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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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과 공간..... 일상적인 활동을 하면서 이것들의 절대성을 의심해 본적은 별로 없었던 듯 합니다. 시간이 빨라진다거나 느려지고 공간이 굽어진다거나 변형된다는 것 등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 생활을 하면서 결코 느낄 수 없는 것들이고, 실제로 시공을 인간의 능력으로 어찌해볼 수 있으리라는 것은 비록 마법사들의 이야기나 상상속의 이야기나 영화 속에서는 나오겠지만 현실적인 것처럼 생각되지는 않는 부분입니다. 현대물리를 배운 적이 있고, 상대성 이론을 접하며 시공간의 변형에 대해서 약간 배우다가 끝나기는 했지만, 그것 역시 물리학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닌지라 그냥 한번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지식이었지 결코 현실감을 느끼게 하는 지식으로 남아 있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상대성 이론이 더 진일보한 내용이지만 뉴턴의 역학이 말하는 법칙들이 여전히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훌륭하게 설명해 내는 것처럼, 시공간의 절대성을 인정하며 사는 것이 인간의 현실 감각에는 더 적절한 이해의 방식인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안일한(?) 자세에 현대 물리학이 밝힌 놀라운 사실들로 지적인 폭탄세례를 퍼붓고 있습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나 나름의 엉뚱한 상상을 보탠 우주를 그려보게도 합니다.

 '우리가 우주에 관해서 정말로 아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우주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핵심이자 초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질문들입니다. 어른이 된 후에는 이러한 질문들이 한창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이나 학생들에게나 어울릴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을 읽다보면 어른들도 심지어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진지하게 묻고 답을 찾아볼 수 있는 질문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그리고 깊이있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지구는 평평하고, 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고대인의 생각에서 시작하여,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 모형을 거쳐,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 뉴턴의 역학에 의거한 우주 이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한 이해의 확장, 양자이론의 등장과 불확정성 원리, 그리고 양자중력이론(양자론과 상대성 이론을 결합 시킨 이론)의 필요성과 최근의 초끈이론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인간이 주변세계와 우주에 대한 이해의 폭과 넓이를 확장해온 과정을 우주에 대한 이해의 발전과 연관시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읽는 이로 하여금 더 깊은 호기심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것들에 대한 질문과 탐구를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대하고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주라는 이 공간이 어떤 형태를 지니고, 어떻게 진화해 가고 있는며,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속한 은하계와 그 안에서의 지구의 존재는 어떤 모양인지, 우리의 머리 위를 덮고 있는 저 우주가 얼마나 광대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공간인지 등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탐구는 분명 우리를 현재와는 조금더 다른 삶을 살도록 자극할테니까요. 또한 그러한 지식이 우주가 왜 생겼는지, 그러한 의미가 무엇인지 등 우리가 더 관심있어하는 근본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우주와 지구, 그리고 우리의 모습에 대한 지식의 축적은 다른 면에서는 그러한 근본에 대한 질문에 한발짝 가까워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구요. 그래서 호킹 박사는 언젠가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통합되어 우주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영역이 생성되고 통일이론을 만들어 내게 된다면, 그리고 그러한 이론에 대한 교육으로 사람들이 통일이론에 대해 대략적인 이해에 이를 수 있게 된다면, 현재는 과학이 너무 전문적인 것이 되어버려 철학자와 일반인에게서 분리된 채 우주와 만물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지만 그러한 탐구가 완료(?)되고 대략적이나마 일반인들이 그러한 통일된 이론을 이해하게 된다면, 다시금 철학자와 과학자와 일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주와 우리가 왜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답을 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통찰력을 담은 말로 책을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빅뱅, 블랙홀,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 웜홀.... 가끔씩 듣는 말들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들려주다가 그러한 책들을 통해서 좀더 가깝게 대하게 된 용어들입니다. 그리고 내가 관심의 한 발짝을 더 내딘 것이 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관심과 호기심으로 읽었지만 이러한 노력이 시간과 우주의 시작과 현재 모습, 그리고 우주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을 얻은 유익한 시간이었고, 더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시간과 우주에 대한 탐구가 우주의 본질은 무엇이고, 우주와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에 대한 근본에 대한 물음에 이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단순한 신앙적인 믿음이 아닌 영역에서도 신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됩니다..... 책을 읽는 동안, 책속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안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내 머리위의 광활한 우주와 시간,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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