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대학 1 - 어린이들을 위한 교양의 모든 것
울리히 얀센.울라 슈토이어나겔 엮음, 클라우스 엔지카트 그림, 김서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니다가 '어린이 대학'이라는 책을 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적부터 책을 골라 주고 있는지라, 아마 그때도 그러한 목적으로 여기 저기를 뒤적이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쯤만 되었어도 두툼하고 학구적(?)인 이 책소개를 보면 단박에 달려 들었을텐데..... 당시에는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너무 두껍고 어렵겠다는 생각에 책제목하고 페이지 수를 보고 단박에(?) 다른 쇼핑거리를 찾아서 지나쳤던 듯 합니다. 이번에 이렇게 책소개를 보면서 '그런 책이 있었지!'하는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아마 그때 지나쳐버리기는 했지만 '나중에...'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에는  담아 주었던 듯 합니다. 어린이 대학..... 어린이들을 위한 대학..... 어린이들이 다니는 대학..... 대학이라는 말이 분명 어린이들에게 어울리는 말은 아니지만 -물론 신동들 중 어떤 이는 어린 나이에도 대학에 들어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습니다만.....^^- 왠지 그래도 멋져 보이는 말입니다. '어린이 대학'이라..... 괜히 아이들에게 학문의 짐을 지우는 또다른 올가미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움도 생기지만, 왠지 대학이라는 학문적 권위에 어울리는 어린이를 위한 알찬 것들이 준비되어 있으리라는 기대도 함께  하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이 책의 모태가 된 '어린이 대학'은 독일의 튀빙겐 대학에서 2002년 여름, 매주 화요일, 어린이들을 위해 개최한 일련의 강의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은 진짜 대학생처럼 학생증을 보여주고, 교재를 가지고 강의실에 당당히 들어가서, 강의 도장을 받고, 진지하게 강의를 청강하였는데, 아마 아이들이나 부모들의 관심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하였나 봅니다. 강의를 듣기 위해 1시간전에 온 아이들도 있었고, 강의실이 꽉 차서 한 걸상에 두명이 앉은 경우도 많아서, 그 다음해에 진행된 어린이 대학은 더 큰 강의실로 옮겨야 했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외적인 관심만큼이나 아이들의 강의 내용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던 듯 합니다. 강의에 대한 아이들의 기발한 질문과 대답, 그리고 손을 번쩍번쩍 올려대며 자신의 궁금증을 쏟아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진지한 대학생들을 다루던 교수님들도 때론 놀라고 때론 감탄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정말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손을 들어 질문을 하거나 대답을 하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감동이 밀려오는 짜릿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바로 그런 실제 강의와 열기가 바탕이 되어 책으로 만들어 진 것이 이 책이라고 합니다. 교수님들은 자신이 가진 전문지식들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하였고, 아이들은 자신들도 이런 진지한 학문의 장에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멋진 모습이 어우러진 강의였고, 그러한 결과가 이리 책으로 출판된 것이라고 하니, 이 책에 담긴 가치를 미루어 짐작할 만 합니다.

  '어린이 대학 1'은 8개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번째는 어린이들의 너무너무 좋아하는 공룡에 대한 내용입니다. '공룡은 왜 멸종됐어요?' 제목은 멸망에 대한 것이지만, 공룡의 멸망에 대한 것만 다룬 것이 아니고, 공룡의 출현에서 부터 시작하여, 번성하고 멸종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흥미로운 사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 우리 주위에 있는 공룡의 후손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화석을 통해서 공룡을 알듯이 미래에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코카콜라병이 묻힌 지층을 통해서 추정할지도 모른다는 설명은 참 신선한 부분입니다. 두번째 강의 제목은 '화산은 왜 불을 뿜어요?'인데, 화산과 마그마, 용암 등을 통해서 우리 지구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대륙들이 쪼개지고 부딪히고 있다는 사실 등에 대해서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지진이 일어나고 화산이 폭발하기도 한다는 이야기인데, 아이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배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번째 강의는 '왜 어떤 사람은 가난하고 어떤 사람은 부자예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데, 가난과 부라는 현상을 통해서 화폐와 경제의 발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물교환의 불편을 해소한 돈의 경제적인 의미,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빈부의 차이를 없애려 했던 사회주의의 실패, 상대적인 빈곤, 그리고 지역이나 사람마다 부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 있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네번째는 웃음에 대한 내용인데, 제목은 '우리는 왜 우스갯소리에 웃어요?'입니다. 웃음의 가치, 우스개 소리에 담긴 사회적인 합의와 의미 등에 대한 재미있는 강의입니다. 다섯번째 강의는 죽음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람은 왜 죽어요?' 물론 아무도 이 대답에 직접적으로 대답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강의도 이에 대한 대답이라기 보다는 죽음에 대한 의학적인 접근을 기본으로 하여, 죽음이 가지는 다양한 모습과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여섯번째 강의는 '사람은 정말 원숭이에서 진화했어요?'라는 주제입니다. 진화론의 바탕위에서 인류의 시작에서부터 이동, 그리고 현재에 이르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와 진화한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진화하게 한 이유 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시간입니다. 일곱번째는 아이들에게 특히 신선하고 흥미로운 주제인 것 같습니다. 강의 제목은 '학교는 왜 그렇게 지겨워요?'입니다. 학교라는 제도가 '어떻게?, 왜? 생겨났는가'에서 시작하여 현재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방학이 되면 학교와 친구들이 그리워지듯이, '학교는 지겹지 않은 곳, 남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자기 능력을 재미있게 계발하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학교가 지겨워진 것은 그런 굉장한 장소를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나 주는 곳으로 전락시킨 어른들의 잘못이라나요.... 마지막 강의는 제목이 '이슬람교도들은 왜 양탄자 위에서 기도해요?'인데, 크게는 종교에 대한, 그리고 범위를 좁히면 이슬람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이슬람교의 시작과 여러가지 특성, 관심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막연한 편견 -9.11사태, 각종 폭탄테러 등으로 인해....-을 가지기 쉬운 이슬람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각각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어른들도 제시된 질문에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것들인데, 읽고 나면 참 쉽고 재미있게 그러한 내용들을 소화해 냈다는 감탄이 나옵니다. 그만큼 강의를 하고 책을 엮은 이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많이 고민하고 가다듬었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내용도 어린이에게 어떤 사실을 알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읽고 나면 그 내용에 대해서 더 눈을 반짝이며 흥미를 갖고 질문을 품고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매력이 담겨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대답들..... 상당한 수준이지만 결코 어렵지 않은 이야기들..... 그리고 들을수록 더 눈을 반짝이며 깊이 알고 싶게 유혹하는 매력이 담긴 이 책을 아이들의 가슴에 꼭 안겨 주어야겠습니다. 아이들이 읽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내용에 푹 빠져서 허우적거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강의를 해 주는 대학이 있다면 아이들을 꼭 보내서, 1시간 전부터 가서라도 제일 앞 자리에 앉아 같이 들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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