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사랑한 산
앨리스 맥레런 지음, 김동미 옮김, 최효애 그림 / 꽃삽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바위로만 이루어진 메마른 산. 어떤 식물도, 동물도, 새도, 벌레조차도 살지 못하는 외로운 산. 오로지 해와 달과 별과 구름, 그리고 비와 눈과 바람만이 스치고 지나가는 산. 누가 보아도 아무런 생명에의 기대를 가질 수 없는 모습입니다. 황량하고 거칠어서 외면당하고, 그러한 외면이 다시 황량함과 거친 모습으로 순환하는 그러한 산에 작은 새 한마리가 날아옵니다. 이름은 '조이'.... 산은 조이가 자신과 함께 머물기를 원하지만 이내 자신의 모습속에는 조이가 깃들만한 보금자리와 먹이들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여기서 살 수 없다면 언젠가 다시 와 줄 수 있겠니?'라는 산의 물음에 조이는 대답합니다. '.....그 동안 많은 산에서 쉬었지. 하지만 그 산들은 내가 오는지 가는지 관심조차 없었어. 꼭 다시 돌아올게. .....네겐 먹을 것이나 마실 것이 없으니 너랑은 몇 시간밖에 지낼 수가 없겠구나.' .... '몇 시간이라도 좋아. 너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난 정말 행복할 거야.' 조이는 산의 관심에 산을 위해서 봄마다 찾아 올 것을, 따뜻하게 인사를 하고, 그 위를 날아주고,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또 딸의 이름을 조이라고 짓고 자신이 죽는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조이가 영원히 산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함께 합니다. 메마르고 외로운 산의 생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서로의 관심과 사랑으로 발전한 순간입니다.  '네가 나랑 같이 있으면 좋겠어. 하지만..... 돌아오기만 해도 난 기쁠거야.'

 백년이나 반복되는 조이의 방문..... 그리고 산은 매번 물어봅니다. '나랑 같이 있으면 안 되겠니?' 조이나 언제나처럼 대답합니다. '미안하지만 안 돼. 내년에 또 올게.' 떠나는 조이를 보며 산은 가슴이 무너지고 메말랐던 곳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 눈물은 개울을 이루고, 이제는 조이가 찾아와도 울기만 하고, 조이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고는 인사말과 함께 다시 날아가 버립니다. 산의 사랑은 간절하기만 한데, 아직도 일년의 몇시간만 살아있는 생물과 마주할 수 있을 뿐입니다.

 어느 해, 조이는 씨앗 하나를 물고 산을 방문합니다. 여전히 울고만 있는 산은 그 조그만 씨앗의 의미를 알지 못하지만, 여전히 잘 참아내고 있습니다. 씨앗이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조그맣게 자라나기 시작하는 때도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산에 조이는 매년 씨앗을 날라오고, 나무가 자라고 곤충이 바람에 실려 나무들 사이에 머물게 됩니다. 이제는 산은 자신에게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알았겠지요. 그래서 이제는 기뻐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조이에게 묻습니다. '나랑 같이 있으면 안 되겠니?' 한결같은 조이의 대답은 '미안하지만 안 된단다. 내년에 다시 올께.'......

 시간이 지나고 이젠 산은 온갖 생물들이 깃들 수 있는 숲을 이루고, 먹을 것과 쉴 곳을 제공해 줍니다. 이젠 외롭고 황량함이 아니라 온갖 생명이 깃든 희망을 간직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이가 찾아 왔을 때..... 조이는 나뭇가지 하나를 물고 옵니다. 맨 처음 씨가 자란 나무에 나뭇가지를 내려놓은 조이는 말합니다. '..... 이제 너랑 영원히 함께 하려고 왔단다.'..... 

 사랑은 요란스러운 것도, 거창한 것도,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은 빨리 이루지 못해서 안달하는 것도,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토라지는 것도, 불쌍하다고 마냥 받아주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의 시작은 산이 조이에게 보였던 작은 관심과 같은 것일 수 있고, 조이와 같은 관심에 대한 정성스런 반응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은 그러한 처음 마음을 이어가며, 언제나 모든 것을 참고, 믿고, 바라며 견디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사랑은 산과 같은 변함없는 관심과 자신의 마음을 여는 마음과 기다림, 그리고 조이와 같은 묵묵한 방문과 씨앗을 뿌리고 노래를 불러주는 것 안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열매는 산에 번성한 모든 나무와 벌레와 짐승들, 그리고 조이와 산의 앞날에 담긴 희망이겠지요..... 또 중요한 것 하나는, 그러한 사랑의 씨앗이 나와 아이들과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온전히 담겨 있다는 것일지 않을까요..... 덧붙여, 이야기 속에 담긴 의미만큼이나 그림이 예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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