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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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 -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 매일 늦는 남자
앤 가드 지음, 이보연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습관 하나쯤은 가지고 있겠지요.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한번 몸에 배인 습관이 얼마나 끈질기게 그 사람을 따라 붙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좋은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이야기는 먼지 쌓인 고전에서부터 요즈음의 자기 계발서들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테마 중의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습관이나 버릇이 없는 것에 대한 판단은 관습적으로 내릴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범주에서 판단하는 것이 애매하거나 너무 사회의 관습에 얽매인 것들일 수도 있습니다. 즉 그러한 습관이 말하는 진정한 의미보다는 그 사회가 바라는 규율에 맞춰 여러 행동을 해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활짝 웃는 얼굴이 때로는 반가움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아무런 감정을 담지 않은 형식적인 것일 수도, 때로는 야망이나 비수를 숨긴 가식적인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그러한 웃음을, 웃는 얼굴 자체로 바라보지 않고, 그안에 담긴 의도나 배경을 벗겨보려고 하는 것이 심리학이라는 학문의 역할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 책은 바로 우리의 습관을 있는 그대로 무감각하게 바라보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가치나 관습에 얽매여 판단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하는 책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분석이 프로이드의 Id 이드, Ego 에고, Superego 수퍼에고 라는 아주 초기의 정신분석학적인 수준에서 별로 진전하지 못한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는 점입니다. 이론과 실험과 결과를 딱부러지게 설명하고 구현해 낸 심리학적인 이야기들에 익숙해진 내 경향의 문제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저자가 전문적인 심리학자라기 보다는 자신의 영역에 심리학의 몇가지 학설을 차용하였거나 자신이 이해한 심리학의 범위안에서 여러가지 사실을 분석하려한 것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여간 책이 제시한 주제들은 무척 흥미로웠지만, 내용은 조금 서툴다(?)는 또는 세련(?)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에 대한 책이나 꿈의 해석 등을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 이것은 내 생각에는 어떤 강박적인 관념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책이 말하는 내용도 비슷한 내용들입니다. 무엇을 시키면 자꾸 꾸물거리는 아이들, 내 생각에는 아이들이 그러한 명령에 소극적인 반항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책에서도 비슷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약속에 늦는 사람들, 내가 보기에는 그 사람들은 약속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경우입니다. 책에서도 그리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중심적인 안하무인의 사람이나 시간에 대한 관념이 없이 행동하는 사람도 그럴 수 있다고 하니 반만 맞은 셈입니다. 이렇게 조금만 생각하거나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만한 내용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좀더 들어가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코를 고는 사람, 내 생각에는 심리적인 것보다는 비만이나 비염 등의 육체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변화에 대한 거부가 주된 심리적인 이유라고 말합니다. 어! 조금씩 내 생각과 빗나가기 시작합니다. 코를 파는 행위, 글쎄 내겐 이것에 대한 심리학적인 이유를 말할만한 지식이 없습니다. 책에서는 지각을 나타내는 코를 막은 코딲지를 제거하는 것은 자신을 괴롭히는 감정적, 육체적 장애물을 청소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기발하다고 할까? 아니 조금 멍하게 만드는 면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청력 장애나 치매, 난 노화에 의한 기능 장애이거나 뇌에 생긴 이상에 의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청력 감퇴는 듣고 싶지 않아서 귀를 닫아버린 것으로, 치매는 자신의 가치가 무너진 상태에서 현실을 벗어난 도피처로, 그리고 여러 증상을 통해서 주변을 통제하거나, 어린애같은 행동들로 다시 보살핌과 안전과 사랑을 얻기 위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실질적인 질환으로서의 치매를 인정하는 선에서 그 배후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그런 질병의 이면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일에 심리학을 가져다 붙이면 그럴 듯한 해석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불온한(?) 생각이 함께 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습관에 드러나는 속마음을 읽어 낸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주제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행동에 적용해서 그 사람을 이해하고, 속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유혹을 넘어선 우세를 점할 수 있는 권력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것은 그러한 불온한(?) 의도보다는 우리가 깨닫지 못하며 살던 습관의 여러 면모를 들여다보고 잘못되었거나 고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과감히 개선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정도일 것 같습니다. 습관이 말하는 의미와 내면의 상처나 불안 등을 이해하게 된다면 그것을 왜 고쳐야 하는지, 어떻게 접근해서 고칠 것인지에 대한 훨씬 그럴 듯하고 실질적인 대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이 말하는 습관에 대한 여러 해석은 단 하나의 진실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의 그럴 듯한 일면이거나,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열린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책의 내용만으로 어떤 습관을 정형화해서 이해한다면 이것은 또 다른 나쁜 습관의 시작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나를 완전히 이해하고 나의 습관을 완전히 알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습관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좀 더 알게 되었다는 정도로 만족한다면, 아마도 생활에 의미있는 변화를 줄 수도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