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철학자 50
夢 프로젝트 지음, 박시진 옮김, 배일영 감수 / 삼양미디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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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어떤 책을 처음 손에 들게 되면, 거기서 뭔가를 얻게 될 거라는 기대감에 충만하게 됩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물론 이 책도 그런 기대감 -실제로는 나보다는 나의 아이들에게 들려줄 가치가 있을까 하는 판단을 위한 책읽기가 먼저이기도 하지만- 을 가지고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세계의 철학자 50명의 사상을 꿰뚫을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순진한 생각이 우선이었고, 내가 읽고 나면 나중에 아이들에게도 자신있게 들려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뒤따랐던 시간이었지요. 그리고 많은 책들을 읽고 나면, 한편으로 뭔가 얻은 것이 있지만, 허전함이 더 많이 남았던 기억만큼이나 이 책도 그런 허전함, 나의 부족함을 더 느끼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4-6페이로 방대한 철학자의 일생에서부터 각자의 독자적이고 깊이 있는 사상을 파헤치고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나 기대 자체가 어찌보면 우스운 일이었겠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이 책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말은, 철학 개론서나 철학 소개서라기 보다는 그동안 인류의 역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철학자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서라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이라는 말입니다.

 저자가 소개한 철학자들은 이미 교과서나 다른 매체들을 통해서 귀에 익은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최초로 철학을 시작한 탈레스를 비롯한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에서 시작하여, 소피스트,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서 아우구스티누스, 토머스 아퀴나스로 이어지고, 다시 근세 (프란시스 베이컨, 데카르트, 토머스 홉스, 파스칼, 루소 등)와 근대 (칸트, 헤겔,쇼펜하우, 키르케고르, 벤담 등)의 철학자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철학을 뛰어넘은 마르크스, 프로이드, 니체 등의 사상의 선구자들이 소개되고, 자크 라강,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등으로 대표되는 포스트모던의 사상가들에 대한 소개가 뒤따릅니다. 마지막장에는 동양의 철학자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는데, 석가모니에서 시작하여 공자와 노자, 장자, 맹자, 순자, 원효, 이황과 이이, 사이쵸와 구카이에 대해 소개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의 이름은 귀에 익은 만큼 그들의 사상에 대한 친밀감을 느끼게 만드는 이도 있고, 아마도 이 쪽에 한번이라도 심취했던 사람이라면 이 중의 한두 사람의 저작은 한 번쯤 파고들며 읽었을 것입니다. 물론 막연히 들어 알고 있거나, 교과서로 배웠던 이들에 대해서는 그만한 친밀함도 그들에 대한 앎의 깊이가 없음도 사실이구요. 다만 이 책을 통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던 이름들에 대한 좀더 지식거리를 늘릴 수 있었다는 것은 이러한 책이 주는 장점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어찌보면 이 책은 제목처럼 우리가 살아갈 때 품고 갈 상식 몇가지를 늘려 주는 것으로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거기서 더 바란다는 것은 욕심이겠구요. 이 책을 읽고  철학자체에 대해 깊이를 더하게 된다거나 철학하는 방법이나 욕구를 채울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철학자들이 자신들의 일생을 걸고 추구했던 것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듣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잘 모르던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해서는 그들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일생 씨름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간단하나마 몇가지 지식 꾸러미를 챙길 수 있기도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한 철학자의 일생에 걸친 작업을 단 몇페이지로 깔끔하게 정리해 낼 수는 없는 일이겠기에, 이 책에는 그만큼의 역할만 기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청소년들에게도 전체 철학사를 관통하는 인물들에 대한, 그리고 그들의 사상에 대한 간결한 소개서 정도로 권장될 만한 책이 될 듯합니다. 더 바라는 것은 책을 읽은 이들이 이만큼의 상식으로 만족하여 철학을 아는 듯이 떠들지 말고, 좀더 깊이 있는, 자신과 자신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시작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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