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이진 옮김 / 이레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의 5단계> 부정과 고립 - 분노 - 협상 - 우울 - 수용 ..... 심리학 시간(?), 죽음에 대한 강의에서 배웠던 내용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질병이나 기타 원인에 의해서 시작된 죽음의 과정이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진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설명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마도 가장 전형적인 과정을 거치는 사람들을 고른다면 말기암 환자들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고, 또한 내놓고 의견을 나누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죽음의 과정에 있는 사람과는 더더구나 피할 수 밖에 없는 주제일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도 제대로 모르고, 그러한 특성으로 인해 오는 죽음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반응을 생각해 본다면, 죽음 자체에 대해서는 아니더라도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분명 필요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는 것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터부시하는 주제였고, 아마도 그러한 편견이 그러한 과정을 겪는 환자들에게 더 나은 삶이나 임종의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어찌보면 자신의 벌거벗은 존재와 마주하며 두려움과 외로움, 분노 등을 가득히 담고 있을 이들이 바로 죽어가는 이들이고, 가장 많은 부분에서 이해와 도움을 받아야 할 이들이지만 그러한 과정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죽어가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죽어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들려주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내용입니다.  

 저자는 죽음과 죽어감이라는 주제를 너무 무겁거나 무서운 척하지 않고도 진지하게 다루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환자들에 대한 접근이 죽음 자체보다는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이들에 대한 이해와 도움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결국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의미있고 평안하게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면서 많은 문제들을 풀면서 살듯이 죽음이라는 좀 더 특이한 문제를 여러사람의 이해와 도움, 상호작용을 통해서 짐을 더 가볍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엿볼수가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어느 한 존재가 세상에서 지워져 간다는 것이지만, 그러한 과정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그를 둘러싼 가족과 가정, 이웃들과 연관된 사건이라는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책에 언급된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듣게 됩니다..... 일반인이라면 죽어가는 사람이나 임종의 순간, 또는 임종 직후의 모습을 대하는 것은 일생을 통하여 열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예외적으로 특별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라면 수도 없이 그러한 죽음의 순간을 맞닥뜨릴 수 있겠지요. 의사나 간호사, 호스피스 종사자 등 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내용으로 본다면 일차적으로는 그러한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고, 또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있는 환자나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여 죽음을 앞에 둔 환자들과의 열린 마음으로 나눈 대화들을 통해서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미래의 우리의 모습이겠지요....- 보여주고, 금기시 하던 영역에 대한 귀한 보석꾸러미를 엮어서 사람들에게 선사해 준 저자에게 많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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