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전쟁 생각하는 책이 좋아 5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카밀로 중학교 7학년인 우리의 주인공 홀링은 수요일마다 전쟁을 치룹니다. 외부적으로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의 분위기가 팽배하고,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암살당하는 음울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는 우리 주인공은, 수요일 오후마다 자신의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상대는 자신의 담임 선생님인 베이커 선생님..... 다른 아이들은 수요일 오후가 되면 유대교의   '베델(벧엘) 성전'의 유대인 학교와 카톨릭의 '성 아델버트 성당'으로 교리 문답을 위해 가버리는데, 반에서 유일한 장로교 신자인 자신은 선생님과 얼굴을 마주 대하며 남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서 지레 짐작으로 선생님이 자신을 이글이글, 지글지글 미워할 것이라고 단정해 버립니다. 베이커 선생님이 아마도 '너만 아니면 수요일 오후는 자유를 얻는 건데, 너 때문에.....'라고 생각하며, 그 시간들만이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서 원망과 미움을 표현하게 될거라는 청소년기의 과민함을 발휘한 홀링의 감수성 덕분이겠지만, 하여간 사사건건 우리 홀링에게는 선생님의 행동이나 말이 자신을 음해하려는 음모와 술수로만 생각될 뿐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쳐다보는 눈길에서도, 운동장에서 뛰놀며 주변으로 다가오는 학생들의 행동속에서도, 선생님의 심부름이나 무관심 속에서도 매번 선생님의 음모를 느끼고 방어막을 치곤 합니다. 더더욱 수요일 오후에 남아서 선생님이 시키는 일들과 세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읽으며 지내는 시간들도 자신을 지루하게 만들고 질리게 만드는 선생님의 음모로만 느껴질 뿐입니다. 그렇게 성장해가는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고도의(?) 감수성과 상상력이 발휘되어 시작된 자신만의 전쟁을 치루어 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홀링은 그 전쟁을 즐기고, 어느 덧 사랑해 가고 있습니다.

 올림픽 400미터 여자 계주의 동메달리스트이며, 남편이 베트남전에 참전중인 베이커 선생님은 학기 처음 자신의 반 아이들을 대하면서 특이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됩니다. 수요일 오후 종교활동 시간이면 다른 아이들은 모두 성당이나 유대인 회당으로 가게 되는데 '홀링 후드후드'라는 학생만 남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 아이만 해결되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건데' 라는 생각이 들어 부족한 수학실력을 보충할 겸, 6학년 반 수학시간에 슬쩍 밀어넣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내 무산되고 나니 조금은 쑥쓰러워지기도 하고, 혼자 남아 있을 홀링이 안 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간단한 청소부터 시키기 시작하는데, 귀여운 녀석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거리를 두고 눈치를 보는 듯 하지만 제법 의젓하게 제 몫을 잘 처리하곤 합니다. 그래서 홀링에게 1년간 세익스피어 작품을 읽혀 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극단에도 마침 공연을 위해 배역을 맡을 아이가 하나 필요하기도 한데, 혹시 일이 어찌 잘 풀릴지도 모르고, 홀링에게도 자신이 자라는데 많은 도움이 될테니까요. 그래서 자신만의 철학이 녹아있는 읽기 교육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조심스럽게 시작하게 됩니다. 조금은 어려울 텐데..... 이 대견한 녀석은 한 작품 한 작품 끝낼 때마다 훌쩍훌쩍 자라는 모습을 보입니다. 롱아일랜드 셰익스피어 극단의 크리스마스 특집 희가극 <템페스트>에서 요정 아리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남편이 베트남 정글에서 실종된 뒤로 정신이 없었을 때도,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한줄기 빛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정도로 성실하게 자신을 따르며, 작품들을 소화해 내고 있는 모습이 고맙기도 합니다. 결국 그러한 인내와 노력이 장학사들 앞에서의 수업에서 열매를 맺고, 홀링은 달리기 등 여러 분야에서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여, 베이커 선생님은 자신의 가르침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마 위의 두가지 이야기가 홀링이 말하는 전쟁의 정체입니다. 앞의 홀링의 입장에서 풀어낸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이야기이고, 뒤의 베이커 선생님의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들은 이 책의 이면에 담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 속에 진행된 가르침이 주인공 홀링에게는 베트남전이라는 시대의 분위기에 맞춘 전쟁의 의미로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베트남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홀링의 전쟁은 사람이 죽어넘어지고, 피와 눈물과 아픔이 쌓여가는 그러한 전쟁이 아니라, 한 아이가 마음과 생각이 자라고 세상을 이해하는 눈높이가 자라기 위해서 치루는 내적전쟁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쌓이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확인, 더 견고해지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친밀한 관계 등 세상을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기분좋은 것들이라는 사실일 것 같습니다. 바로 저자가 자라는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그러한 기분좋은 그리고 생산적인 전쟁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이러한 이야기를 제외하더라도, 내용 속에는 다양한 현실의 묵직한 주제들이 담겨 있습니다. 베트남전이라는 참혹한 전쟁과 반전과 관련된 히피 문화, 전쟁을 종결하고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던 로버트 케네디의 암살, 민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과 흑인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이야기 전체에 녹아서 내용과 딱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의 적절한 인용과 이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저자의 이야기의 진행 방식과 전개 속도 등이 처음 시작하면 이야기의 끝까지 내달리지 않고는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뛰어난 솜씨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덧붙여야 겠습니다. 어른인 내게도 이리 흥미로웠으니, 저자가 정말로 읽고 자라기를 바랐을 청소년들에게는, 홀링을 안보이게 인도했던 베이커 선생님처럼, 자신들과 눈높이를 딱 맞추어 인도하는 교사를 한 사람 만난 기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조금 두툼하긴 하여도, 아이들도 한번 손에 들면 쉽게 놓지 못할 듯 하니, 급한 시험을 앞둔 학생들은 열어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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