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
브루스 E. 헨더슨.조지아 가이스 지음, 김정환 옮김, 장보형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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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미국이라는 한나라의 찻잔속의 태풍정도로 치부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이제는 바다를 건너 전세계에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잦아들 듯 하면 다시 터지고, 가라앉은 듯 하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여 이젠 단순히 넘어가지 않을 위기라고 모두가 인정하고 긴장하는 국면인 것은 분명합니다. 아직도 어디까지 여파가 미치고, 언제까지 전전긍긍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고, 그로 인한 공포감이 더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바다건너 우리에게까지 폭풍의 위력을 실감하게 해 주는 서브프라임 위기의 내용과 원인, 그리고 영향과 그에 대한 대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금융 전문가나 경제 전문가가 아닌 저널리스트인 관계로 책의 내용은 복잡한 전문적인 용어들 없이 일반인이 편하게 읽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위기를 단순한 금융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해석하기 보다는 그보다 더 광범위한 사회적인 문제로 접근 -미국인들에게 만연한 쉽게 벌고 쉽게 쓰기라는 안이한 생각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색이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위기란 신용이 낮거나 신용이력에 결함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대출금리의 인상으로 인한 연체의 증가에서 촉발되어 이와 관련된 금융권에 연쇄적인 부실을 초래한 일련의 사태를 일컫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금융권의 부실이라는 것이 단지 대출을 실시한 은행이나 금융기관만의 부실이 아니라 그러한 대출을 담보로 증권화한 여러 파생상품들이 광범위하게 거래되어 그와 관련된 기관들의 천문학적인 손실과 부실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과 결국은 그러한 금융권의 공황이 실물경제에까지 이르러서 막대한 피해를 일으킬 것이라는 자명한 사실에 있습니다. 새로운 금융기법이라고 각광받으며 등장했던 여러 금융상품들이 올가미가 되어 미국만이 아닌 세계의 경제를 옥죄고 있는데, 저자들은 그러한 위기의 시작을 크게 세가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경제적인 면에서 신용이란 정직과 신뢰의 가치 위에 세워진 것인데, 서프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경우 상환능력 등을 고려한 엄격한 대출이 무시되고, 자산 거품에 편승하여 그 규모를 계속 늘리며 탐욕을 앞세운 나머지, 기본이 되는 정직과 신뢰라는 가치가 붕괴되고, 결국 신용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미국적인 전통이라는 측면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 되는 내집마련이라는 꿈 또는 집착과 연관되어 있는데, 이러한 집착으로 인한 수요의 증가와 자산가격의 폭등이 결국 지금의 부동산 버블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이러한 상황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는, 저소득층에도 주택 취득의 기회를 제공한 '경제평등주의', 이를 위한 '금융완화정책', 그리고 이런 틈을 타고 일어난 사람들의 탐욕에 기인한 기회주의를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지적한 이러한 원인으로 인한 이번 위기의 얼굴을 보여주는 실제 위기의 진행상황과 이로 인한 개인들의 피해사례들은 서브프라임 위기가 실제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평범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들은 원인으로 지목된 것들의 정상화 과정과 가치관의 재정립이라는 큰 그림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자들이 말하는 해법보다 더 직접적인 해법은 미국정부가 나서서 내놓겠지만, 근본적인 면에서의 건강한 기반은 저자들의 주장에 기초한 것들이리라는 생각입니다.

 책의 말미에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해제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에게 미칠 여파와 우리가 고려해야할 문제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인데, 곰곰히 읽고 새겨야 할 이야기들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시작된 이번의 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따라가기에 바쁜 우리의 여러 측면에서의 무대책한 모습들에 대한 반성과 고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하고 더욱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입니다. 공포심마저 조장하는 신문과 방송에 난무하는 위기론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이러한 시기에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그러한 두려움을 대하고 헤쳐나가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것들을 생각하고 새길 수 있는 책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해결책을 다 보여주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 수 있을 정도의 해법을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아마 그것은 기나긴 인내의 시간만이 보여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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