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 한국경제 대전망
심영철.선대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만 대하더라도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함을 느끼게 하는 책입니다. 집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마도 악담이나 저주로 느낄 수도 있는,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경고나 두려움을 가지게 만드는, 그리고 집이 없고 마련할 만한 능력도 되지 않는 이들에게는 긍정과 부정의 감정이 교차하지 않을까 합니다.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과 또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경제상황을 헤쳐나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부정적인 감정 말입니다.

 책의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전반부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에 대한 내용이고, 후반부는 부동산의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 대한 소개입니다. 책의 제목처럼 부동산에 대한 내용은 우리나라의 부동산은 끔찍한 거품에 부풀려진 자산으로 현재의 하락이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주된 요점이고, 내용의 대부분은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하는 저자 나름-이 단어를 쓴 것은 여러 주장의 근거로 쓰인 자료의 인용이나 해석에 냉정한 객관성보다는 저자의 감정이 성급하게 앞섰다는 인상이 들어서입니다-의 자료와 분석이 담겨 있고, 그러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제안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서 자료니 분석이니 제안이니 하는 단어를 대하면 나름대로 자료에 대한 논리정연하고 냉정한 분석이나 해결책에 대한 치밀하고 계산된 제안을 상상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말한다면 좀 당황스러울 정도로 거칠고 감정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가는 저자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세련되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좀더 비판적으로 말한다면 자신의 주장을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옳은 것으로 못박아 놓고, 거기에 맞추어 모든 것을 해석하고, 적용하고, 때로는 반대편에 있는 의견들을 비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의 옳고 그름보다 표현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으나 여기서는 그러한 방식이 책의 내용이나 주장의 방향까지 정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언급하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우리나라의 부동산에 거품이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2000년대에 들어선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전에는 부동산에 관심을 가질만한 사회적 위치가 아니었고 어떤 자료를 모아서 분석해 본 것도 아니기에 2000년 전의 시장상황에 대해서는 내게 말할 만한 근거가 별로 없습니다- 합리적이지 않은 -이것도 일이 발생한 후에 미리 그런 느낌이었다고 주장하는 오류일 수도 있습니다- 모습을 보이고,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박탈감을 더 심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불합리함을 느끼게 만드는 부동산 열풍을 보았기 때문에 분명 어느정도의 거품이 끼어 있다는 주장에는 많은 이들이 충분히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의 여파로 어느 정도 하락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인 듯 하고, 저자의 말처럼 대폭락에 이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몇가지 사항들만 가지고 대폭락을 운운하는 것은 분명 도가 지나친 주장이거나 자신의 주장이나 믿음에 대한 과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식으로 이런 주장을 합리화한다면 '전망이나 예측이란 틀리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조금은 황당스런 논리를 펼칠 법도 합니다. 가끔은 귀신같이 맞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제예측이나 전망은 보기좋게 엇나가기 일쑤입니다. 그러한 예측이 앞으로 취해질 모든 대책의 가능성과 시장과 연관된 변수들을 조합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저자의 주장처럼 대폭락이 현실화 된다면, 그것은 저자가 말한 이유들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세계 금융위기의 부정적인 전개와 정부가 취할 경제 대책들의 실패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인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책의 후반부에 덧붙여진 여러 금융상품에 대한 소개는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두번 들어보았을 법한 금융상품에 대한 소개입니다. 각 상품의 특징과 내용, 장단점 등에 대해서 정리할 수 있는 정도의 소개라는 생각입니다. 앞의 부동산에 대한 내용이 주장들로 채워져 있다면 뒤의 금융상품 부분은 정보가 담겨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의 책검색을 통해서 '부동산 대폭락'이라는 검색어로 책 세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 권은 일본의 부동산 폭락에 대한 내용이고, 한 권은 바로 이 책이고, 다른 한 권은 이 책보다 뒤에 나온 이 책의 내용을 뒤집는 '부동산 대폭락 시대는 없다'라는 책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정반대의 시각을 가진 책 두권이 발간되었다는 것이 자못 흥미롭기도 하고, 상호 보완해서 읽는다면 좀더 균형잡힌 시각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위기의 전망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을려면 남들이 보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할 때, 미리 경고음을 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면서 불이 더 타오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소방차가 와서 큰 불길을 잡은 상태에서 남은 잔불들에 양동이로 물을 퍼부으며 이제는 완전히 불길이 잡힐 것이라고 나팔을 불어대는 것과 같은 주장은 전망이라고 말하기에는 민망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전망서라기 보다는 부동산 하락과 세계 경제 하락의 국면에서 두려움에 싸인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물어볼 일입니다. 물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것은 부동산에 도사린 위험에 대한 경고라고 믿고 싶고, 저자의 열정이 담긴 목소리가 악담이나 저주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현재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는 경제위기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과민반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리 과민해지고 불안해진 일반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경제 전망의 형식은 더 큰 두려움을 안기는 주장이 아니라, 다음의 글과 같은 냉정하고 차분한 자세를 견지하는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지막에 덧붙입니다. 모두들 다가오는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이겨내시기를..... 

*** (퍼온글 중 일부) 주택가격 전망의 무모함 ***

 (원문: http://blog.chosun.com/article.log.view.screen?blogId=114&logId=3526835)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집값 하락세가 확산되면서 향후 집값 전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도 일본식으로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내년 상반기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갖은 논리로 무장하고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이런 주장들은 무모하기 그지 없다.
 집값은 수요와 공급 뿐 만 아니라 전체 경제 상황, 금리, 글로벌 경제 등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지금 주택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 유동적이어서 집값 전망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현재의 집값 급락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침체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즉 글로벌 경제의 향방이 한국 경제와 집값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 위기는 이른바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는 점이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각국이 시의 적절하게 대응을 한다면 1~2년 내에 세계 경제가 회복기로 접어들 수 있고 한국 경제와 집값도 바닥을 칠 수 있다.
 그러나 각국의 대응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대공황 당시처럼 보호무역주의로 흐를 경우, 글로벌 경제의 위기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현재 전문가들 대부분이 1~2년 내 경기가 회복되는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의 장기화라는 비관론도 100% 배제할 수는 없다. 불과 몇개월 전만해도 유가 등 원자재 폭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경제위기의 주범이었지만 이제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하락)이 세계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부상할 정도로,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집값을 단정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무식하거나 무모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중략)     .... 집값 상승기에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이 집값이 하락할 때는 끝없이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지배한다. 섣부르게 미래를 예단하기 보다는 냉정하게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시하는 것이 집값 예측에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