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
셰퍼드 코미나스 지음, 임옥희 옮김 / 홍익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하얀 백지위에 자기가 바라고 생각한 것들을 글로 메꾸어 간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고 흥분되는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나 글쓰기가 즐거움보다는 일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는 고역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 글을 써내려가는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자유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남들에게 내보이고 읽힐 만큼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분신을 하나 세상에 내 놓았다는, 자신의 존재의 흔적을 남겼다는 그러한 기쁨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거창한 제목이 아니더라도 오래된 자신의 글을 다시 되찾아 읽어 본 기억이 있는 이라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순간순간 여백을 채워가며 남겨둔 글의 의미가 자신의 삶에서 어떤 것이였는지.....

 이 책은 이미 어떤 형식으로든 글쓰기라는 수단을 통해서 자신의 삶의 일부를 구축하며 살았던 이들이 겪고 느꼈을 만한 일들을 조금더 체계적으로 정리한, 글쓰기를 통한 몸과 마음과 영혼의 치유라는 영역으로의 초대글입니다. 어떤 과학적인 실험이나 데이터에 기초를 둔 이론서라기 보다는 저자 자신의 경험과 글쓰기 워크숍 등을 통해서 배운 내용들에 바탕을 둔 체험적인 사실들의 기록이자 정리이기에 이성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인 면이 강하게 묻어나기도 하는데, 이것은 일반적으로 논문 등의 글쓰기와는 다른 일기쓰기의 특성을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논문을 쓰는 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매일매일 자신의 삶의 기록을 자신의 언어로 남기는 글쓰기에 대한 여러가지 것들을 말하고 있으니까요. 50여년 동안의 일기쓰기를 통해서 글쓰기가 지닌 다양한 장점을 체험하였다는 저자는 '왜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글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고 사람마다 제각각의 답이 있을 수 있는 물음이지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육체적 이점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서적 이점, 정신적 이점, 영적인 이점, 통합적 이점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타당한 이야기인데 그 중에서도 '자아발견의 지름길'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배가 정박할 때 내리는 닻처럼, 인생의 여러 순간순간, 기쁨과 슬픔과 환희와 낙망의 순간들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바탕이자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한 말인데, 조용한 글쓰기의 시간이 자신의 가식없는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는 면에서 충분히 공감이 가는 표현입니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처음부터 모든 글쓰기가 우리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을거라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첫부분을 글쓰기의 효용에서 시작하여,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여러가지 어려움을 헤치고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장점이 있지만 남을 의식하지 않고 순전히 자신과 대면하고 그 내용을 백지위에 옮기는 인내의 시간이 지속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에 시작하는 순간에서부터 지속할 이유와 명분을 읽는이로 하여금 새길수 있게 하기 위한 저자의 배려인 듯 합니다. 두번째 장에서는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여러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는데, 저자 자신과 여러 사람들의 경험과 연구 결과 등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와 네번째 장은 글쓰기를 하면서 주제를 삼거나 소재로 삼을 만한 내용들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진지하게, 그리고 조금 더 다양하게 글쓰기를 시도할 수 있는 소재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용들입니다.

 이 책은 그냥 한번 읽는 것만으로는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글쓰기라는 주제로 그 과정에 담긴 치유의 힘과 인생의 여정에서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에 그러한 체험을 위해서는 최소한 3개월정도를 진지하고 꾸준하게 글쓰기를 이어가야 한다고 저자는 권유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의 참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만큼의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이겠지요..... 삶의 행복과 풍요로움을 물질에서 쫓는 습관에 익숙해지는 현대인-나를 포함한-에게 저자는 아마도 가장 고전적인 방식 하나를 소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인생의 행복과 풍요의 무지개는 우리가 무리지어 쫓아가고 있는 그곳이 아니라 글쓰기와 같은 도구를 통해 자신의 내면과 충실히 마주하며 다져진 세월속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그리고 풍요를 바라는 이라면 이제라도 다시금 시작해 볼 일입니다. 글쓰기라는, 바쁜 현대인에게는 특이할 수도 있는, 바다로의 항해를.....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의미있는 평가는 다 읽은 그 시점보다는 그 항해 도중 어디에선가에서 더 명확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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