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2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2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에게서 대동소이하게 보이는 사실들도 있겠지만 사람마다 가지는 독특함이라는 특성이 그러한 다양성의 이유가 되겠지요. 노란 표지의 '지식 e'로 짧은 5분 동안의 방송이 허락하지 못했던 반복될 수 있는 여운을 안기며 가슴을 파고 들었던 '지식 e'가 이번에는 빨간 표지를 하고서 자신의 카메라 앵글로 들여다 본 세상에 깃든 희로애락에 대해서 들려 줍니다. '지식 e'가 느끼는 희로애락이란 어떤 빛깔을 지니고 있을지......  괜시리 프로그램의 주는 무게만큼이나 주제가 무겁게 느껴질려고 합니다.

 지식 e의 희(喜, gladness). 성공한 삶이라는 한가지의 가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삶을 피해, 윌든 호숫가의 오두막에서 자발적 가난의 풍요로움을 누린 헨리 데이빗 소로우를 통해 말하는 '단순하게 사는 법'. 자신의 존재감과 상실감의 결여를 채우고자 현대인이 숭배하는 명품의 '이름값'. 인간 관계를 견고하게 연결시켜주는 사회적 신호이자 질병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힘까지도 지닌 인류의 방탄조끼로서의 웃음에 대한 이야기 '하하 호호 히히 깔깔'. 기쁠 때나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을 통해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치유의 효과를 통해 보는 '눈물의 선물'. 효율적인 수면과 적절한 낮잠을 통해 보는 수면의 경제학 '나에게 잠을 허하라'. 눈의 착시현상을 통해 들여다보는 인간의 한계와 이해를 담은 '눈의 착각'. 술 그리고 폭탄주에 얽힌 이야기 '술'. 컴퓨터 자판에서 스페이스바나 지키던 시련속의 엄지가 휴대폰의 문자메시지라는 통로를 통해 엄청난 힘을 가지고 돌아온 이야기 '엄지의 귀환'. 가수 박인희의 노래와 아버지의 실연과 아들의 실연이 얽힌 '유행가'. 보이저 호에 잡힌 작고 푸른 점 지구 - 그안에 지구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니....-의 모습과 보이저 프로젝트 등의 외계인과 접촉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담은 '창백한 푸른 점'..... 지식 e가 말하는 기쁨입니다. 웃음이 담겨 있지만 열가지 이야기에 담긴 기쁨이나 웃음의 의미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의 뜨거움도  아마 제각각이겠지요.

 지식 e의 로(怒, indignation). 시사저널 사태를 담은 '기자'. 한미 FTA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그리고 광우병에 대한 '아무도 모른다'. 정치에서 정책을 빼고 인물과 지역에 기반을 주고 감정적인 자극을 덧씌워 정권을 창출하곤 하던 정치권에 대한 야유, '정당'. 제이미 올리버를 통해 정크푸드의 문제점과 학교 급식 개혁의 필요성을 열변하는 '웩, 우엑?'. 강제입원과 까다로운 퇴원 절차 등으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정신병원과 정신병 진단과정에 담긴 불합리성을 고발하는 '제정신으로 정신병원 들어가기'. 모든 이의 짐이 되어버린 치매노인과 현대판 고려장의 염려를 자아내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허와 실을 들춰 낸 '치매, 기억을 잃다'. 무어와 부시, 911 테러와 화씨 911 등의 내용을 통해 현실과 픽션의 혼란을 이야기하는 '픽션 vs 논픽션'. 이스라엘의 레바논 카나 폭격을 통해 말하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분쟁, 그 뒤에 가려진 힘없는 사람들의 피해, 그리고 미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감싸기를 지적하는 '사람들'. 신화화된 가미카제의 이야기 뒤에 숨겨진 한 영혼의 진실한 외침과 끝나지 않은 일본의 군국주의적인 야욕을 말하는 '보내지 못한 편지'. 청계천의 강제철거 후에 옮긴 동대문 운동장에서마저 내몰릴 위기에 처한 힘없는 이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인사말 '메리 크리스마스 & 해피 뉴이어'..... 이상의 열가지 에피소드가 '지식 e'가 독자들에게 말하는 자신의 노여움입니다. 공감하는 이야기들이지만, 세상은 여전히 견고하게만 느껴진다고 말한다면 너무 나약한 모습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지식 e의 애(哀, melancholy). 번창하던 탄광촌의 영화를 뒤로 한 채, 이젠 모두에게 잊혀지져 버린 기차역 구절리와 탄광촌의 변신을 말하는 'Happy birthday to you'. 벗들과 할머니, 할아버지, 이웃들의 마음이 함께 오가며 담겨 있던 골목길에 대한 기억을 담은 '그 길'.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려는 성한 사람들을 막고, 자신들도 안전하게 지하철을 타게 해달라고 지하철을 막아선 시각장애인들의 모습을 통해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어느 퇴근길'. 어른들과 사회의 이기적인 꿈으로 인해 자신들의 삶을 담보 잡히고 허덕이는 초등생들의 고통의 소리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서 산다는 것'. 3.1 운동과 4.19 혁명, 한일회담 반대시위와 6월 민주항쟁의 역사를 통해 직접 행동의 마당이 되었던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전태일의 삶과 죽음 그리고 꿈을 생각하게 하는 '하루'. 서식지를 잃고, 애완동물로 팔리고, 식용으로 밀렵되며 멸종되어가는 야생동물들의 암울한 미래를 말하는 '미니는 어디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남루한 일상을 사진기에 담으며 그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품고 사는 작가 최민식의 이야기 '길 위의 인생'.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강제동원으로 끌려가 포로감시원이 된 조선 사람들의 삶의 질곡과 애환을 담은 '나의 살던 고향은'. 한국에 와서 정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보통사람'..... 애처럽기도 하고 눈물이 날려고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우리의 과거와 현실에 담긴 슬픔들입니다. 하지만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지식 e의 락(樂, delight). 영국밴드 첨바왐바가 신자유주의와 대처리즘에 시원한 하이킥을 날린 이야기 '이상한 밴드의 이상한 댄스음악'. 즐거운(?) 불협화음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사람의 노력과 열정을 들려주는 '아버지의 아들, 찰스 아이브스'. 행동과 표정으로 모든 것을 말하고 표현했던 찰리 채플린의 이야기 '주도 면밀한 희대의 사기꾼'. 노래하는 기적 스티비 원더의 음악과 삶 'He is wonder'. 쿠바 혁명과 함께 숨어버렸던 쿠바 음악의 살아있음을 보여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소박한 전설'. 시대를 너무 앞서간 비운의 천재, 빛의 화가 렘브란트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한 '렘브란트의 모델'. 김홍도와 신윤복, 그리고 우리의 풍속화에 대한 '화인열전'. 영원히 태극마크를 달고 42.195Km를 뛰고 결승점에 가슴을 들이댈 것만 같은 봉달이의 이야기 '2등 전문가 이봉주'. 듣는 이의 마음 속에 여백을 남겨 주었듯이 자신의 인생 나머지도 여백으로 남겨 버린 가수 김광석 '서른 즈음에'. 동화 속에 사는 어린이의 현실이 아닌 현실 속에 담겨있는 소재들로 동화를 쓴 영원한 어린이들의 동반자 권정생 선생의 삶과 꿈을 담은 '정생'..... 이 속에 담긴 즐거움은 단순한 것들이 아닌 듯 합니다. 눈물도 있고, 아쉬움도 있고, 가난과 고독과 배신도 함께 담겨 있는데, 그 안에 즐거워서 크게 노래할 만한 이유들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 우리 삶에만 한정시켜 생각한다면 훨씬 간단한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지식 e'의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세상살이의 희로애락은 그러한 단순함을 조금만 뛰어넘어 주위를 살펴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가끔 내 삶의 기쁨이 주변의 슬픔이 되고, 내 삶의 슬픔이 때론 주위에 기쁨을 선물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희로애락이란 바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이란 것도 바로 그런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러한 것들 중에 힘겨운 것은 나누어지고, 좋은 것들은 함께 나눌만한 넉넉한 사회, 건강한 사회가 바로 우리 이웃, 우리 나라의 모습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깃든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실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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