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 화폐전쟁 1
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만약 미국인이 끝까지 민간은행으로 하여금 국가의 화폐 발행을 통제하도록 둔다면 이들 은행은 먼저 통화 팽창을 이용하고 이어서 통화 긴축 정책을 써서 국민의 재산을 박탈할 것이다. 이런 행위는 어느 날 아침 그들의 손자들이 자기의 터전과 선조가 개척한 땅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은 깨달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토머스 제퍼슨-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에 걸쳐 <대국굴기>라는 중국의 한 텔리비젼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며 책으로도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지난 몇 세기에 걸쳐 경제적으로 -군사적인 힘도 배제할 수 없겠지요- 세상을 호령했던 대국들에 대한 중국인의 시각에 의한 연구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 내용을 통해서 저들의 야망이랄까 속내를 읽으면서 저들이 바라는 중국의 미래에 대한 것들을 나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의미로는 앞선 경제대국들을 배우자는 것이지만, 진정한 속내는 그들을 극복하고 중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는 세상을 세우자는 것이겠지요. 한데 책장을 넘기며 남는 음습함은 아마 저들도 그들과 다름없는 동일한 대국의 길-힘을 앞세운 무자비한-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는가에 대한 염려 비슷한 감정들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에 읽었던 '대국굴기'라는 책이 생각나는 것은 책의 의도가 서로 비슷한 면이 있다는 점에서인듯 합니다. 세계의 경제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금융강국, 화폐와 금융의 중심으로 자리잡기 위한 중국인으로서의 고민과 전략이 담겨 있다는 의미에서 입니다. 내용을 더듬어 보면, 과거의 화폐와 금융시장의 발전(?)을 철저히 국제은행재벌들의 화폐발행권 확보와 금본위제의 폐지 등을 위한 음모론적인 관점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결국 그 끝은 그러한 금융시장의 안보이는 세력들을 제어하고 중국의 위안화가 과거의 파운드화나 현재의 달러처럼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고 진정한 국제화폐로서 역할을 하기 위한 전략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찾기와 일깨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대도무형의 초특급 부호 로스차일드 가문의 부흥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자가 음모론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국제은행재벌의 대명사로 지칭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과 이들의 유럽에서부터의 행적이 저자가 말하는 음모론의 전개와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18세기후반 일찌기 은행업에 뛰어든 로스차일드 가문의 형제들이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유럽의 주요 공업국가에 부를 축적하고 화폐 발행 권리를 교묘하게 취득하면서 시작된 화폐를 둘러싼 음모와 전쟁은 미국으로 넘어가서는 민영중앙은행의 설립과 화폐발행권의 각축, 금본위제의 폐지 등을 둘러싸고 링컨 대통령과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그리고 최근의 레이건 대통령의 피격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두차례의 세계대전과 미국의 경제대공황, 뉴딜정책, 유럽 및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의 경제 위기-우리나라의 외환위기도 포함하여-도 모두 국제은행재벌의 철저한 음모와 사전모의를 통한 부의 탈취과정으로 해석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뒷받침하는 세력으로는 국제금융재벌이 설립한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와 미국외교협회를 핵심조직으로 하고 이에서 파생된 경제분야의 빌더버그 클럽(Bilderberg Club)과 정치쪽의 삼각위원회(Trilateral Commission)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들의 방대한 인맥과 영향력을 통해서 국제은행재벌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원대하고 대담한 목적-극소수에 의해 통제되고 정치 및 세계경제 체제를 주도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구축이라는-을 세우고 실현하고자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음모론의 결국은 국제은행재벌이 궁극적으로 한 나라의 화폐발행권을 넘어서 이제는 세계의 경제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면서 해체'해서 자신들-런던의 금융가와 월가-가 축이 되어 통제하는 '세계정부'와 '세계화폐' 및 '세계세금' -저자는 현재의 화폐를 채무화폐로 규정하는데 이유는 현재의 발행화폐들이 기본적으로 금은본위제에 충실한 실질화폐가 아닌 미래의 국민의 세금을 담보로 발행되는 법정화폐이고 이러한 미리 당겨서 쓰는 채무에는 반드시 이자가 따르고 그것 또한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진다는 의미에서의 세금- 체제를 완성하는 것이라 것입니다. 그러한 목적으로 그들은 각 나라의 화폐 발행권의 장악에서 시작하여, 금본위제의 폐지를 위한 집요한 노력, 그리고 자신들의 목적에 반하는 도전적인 정치인이나 나라, 체제에 대한 과감한 공격과 제거를 은밀하게 실행하곤 했는데, 그러한 과정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음모론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은 이러한 음모론은 달러를 기축화폐로 삼아 세계를 지배하려는 세력이 부단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겠고, 음흉한 세력의 다음 표적은 당연히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며 자신들의 기반을 흔들고 있는 중국으로 귀결될 수 있겠습니다. 저자가 정말 말하고 싶은 내용도 단순한 음모론의 제기보다는 바로 현재 중국이 처한 그러한 상황에 대한 급박함을 전하는 것이겠고, 또한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과 처방을 알리는 것이겠지요. 저자가 말하는 기존의 화폐제도의 문제점은 채무화폐-미래의 국민세금을 담보로 발행된 법정불환지폐로 일종의 차용증서일 뿐이며 끊임없이 이자를 발생시킨다-라는 점, 금은본위제의 폐지, 부분 지급준비금 제도를 통한 과도한 통화팽창, 통화팽창을 감추기 위한 수많은 파생상품들-저자는 이를 사기라고 하고 있습니다- 등을 지적하고 있으며, 달러와 같은 채무지폐는 결국 언젠가는 과도한 통화팽창으로 인한 달러 범람을 통해 마지막까지 부풀어진 거품이 터지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달러는 아무런 실질가치가 없는 '차용증+약속'이라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달러 거품의 치명적 급소인 신용 -'차용증+지불약속'이라는 면에서-의 위기를 단박에 제압할 수 있는 절대고수로 과거에 왕좌에 있었으나 이제는 연금당한 채 금융세력에 의해 고의적으로 외면당해 왔던 '황금'이라는 실질가치를 지닌 화폐의 제왕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저자가 말하는, 중국이 눈앞에 다가온 국제금융세력 또는 자본세력과 일합을 겨루고 세계 화폐의 중심에 서기 위한 처방은, 달러와 같은 채무를 바탕으로 하는 화폐가 아닌, 일반 위안화와 금과 은을 기축으로 하는 위안화의 '이중 병행제 화폐 체계'를 수립하고 꾸준히 금을 모아들이는 것이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안정적이고 실질가치를 지닌 화폐 시스템을 정착하여 나간다면 금과 은으로 교환가능한 위안화가 당연히 세계 금융업계의 관심의 초점이 되고, 과거의 파운드나 달러가 그랬듯이 세계에서 가장 튼튼하고 강한 화폐가 되고  자연스럽게 달러 이후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입니다.

  길이의 단위도, 무게의 단위도, 부피의 단위도 현명한 사람들의 생각 덕분에 과거에도 오늘에도 동일한 길이요 무게요 부피가 됩니다. 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금본위시대에는 화폐의 가치도 그러한 도량형의 동일함과 비슷하게 시간이 흐른다고 그 가치가 크게 훼손되거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서 수십 퍼센트씩 가치가 감소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서로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이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화폐제도가 도입되고, 화폐발행이 남발되면서 통화팽창과 수축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어제의 1달러가 오늘의 1달러가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우리주위에서도 이제는 다시 마이너스 금리시대니, 인플레이션의 공포니 하는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한 내용들은 상당부분 이러한 사소한 것 보다는 보다 원대하고 거시적인 내용들이겠고,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음모론에 치우친 분석들도 있다는 느낌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금융의 깊은 분야에까지 지식이 이르지 못한지라 그러한 느낌은 느낌대로 남겨둘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겠고, 다만 내게는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폐의 실체를 다시금 생각해보고, 그러한 화폐를 둘러싼 여러 세력들의 각축을 나름대로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화폐를 기본으로 구축된 내가 깨닫지 못하던 시장과 경제의 일면을 알게 되었다는 것 등 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