 주는 첫번째 선물 또는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캠프힐이라는 공동체에서 어울려 사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하는 사회, 서로를 존중하며 사는 사회의 모습에 대한 열린 시각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두번째 선물일 듯 합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장애인 교육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내용들을 소개하는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자세가 어찌 변해가야 할 지에 대한 나름의 지도 하나를 일반인들도 들춰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 세번째 선물이 되지 않을런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꿈을, 그것도 한없이 어둠속에 숨겨지기만 해온 우리 사회의 약자인 장애인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용기있게 나서서 세상에 도전장을 내밀고 당당히 꿈을 이루어 가고 있는 저자의 모습이 읽는 이들의 마음 속에 담길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표지 사진속의 앤과 안나의 해맑은 멋진 미소처럼, 저자가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이끌며 여기까지 이루었듯이..... 꿈의 나머지 부분도 멋지게 이루어갈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나라의 캠프힐을 기대하고 기다릴 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꾸었던 꿈이 이루어지는 멋진 세상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