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족을 믿지 말라 스펠만 가족 시리즈
리저 러츠 지음, 김이선 옮김 / 김영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딸의 방을 도청하는 부모, 딸의 남자 친구의 신원조사를 마다하지 않고 또한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거리낌없이 미행하는 어머니, 가족들을 미행하여 약점을 잡고 금품을 갈취(?)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협상을 이끄는 여동생, 변호사답게 한없이 잘난척 잔소리를 해대고 협상에 자신이 있다는 듯이 가족과의 관계에서 이런 저런 협상을 남발하지만 여전히 완전한 남자의 면모를 과시하는 오빠, 그리고 미행하는 부모의 차에 거침없이 망치질을 해대고 도청에 반항하여 마약하는 장면을 꾸며대는 주인공...... 어찌보면 이 가족은 사립탐정이라는 가업만큼이나 자신들의 가족관계에도 가업정신을 훌륭히 적용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하는 사립탐정세계의 이런저런 일을 거들게 되고, 커가면서 점점 더 많은 일과 역할 분담을 하게 되면서 몸에 배인 습관이 자연스럽게 가족관계에도 표출되고 있으니까요. 물론 부모들도 자신들이 일을 처리하던 방식대로 자식들과 관계되는 일에 대응하게 된 것이 이렇게 불량하고 콩가루 같은 가족의 모습으로 이야기되게 된 것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아마도 부모가 교사나 의사 또는 기타 그럴듯한 모양의 직업을 가진 이들이고, 그들이 자신의 직업적인 면모가 가시지 않은 모습으로 자기 가족들의 문제들을 대하고 처리해 간다면 이리 꼴사납다고 느끼지는 않았을텐데...... 하지만 어찌하겠습니까?......     주인공의 부모는 이미 사립탐정의 길에 들어서 그러한 삶이 몸에 밴 베테랑들이고, 그들의 자녀들도 그러한 세계에 중독된(?) 사람들이니, 그들의 방식대로 사랑하고 서로를 위할 수 밖에...... 그러한 내력이 바로 이 가족이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고, 미워하고, 도망치고 싶어하는 근본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상에는 존재하는 사람들의 숫자보다는 적겠지만, 그만큼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가족의 삶의 모양은 각 가족 구성원의 특징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이웃과 사회, 문화와 국가의 차이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하게 되겠지요. 이 책의 이야기만큼 별난 직업을 가진 별난 가족도 있을거고, 하루세끼 챙겨 사는 것으로 자족하는 평범한 가족들도 있을 겁니다. 각각이 다른 모양의 생각과 가치관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이고, 또한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돈독함에 기대어 일체감을 느끼며 마음의 평안을 구하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그들 각각의 이야기를 책으로 기록한다면, 주인공의 가족만큼 별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더라도, 훌륭하게 한권의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이 들려주는 가족의 이야기가 흥미롭기는 하지만, 가족의 가족다움을 회복하기 위해서 가출한 여동생 레이의 이야기와 그 과정을 통해 다시 가족이 하나가 되는 이야기의 결국을 대하게 되면, 결국 결론은 하나 '바로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라는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고나 할까요.....

 이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우리네 가정사에도 이 가족의 이야기에 못지 않은 갈등과 오해와 방황, 그리고 때로는 미움까지 배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등 돌리고 외면하며 서로의 영혼에 깊은 생채기를 내기도 할거구요. 하지만 대부분 -물론 모두라면 좋겠지만 다는 아닐것 같습니다-은 그러한 갈등과 오해와 방황과 미움, 그리고 생채기를 한 가족이라는,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 안에서 이런저런 모양으로 해결하고 한울타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해야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가족의 이야기가 조금 독특하긴 하여도, 자신들의 삶의 현장에서 한 가족으로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또한 알아가는 과정에 대한, 한 가정이 성숙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가족이 별나 보여도 결국 커다란 의미에서의 가족은 바로 그런 것이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우리의 각 가정의 모습의 한극단을 비취는 거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나와 여러분의 가족도 이 가족만큼이나 그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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