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파워 -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
마크 스쿠젠 지음, 안진환 옮김, 김인철 / 크레듀(credu)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신자유주의 경제'.....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의 된서리에 애물단지처럼 눈총을 받는 처지가 되었지만,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경제적 발전을 이루기 위한 대안으로서 떠 받들던 용어입니다. 나름 반대편에 선 사람들에게 많은 공격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대세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옹호에 있었다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지금은 잠시 그러한 정책의 결과가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를 몰고오지 않았느냐는 책망어린 눈총을 경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서까지 받고 있는 듯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 시점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의 관점으로 씌여진 이 책이 사람들에게 소개되었다는 것은 불행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내용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면에서는 다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전처럼 다 그 쪽이 옳은 듯이 몰려가는 상황에서 읽었다면, 아마도 경제학적인 지식이나 사고력이 빈약한 나같은 일반 독자들은 아무런 비판없이 '대단한 일을 하는구나'라고만 생각했겠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훨씬 까다롭게 읽고 생각해 볼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합당하다고 생각할 만한 내용들을 발견한다면, 저자가 말하는 경제학의 힘에 대한 유용성을 기꺼이 인정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테니까 말입니다.

 <괴짜 경제학>을 비롯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씌였던 여러 경제학 교양서들이나 요즈음 많이 소개되고 있는 행동경제학 등에 관한 책들을 통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경제학의 유용성에 대한 것들을 대할 수가 있었습니다. 단지 경제라는 한 분야만이 아니라 교육이나 범죄, 가난의 구제, 반칙이나 편법의 발견 등 그리 응용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도 경제학자들은 곧잘 경제학의 개념을 동원하여 멋지게 그러한 현상의 실타래를 풀어 헤쳐서 독자들에게 알려주곤 했으니까요. 이 책도 큰 의미에서는 그러한 면에서의 경제학의 유용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좀 다른 면이 있다면 어떤 현상의 해석과 해결책을 찾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세상을 더 획기적이고 광범위하게 변화시키고 발전시켰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과 신자유주의 경제의 관점에서 이루어졌던 변화와 변혁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 정도이지 않을까 합니다.

 저자는 세세한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경제학의 7가지 원칙들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즉 이후의 자신이 소개하는 변혁과 변화의 사례들은 이러한 원칙에 입각한 정책의 결과들이라는 전제에 해당하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7가지 원칙이란 '1. 책무성(accountability)과 사용자 지불의 원칙, 2. 절약과 비용편익 분석(economizing and cost-benefit analysis)의 원칙, 3. 저축과 투자(saving and investment)의 원칙, 3. 인센티브(incentive) 유인의 원칙, 5. 경쟁과 선택(competition and choice)의 원칙, 6. 기업가 정신과 혁신(enterpreneurship and innovation)의 원칙, 7. 효율적 복지(welfare)의 원칙' 입니다. 이미 많이 들어왔던 용어도 있고, 실제 우리 정부도 어떤 정책을 실행할 때 위의 몇가지 용어로 그러한 정책의 타당성을 강조하였던 기억도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원칙을 개인과 기업, 정부와 세상사의 어려움에 적용하여 의미있는 변화와 발전을 이룬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경제학의 실질적인 유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소액대출은행인 그라민 은행을 설립하여 빈곤퇴치에 획기적인 성과를 보인 공로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의 이야기는 아마 경제학자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참신한 자극을 주는 사례입니다. 또한 돈 걱정없는 노후를 위한 저축 비결로 채택되어 성과를 거둔 리처드 탈러의 'SMART' 저축계획, 매번 주식시장에서 당하고만 사는 개미들의 생존을 위한 투자법으로 소개된 포트폴리오 이론과 배당 투자 전략과 효과, 우리에게도 많은 염려를 안기고 있는 연금에 대한 성공적인 개혁으로 일컬어지는 칠레의 연금 민영화 모델과 개혁의 성과, 기업 성과 측정의 지표로서의 경제적 부가가치 (EVA)라는 개념의 정립, 교통체증에 대한 각종 요금 및 교통정책을 통한 경제학적인 해결책들, 건강저축계좌를 통한 소비자 주도형 의료 해결책, 실질적인 사형제도의 유지를 통한 범죄율을 줄이는 효과에 대한 증명, 합리적인 경매이론의 개발을 통한 효과, 기존의 인식과는 반대되는 경제발전에 의한 환경오염 감소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 홍콩 및 인도의 성장과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장 모델의 이면에 담겨 있는 원칙, 감세 이론의 이론적인 토대에 대한 설명, 지니계수로 표현되곤 하는 빈부격차의 비현실성과 다양한 삶의 질이라는 실질적인 측면에서 다각도로 고려한 빈부격차 문제에 대한 답, 경제자유지수와 경제발전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서 개인과 국가와 사회에 유용성을 끼친 경제학의 능력과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제학적인 지식이나 토대를 가지지 못한 일반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저자가 말하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모두 타당하거나 대단해 보이기 십상입니다. 실제 책을 읽으면서 비판거리보다는 실제 그런 성과를 거두었네, 대단한데 하는 등의 생각이 앞선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켈트의 호랑이라고 치켜세우며 고속성장한 나라로 예를 든 아일랜드가 최근에 외환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는 모습 하나만 걸고 넘어진다고 하더라도 저자가 말하는 그러한 원칙에 입각한 여러 성과들의 이면에 있는 그림자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책에서 말하는 원칙들이 경제적인 효율과 성장을 위해서는 최선책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실제 다양한 현실에서는 결코 만능키가 될 수는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이 책의 내용에 대한 명확한 비판은 나 같은 일반 독자의 능력을 벗어나는 부분이겠지요. 다만 현재 공포를 몰아온 금융위기의 현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 이 안에 들어있는 여러 획기적인 개혁이나 성과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정당한 대우가 필요한 측면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 후에는, 그라민 은행의 예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경제적인 효율뿐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배려도 함께 담긴 그러한 경제학이 세상을 향해 더 많은 선물들을 내놓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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