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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조선왕조실록 - 조선왕조실록으로 오늘을 읽는다
이남희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과거와 현재의 대화',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비롯된, 먹물을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곱씹었을 역사에 대한 간단명료한 정의입니다. 그리고 이 순간 그 간단명료한 정의가 머릿속을 스치는 것은, 이 책이 그 말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라고 할만하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디지털화 작업을 통해 <국역 조선왕조실록 CD-ROM>이 보급되고, 일반인들도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서 방대한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면에서 어려운 한자속에 파묻혀 있던 조선의 생생한 역사가 우리곁에 다가섰는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그러한 역사와 우리가 대화하는 방식에 대한 한가지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방대한 자료에 대한 지식이 우선되어야 겠지만, 저자 자신이 그러한 과거속으로 들어가 구체적인 오늘의 현실을 비추어 보고, 답을 구하고자하는 진솔한 대화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가 과거 역사의 성공과 실패 통해서 오늘 우리에게 닥친 현실의 질곡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얻는다는 것, 과거의 역사에서 배운다는 것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과 자각을 하게 합니다.
조선의 법과 정치, 무역과 경제, 사회와 유교, 문화와 생활로 나뉘어진 내용은 각각 일곱 꼭지의 우리의 현재와 연관시켜서 생각해 볼만한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일본의 독도에 대한 반복되는 영유권 주장과 잠시의 논란으로 끝났지만 미국의 독도에 대한 주권미지정이라는 애매한 태도로 인해 우리 온 국민의 혈압이 몇계단 올라간 사건이 있었는데, 사회와 유교편에 실린 '독도는 우리 땅 - 울릉도의 아들 독도'를 통해서 저자는 역사적 그리고 문헌학적으로 독도의 영유권에 대한 타당성과 건설적인 한일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매사에 흥분하기를 잘하지만 정작 냉정하고 논리적인 대응에는 항상 미숙한 우리 국민들에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에 대해서, 역사의 논리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속에서, 잠시 진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입이다. 또한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사업과 관련하여 백성들의 의견을 물어 청계천의 준설작업을 통한 백성의 구휼과 매년 물난리의 원인이 되는 하천 정비라는 두마리 도끼를 잡은 영조의 뉴딜정책, 선거 때면 매번 국민의 매서운 눈길을 명심하겠다고 절절하게 반성하고서도 선거가 끝나면 국민 무서운줄 모르고 개(?)판을 치곤하는 우리의 정치현실을 비춰보았을 때 차라리 제왕의 권력을 가지고서도 신하들과 민심의 올바른 뜻을 따르고자 했던 성군들의 모습은 이야기 자체로도 많은 책망을 우리 정치인들에게 던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외에도 조선시대판 살인의 추억, 성과 관련된 스캔들, 한양의 인구과밀과 택지개발, 탐관오리와 뇌물에 대한 징벌, 인사청탁에 대한 처벌, 조선에 귀화한 외국인들에 대한 이야기, 인재선발에서의 지역별 할당제, 왕실의 웰빙 문화, 왕실의 한가위와 달구경 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의 현재 사회에도 그대로 반복되고 또한 적용되는 이야기들이지만, 시대와 사람들의 의식수준, 정치체제와 도덕관 등의 차이로 인한 서로의 다름과 같은 사람 또는 민족으로서 여러면에서 서로의 닮음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다르지만 생각만큼 많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통해서, 역사를 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역사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해한다는 것의 또다른 색다른 재미들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오늘과 과거를 상관시켜 상고하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역사속에서 우리가 배울수 있는 교훈들의 다양한 모습을 새삼 깨닫게 되고, 멀게만 느껴지던 역사와 조상들의 모습이 현재의 생활이나 우리가 겪는 사실들과 닮아 있는 모습도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또한 살아있는 역사, 우리의 삶속에서 반복되는 역사의 의미에 대한 일면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 디지털화 된 여파로, 요즈음은 다양한 조선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하여 더 다양하게 해석되고 각색된 역사적 사실들이 우리에게 소개 되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노력들이 단순한 재미를 위한 또는 화석화된 과거 사실들에 대한 흥미위주의 이야기가 아닌, 저자와 같은 이들의 노력을 통해서 우리 삶속에서 살아서 우리에게 지혜를 주고, 막힌 곳에 길을 열어주는 그러한 보고로서의 유산이 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또한 나를 비롯한 읽는 이들도 그러한 역사에 대한 열린 마음과 귀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