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뇌를 믿지 마라 - 일상을 뒤흔드는 건망증의 위험과 기억력의 비밀
캐서린 제이콥슨 라민 지음, 이영미 옮김 / 흐름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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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망증과 치매, 사람들에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자연스런 변화라고 인정하기에는 너무도 공포스러운 두 단어가 아닐까 합니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치매환자의 이야기는 이젠 사회문제의 일부로 취급될 정도이기도 하고,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하는 기억력의 감퇴나 인지능력의 저하는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 이상의 두려움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사실인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심각함과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개척 신대륙처럼 느껴지는 뇌, 그리고 기억이라는 기이한 뇌의 작용에 이르러서는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라는 고백이 자연스러운 태도입니다. 물론 옛날보다는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아직도 만족스럽거나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더 솔직한 자세이지 않을까 합니다. 저자 역시 나이들면서 생기는 기억력의 장애와 건망증으로 어려움을 겪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치매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던 저널리스트입니다. 다른사람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러한 과정을 단순한 나이 들어감의 과정으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현대의학의 발전속에서 해결책을 찾아나선 용기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력 장애에 대한 진지한 관심은 곧 방대하기도 하고 서로 뒤엉켜있는 미로같은 기억력과 건망증과 치매라는 뇌과학의 영역속으로의 흥미진진한 탐험으로 이어집니다. 그러한 탐험속에서 저자는 스스로가 피험자가 되어 여러 프로그램과 실험에 참여하고, 때로는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실제 체험했던 사실들과 여러 처방이나 프로그램의 효과, 새로운 사실들에 대한 깊이있는 내용을 이 책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용중에서 중요한 것은 기억력의 장애를 단순히 나이 들어가는 현상이라고 수동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는 것,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훨씬 나아지고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이야기들이겠지요.  

 뇌와 기억력이라는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탐구서이지만, 저자가 이 분야에서 허우적(?)거리던 전문가가 아닌 자신의 현실 문제가 된 기억력 장애와 건망증을 가지고 부딪히며 탐사해 가는 저널리스트인 관계로 편견없이 다양한 분야를 들쑤시며, 여러 분야의 흥미로운 사실들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의사나 뇌과학자 등의 전문가였다면 의학에서 받아들이기를 꺼리는 몇가지 분야에 대해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거나 연구결과를 설명할 때면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들로 가득 채웠을 사실들을, 일반독자와 동일한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내용을 알아듣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습니다. 물론 어쩔수 없이 사용하는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저자의 탐사는 자신의 뇌와 기억력에 생긴 문제에서 시작됩니다. 예민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면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들을 하나 둘 잊어먹고 빠뜨리면서 생기는 좌절과 낙망의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의 뇌에 일어난 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이 책의 시작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뇌사진을 찍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여 여러 영양제나 음식물을 시도하고, 기억력 향상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면서 자신이 체험한 여러가지 것들의 효과를 나름대로 판단하고 정리하고 있는데, 실제 저자가 체험한 것들에 대한 표현인 관계로 단순한 이론적인 실험의 결과를 해석한 이야기들보다는 훨씬 우리 귀에 가깝게 다가옵니다.

 저자가 밝히는 뇌에 관한 지금까지 알려진 진실들 중에는 관심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스트레스나 우울증으로 인한 기억력의 손상과 스킨십에 의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의 강화, 여성들의 폐경기 치료의 주요한 방법이었던 호르몬 요법의 기억에 대한 기여, 가벼운 뇌진탕도 기억력 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 그리고 처방을 받아 먹는 여러 치료약물들이 인지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등을 막연하던 지식에서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가진 사실로 확인시켜 줍니다. 또한 명상이나 수면학습, 먹고 마시고 만지는 환경을 바꾸는 것의 유용성과 한계, 마지막 장의 건강한 뇌를 위한 생활 습관에 소개된 여러 질병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법이나 치매를 조기진단하고 대처하기 위해 현재의 진단기준이나 방법이 개선되어야 할 필요성과 자각증상의 중요성, 그리고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습관으로서 의미있는 것들에 대한 언급 등은 저자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정보와 희망을 담아주는 선물 보따리와 같을 듯 합니다. 물론 저자가 소개한 내용들은 이제까지 알려지고 주장되기는 하지만 확립되거나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은 발전과정에 있는 내용들이기에,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억력 장애나 건망증이라는 중년에서 노년에 걸쳐 찾아오는 불청객으로 인해 당혹스러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막연한 불안에서 벗어나 불청객의 정체를 좀더 명확하게 파악하고,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 등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듣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단순히 쓸모없어진다는 것이 아닌, 밝고 행복한 삶의 여정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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