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비타민
한순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의 괴짜 경제학'. 처음 출판사의 기획의도가 아마 이러한 원대함을 담고 있었던 듯 합니다. 저자는 겸손하게 그러한 원대함을 부담스러워하며, 이유의 첫번째로 자신이 스티븐 레빗에 미치지 못하는 경제학자라고 하고 있지만, 실제 이유는 저자가 두번째 이유로 거론한 방대한 자료의 축적과 분석을 통해 축적된 여러가지 상황에 따른 답의 축적이라는 양과 질에서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한 차이가 저자가 말하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분석의 세밀함이나 세련됨이 조금은 부족한, 논리의 투박함이나 뭔가 부족한 듯 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책의 스물 세꼭지에 담고 있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 현상이나 문제들에 대한 번뜩이는 통찰의 날카로움이나 그러한 문제들의 우리 상황에 맞는 해석과 이해를 위한 노력이라는 장점마저 왜소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저자가 부족한 자료와 정보, 그리고 척박한 기초 위에서도 열과 성을 다하여 이 책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천작하고 되새김질한 결과이겠지요.

 스티븐 레빗이 자신의 <괴짜 경제학>에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회현상들에 대해서 경제학자로서의 자신의 돋보기를 들이대고, 그러한 문제를 경제학자의 언어로 풀어냈듯이, 이 책은 우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다양한 능력계발의 기회를 억누르면서까지 공부에 열중할 것을 강조하는 우리의 모습을 위험과 수익률의 관점에서 살펴본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 공부다'에서 시작하여,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직장에 많은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과감하게 뛰쳐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위험과 기대수익을 통한 분석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벌이라는 배경을 출세의 발판으로 삼고 각종 인센티브를 얻고 있다고 비판받는 명문대생들이 실제로 출세하는 이유가 그러한 배경 때문인지 실력때문인지, 요즈음도 문제가 되곤하는 고교평준화가 학생들의 실력을 떨어뜨리는 건지 -서울대에 갈 확률을 낯추는 것인지-, 강남의 교육여건이 정말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 값의 진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반복해서 불거지고 있는 영화 스크린 쿼터의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인지, 미국 쇠고기 수입과 맞물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 중의 하나인 한미 FTA에 대한 자세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등 우리 사회의 심각한 갈등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경제학자의 뇌를 통해 분석된 이야기들은, 많은 부분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방향과 보기좋게 엇박자를 이루며, 새로운 시각과 깨달음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대답들이 도덕적인 면이나 윤리적인 면, 사회적인 면 등을 모두 고려한 것이 아닌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이해되고 대답을 구한 것이라는 전제를 무시하지는 말아야겠지요.

 반복적인 일 중의 하나지만 작년말엔가도 치과병의원들의 위생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방송이 있었고, 이것이 한동안 사회문제가 된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병원 진료에 대해 이야기할때면 빠지지 않는 것이 30분대기, 3분 진료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매번 제기되지만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그 문제를 돈의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윤리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한편으로는 위생적으로 엉망으로 보이는 그러한 문제들을 목청껏 외치곤 하지만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제시해야 했을 비용의 문제, 즉 그러한 위생과 도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투여되어야하는 경제적인 부담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넘어가 버리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가 없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FTA 문제에 대해서 경제학자의 시각을 빌릴 수 있는 부분은,  실크로드의 흥망성쇠에 따라 동일한 운명의 길을 걷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예를 통한 교역의 중요성에 대한 고찰부분입니다. 중국과 유럽을 이어주는 길이 오로지 실크로드에 의지하는 동안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힘을 키워가던 국가들이 서유럽의 해양국가에 의한 해상항로의 개척과 함께 교역의 중심이 해상항로로 기울면서 쇠망해간 이유를, 교역이라는 틀에서 설명하고 있는 저자의 관점은 FTA가 현재 우리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후손들의 흥망성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중요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반대가 아닌, 우리 몸무게에 맞춰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적응하는 것이 아닐는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교육여건과 아파트 가격에 대한 분석이 담긴 '착각에서 비롯된 기이한 현상'이라는 꼭지인데, 강남 부동산 문제가 불거질때마다 정부정책에는 학군조정이나 학원가 조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단골처럼 등장하는데, 책에 실린 내용 -간접적인 분석이기는 하지만-을 고려한다면, 정부정책이 한치 앞도 제대로 못본 눈가리고 아웅하는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물론 이러한 예민한 문제들에 대한 저자 나름의 분석들이 길을 잘못들어선 것일 수도, 가치관이나 편견등이 작용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뿌리깊은 문제들에 대한 경제학자가 이야기하는 시원스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한 해결되지 않고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과감하게 경제학자의 뇌를 빌어 해결책을 추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조금 위험하고(?) 단순한 생각도 이 더운 여름날에 머릿속을 스쳐 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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