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냥그릇 - 나를 찾아가는 먼 길
방현희 지음 / GenBook(젠북)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궁밖으로 산책을 하다 거지를 만난 왕은 그의 동냥그릇을 보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채워주겠다고 거드름을 피웁니다. 하지만 그 그릇에 들어간 것은 어느 것 하나 남아나지 않고 채우는 즉시 깨끗이 사라져 버립니다. 왕은 왕궁의 모든 보물을 허비하고도 결국 채우지 못한 그 그릇의 주인인 거지에게 묻습니다. '.... 이 동냥 그릇은 도대체 무엇으로 만든 것이오?' '....그건 사람의 마음이오. 별것 아니라니까, 그저 사람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것이란 말이오!' > 이 책의 제목이 된 '동냥 그릇'이란 이야기입니다. 별것 아닌 사람의 마음..... 욕망..... 하지만 그것은 또한 세상에 아무도 어찌하지 못하는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비우고자 하고, 손안의 것으로 만족하고자 한다면 아무런 사심없이 평정심을 유지하며 평화로울 수도 있겠지만, 요즈음 세상에 그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채우고자 한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단한 것들을 처음부터 바라고, 욕심을 부리겠습니다. 대부분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을 눈덩이처럼 굴리며 키워가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이 책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바쁜 일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우리에게 '잠시만 쉬면서 짬을 내어 자신을, 그리고 인생을 돌아보라'고 말하는 것들입니다. 선문답 같기도 하고, 현자의 가르침 같기도 하고, 이솝우화 같기도 한 이야기들..... 그 안에서 잠시나마 우리가 잊어버리고 살았던 의미있는 것들, 가치있는 것들에 대한 흔적을 발견하게 되는 듯 합니다. 

 책에 담긴 여러 이야기들을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나누고, 분류해 낼 수 있겠지만, 저자는 자신이 모은 이야기들을 크게 다섯 꾸러미로 포장해서 우리들에게 내놓았습니다. 1부 '나를 찾아가는 먼길'에서는 자기 스스로는 안다는 것의 어려움과 역설,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자신을 저만치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여유를 생각하게 합니다. 2부 '욕망의 화살을 타고 달리는 그대여'에서는 끝없는 욕망에 귀가 막히고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우리 자신들-의 적나라한 모습, 허망한 것들에의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우매한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3부 '편견'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아우를 수 없는 인간의 한계와 탐욕, 자기 과시, 이기심 등이 버무려져서 솟아나는 생각과 삶의 일그러짐에 대한 내용입니다. 4부 '미망'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왜곡하곤 하는 우리의 속성과 헛된 것을 손에 가득 채우고 허세를 부리기를 마다하지 않는 우리 내면의 모습으로 인해 생기는 질투와 시기와 다툼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5부 '세상의 모래 한 알'은 소소하고 단순한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사소한 것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곤 하는  우리에게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해 주는 부분입니다.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따는 방법을 가르치려다가 원숭이에게 목이 비틀린 교만한(?) 사람, 살기위해 앞의 두 물고기를 그대로 흉내냈다가 고양이 밥이 될 처지에 놓인 어리석은 물고기 같은 사람, 자신의 바닥을 훤히 보면서도 자신에게 걸린 명예 때문에 자유로워지지 못하고 푸념만 늘어놓고 있는 수도승처럼 허위의식을  벗어버리지 못하는 사람, 다시 살아난 사람의 말을 무시하고 그가 죽었다고 판단한 의사의 권위를 떠받들어 그를 땅에 묻어버리는 이들과 같은 권위와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 이러한 이야기들은 곧 우리 자신들에 대한 너무도 적나라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 꾸러미를 통해서 잠시 쉬어가며 그런 질곡속에 있는 우리 삶을 돌아볼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잠시 쉬며 문득 들여다본 이야기 하나가 우리를 미망과 편견과 욕망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 줄수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우리 삶의 본 모습을 잠시 잠깐이라도 진실하게 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지 않겠냐고 하면서..... 요청하고 있습니다. '잠시 쉬어 가시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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