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가 뿔났다
모리스 글라이츠만 지음, 이정아 옮김 / 키움미디어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의미가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신의 섭리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섭리를 믿고 사는 존재들에게는 감동스럽게 다가갈 이 말에 대해서, 전혀 그렇지 않은 듯 행동하는 존재를 지적한다면..... 그 제일 앞에 이름을 들이댈 존재는 아마도 인간(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호주의 사탕수수두꺼비들의 수난을 주제 삼아 씌여진 이 동화에서도 인간은 그러한 존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필요에 의해서 농장의 골치거리인 사탕수수딱정벌레를 퇴치하기 위해 남미에서 들여온 사탕수수두꺼비가 별다른 천적이 없이 번식하여 골칫거리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도로에서 인간들의 차바퀴에 아무런 보호조치없이 납작하게 깔려죽는 두꺼비들의 모습에, 자연의 질서와 생명있는 것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극명한 모습이 겹쳐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러한 인간들의 태도를 자신들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두꺼비 림피의, 종족들의 생존과 화해(?)를 위한 모험에서 시작됩니다.

  한쪽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는 두꺼비 림피는 날이면 날마다 자동차 바퀴에 깔려 납작하게 죽임을 당하는 사촌들의 죽음을 목격하는 가운데 '왜 사람들은 우리를 미워할까?'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현실가운데 자신의 동족의 생존을 위해서는 사람들과의 화해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과감히 모험에 나섭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두꺼비들을 미워하지 않고, 무시무시한 바퀴로 뭉개지 않고 피해가며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 즉 두꺼비들이 생존의 위협을 당하지 않고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따가운 햇살과 수시간 동안이나 트럭의 한쪽에 매달려 다니면서도 오직 그러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 참고, 또한 스스로를 격려하며 모험을 계속합니다. 림피가 처음 생각한 것은,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귀여워하는 사람들을 보고서는 나비를 흉내내는 것이었지만 인간들은 그를 향해 돌멩이를 들고 달려오는 것으로 보답을 해 줍니다. 중간에 올림픽에 참가한 소녀를 만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다른 곤충들의 정보를 통해 올림픽 마스코트가 되는 것이 인간들과 화해하고 사랑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못생긴 두꺼비들이 그러한 마스코트가 될 수 없음을, 그리고 인간들은 결코 그런 두꺼비들과 화해할 생각이 없음을 철저하게 배우는 기회가 될 뿐입니다. 또한 인간들의 올림픽에 착안하여 동물들의 올림픽을 생각해 내고, 벼룩이 높이뛰기를 잘하고, 캥거루가 멀리뛰기나 삼단뛰기를 잘 하듯이, 두꺼비들이 잘하는 종목을 찾아내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노력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다른 곤충과 동물들까지 림피와 두꺼비들이 너무 못생겼다고 외면해 버립니다. 모처럼 노력의 결과로 찾아낸 아이디어와 자신들의 특기인 장대높이뛰기를 위한 시도가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림피의 생존을 위한, 희망을 찾아나선 모험에는 절망만 남은 듯이 보입니다..........

  절망만을 안고 무리에게 돌아온 림피..... 장대를 이용하여 차가 오가는 길에서도 치이지 않고 안전하게 도로를 건너는 방법을 가르치던 림피는 스스로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해 가려고 노력하는 어린 두꺼비와 이야기를 통해서, 두꺼비들의 희망은 처음에 자신이 생각하였듯이 자신들의 외부에 있는 것-외부에서 두꺼비들에게 쥐어주는 것-이 아니고, 자신들 안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자신들의 희망은 다른 대륙에서 무리하게 들여와서 무책임하게 내버려둔 인간들에게 책임을 따지는 것도, 인간들에게 의지해서 순쉽게 안락함을 얻는 것도 아닌, 생존을 위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자신들의 땀과 노력안에 희망도 함께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지요. 림피 자신이 인간들을 찾아나섰던 무모해 보이는 모험, 동물들과 열기로 했다가 외면당한 동물 올림픽의 무산, 골리앗과 같은 무력으로 맞서 보려던 어리석은 용기들..... 그러한 노력이나 시도가 다 물거품이 되었지만, 결국 그러한 시도 가운데 장대를 이용해서 차에 치이지 않고 길을 건널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자신처럼, 용감하고 어린 두꺼비들이 계속해서 더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 나서는 모험과 불굴의 정신 속에 사탕수수두꺼비들의 내일이 담겨 있다는 깨달음이겠지요.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의미가 있다.' 이상주의자들이나 힘없는 존재들이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려는 먹이 사슬의 윗쪽에 존재하는 포식자들에게 하는 힘없는 하소연 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절뚝이는 두꺼비 림피의 모험과 깨달음을 통해서, 우리 안에 희망과 꿈이 자라고 있는 한은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의 이웃들의 존재와 삶 속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러한 의미는 남이 찾아주거나 남이 우리에게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노력하여 찾아가는데 있다는 진실을 알려 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세상의 모든 림피들에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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