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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인격의 심리학 -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놀라운 여행
리타 카터 지음, 김명남 옮김 / 교양인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이중인격자!', 아마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구나 동료, 직장상사 등에게 수난을 겪고나면, 한번쯤은 속으로 화를 삭이며 내뱉었던 말중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겉과 속이 다르다느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느니 하는 말들이 모두 그러한 사람의 이중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이중성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소설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일 것이고, 그러한 소설같은 극적인 이야기를 차치하더라도 삶속에서 우리 자신안에 존재하는 그러한 이중적인 모습으로 순간 놀라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에서 더 나아가 인격의 다중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입니다. 이중적인 것을 넘어서 다양한 특징의 인격이 한 사람안에 내재되어 있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인데, 정신과적인 질환의 의미인 해리장애나 다중인격장애로서의 인격의 다중성이 아닌, 복잡하고 다양해진 현대사회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한 인간의 뇌와 마음의 전략적인 적응능력의 결과로서 나타난 다중인격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즉 인격장애나 정신병적인 의미의 다중성이 아니라 정상적인 삶의 범주안에서 나타나고 활용되는 다중인격에 대한 탐구 및 성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용은 크게 두개의 단원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 '다중인격의 비밀'은 다중인격에 대한 이론적인 이야기들입니다. 즉 다중인격에 대한 관심과 연구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인격의 터전인 마음의 내면 풍경과 기존 성격검사의 헛점, 여러 인격이 뇌에 각인되는 기전과 서로 독립되게 존재하는 이유, 현대에 이르러 다중성이 더 증가하는 이유와 그러한 상황의 잠재적 이점, 그리고 실제적인 다양한 인격의 주된 유형에 대한 소개들로 이루어진 부분입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다중인격의 이론적인 배경 및 연구의 결과들, 그리고 그것들에서 유추해 낸 다중인격이라는 개념 및 실재에 대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부 '다중인격 사용법'은 자신안의 다중성을 깨닫고, 만나서, 어떻게 서로 소통하며 제어할 것인지에 대한 실용적인 내용입니다. '인격 바퀴'라는 도구를 통해 주 인격 및 보조 인격들을 시각적으로 도표화해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고 있으며, 이러한 각 인격 유형에 대한 장단점 및 특징,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에 대한 조언과 각 인격적인 특성의 실례들이 설명되어 있고, 또한 그러한 도식화된 방법이 아닌 직관적인 방법으로 내면의 자아들과 대화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도 있는데, 마지막 부분은 실제 적용에 상당히 난해한 면이 있는 듯 합니다.
심리학은 근래에 이르러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영역으로 확대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전 경제학이 말하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호모 에코노미쿠스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고 실제 경제활동에서 인간이 보이는 불합리한 선택이나 행동들을 설명해내기 시작한 행동 경제학의 등장이나, 철학이 말하는 완벽하게 이성적인 인간에 대한 기대를 접고 주변의 환경이나 다양한 인자들에 의해서 왜곡되곤 하는 인간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들은 결국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통해서 인간을 좀더 실질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방법들이 발전함으로 인해 가능했던 것일테니까요. 이 책이 지적하는 단일한 인격, 일관된 인격에 대한 환상도 역시나 사람들이 가진 속성, 즉 안정되고 일관된 환경이나 조건하에서 생활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끼고, 적응된 환경을 안락하게 느끼는 인간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그것들 역시나 이상적인 상태를 추구하는 인간의 환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찌보면, 단일하고 일관된 인격보다는 다양한 인격이 공존하여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되는 것이 현대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을지라도 그것들이 어떤 통제된 질서안에서 각각의 자리와 시간을 맞추어 활동한다면 훨씬 능률적이고 효과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마음 한쪽에서는 스스로에게 묻곤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 나는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한, 또한 다른 누구이기도 한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도 여전한 사실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다중성에 대한 이러한 연구와 성찰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수 있는, 하지만 아직 심리학이나 기타 과학이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인간의 통합된 모습에 대한 연구 결과나 아이디어들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것이 비록 단일하고 일관되고 이성적인 인간에 대한 환상일 뿐이라는 지적을 받을지라도, 역시나 사람은 아직까지는 그런 측면을 더 쉽게 받아들이고 자신에 대해 뚜렷한 정체성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랄테니까요..... 앞으로 심리학의 발전이 어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의 여러 연구 결과와 이해를 통해서 사람과 인격 그리고 인간의 뇌의 오묘함에 대해서 다시금 그 다양성을 깨닫고 이해의 폭을 넓힐수 있었던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인격이라는 주제를 통해 단순히 '당신은 누구십니가?....... 그리고 나는 누구일까요?.......' 라고..... 이리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