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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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벽은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내려고 존재합니다. 장벽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는 것이지요."

  카네기 멜론 대학의 말기암을 앓고 있는 교수의 '마지막 강의'에 대한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대했을 내용입니다. 그의 강의는, 물질적인 풍요와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다른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되는 이 시대에도, 결국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삶에 대한 성찰과 애정을 담은 이야기라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시대가 변할수록 소홀히 하고 잊혀져 가는 가치있는 것들에 대한 일깨움을 주었다고 하겠습니다. 마지막 강의의 주인공인 47세의 랜디 포시는 췌장암으로 위플이라는 방식-췌장과 십이지장, 담도와 간의 일부를 제거하는-의 대수술을 받았지만, 간에 전이된 열개의 종양이 발견되어 치료불가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말기암 환자입니다. 그에 앞서 다섯살과 두살의 아들, 그리고 한살의 딸을 둔 한 집안의 가장이고, 한 여자의 남편이고, 많은 젊은이들에게는 가르침을 주는 스승(교수)이고, 또한 한 가정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사실에 앞서 가장 절박한 현실은 그가 인생을 얼마 누리지 못할 말기암 환자라는 것이겠고, 또한 그러한 사실로 인해 그의 삶과 남겨진 시간의 의미는 이제까지와는 또다른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남겨진 시간이 얼마되지 않기에 누구보다도 시간이 중요하고 가치있었을 그가, 가족들과 중요한 시간을 함께 하기를 고집하는 자신의 부인을 설득하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하는 '마지막 강의'를 하고자 하는 이유와 의미에 대해서 말한 이유중의 하나가 '다친 사자라도 여전히 으르렁거릴 수 있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어린 자녀들이 나중에 아버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을 때 자신들의 아버지가 누구였고,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답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병력과 그가 말한 이러한 이유에 눈길을 두다보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인생의 심오한 뜻이나 꿈을 담은 대단한 내용을 기대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삶의 대단한 것들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 살아왔던 과거에 있어왔고, 맞이하게 될 미래의 일상속에 담겨 있을 것이라는,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자세라는 평범한 진실을 -자신의 어린시절의 꿈과 그것을 이루어온 과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 강한 호소력이 담긴 언어로 일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부인에게 '부상당한 사자라도 으르렁거리고 싶은 것'이라고 했던 말처럼, 병마와의 싸움이라는 고통속에서도 용감하게 세상에 나서서 마지막 포효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공포와 위압감을 주며 으르렁거리는 것이 아니라 용기와 소망과 위로를 주는 따뜻함과 강인함을 담은 자기 고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마지막 강의와 이 책의 내용은 어찌보면 평범한(?) 한 사람의 일대기에 죽음이라는 소재가 가미되어 진지함을 담은 교훈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듣는 사람들은 그의 강의를 듣거나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그에게서 그러한 가르침을 기대하고, 또한 기꺼이 그러한 가르침에 감동할 수 있게 마음을 열어두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어릴때 꿈을 이루어가는 그의 모습은 분명 일상적인 평범한 사람의 모습 이상의 무엇을 담고 있고, 또한 그가 강의와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나 방식은 인생을 잘 정리하고 나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훈계를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가 현실속에서 이루어가기 위해 노력하던 목표와 가치있는 것들에 대한 꾸미지 않은 일상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아마도 그러한 바탕이 그의 강의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그는 죽음 앞에 섰지만 지나온 자신의 삶과 현재의 자신의 삶, 그리고 미래로 이어질 자신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눈앞에 다가온 그림자를 또한 담대하게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였지만, 죽음이라는 것에 집착하고 그로인해 더욱 삶에 집착하며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자신의 죽음 뒤에도 여전히 살아 있을 미래의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면에서는 일상속에서 지혜를 얻은 현자를 생각하게도 합니다.

 책의 각장에 담긴 이야기들은 저자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자, 또한 읽는 독자들에 대한 권고의 의미가 담긴 교훈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저자는 그것들을 자신의 삶을 통해서 깨달은 교훈들과 연관시켜서 독자들에게 전함으로써 단순하게 교훈을 주는 선생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모범을 보이고 시범을 보인 스승으로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이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면 왜 그런 말을 자신이 하게 되었는지, 그러한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이 얼마나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등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한 모습이 아마도 그의 강의와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호소력있게 작용하는 이유가 되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의 바탕에는 자신의 삶과 가족, 동료와 이웃에 대한 신실한 사랑이라는 기초가 있구요. '나는 이길 수 없는 시나리오는 믿지 않아요.'.....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감사하는 마음을 보여주세요, 감사할수록 삶은 위대해집니다.'..... '만약 당신이 인생을 올바른 방식으로 이끌어간다면, 그 다음은 자연스럽게 운명이 해결해 줄 것이고 꿈이 당신을 찾아갈 것입니다.'..... 이리 사람들에게 말하며 강의를 마쳐가는 그는 정말 용기있는 사람이고, '오늘 이 마지막 강의는 내 아이들에게 남기는 것입니다.'.....라며 강의를 마치는 그는 삶의 끝자락에서 진정한 삶를 얻은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의의 마지막 슬라이드에서처럼 그와 그의 가족이 행복하고, 또한 그의 자녀들이 건강하고 미소을 잃지 않고 사랑스럽게 자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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