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위대한 유산
게리 스탠리 지음, 김민숙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어린아이의 신조

내가 원하는 것은 내 것이다. / 내가 너에게 주었지만 마음을 바꾸면 그것도 내 것이다. / 내가 너에게서 빼앗을 수 있다면 그것은 내 것이다. / 내가 조금 전에 갖고 있던 것은 모두 내 것이다. / 내 것은 어떤 경우에도 다른 사람이 가질 수 없다. / 우리가 함께 만든 것도 모두 내 것이다. / 내 것과 비슷하게 생긴 것은 죄다 내 것이어야 한다.

 세상에 처음 나와서 세상을 알지 못하고 위의 신조를 가진 아이로 사는 동안에 항상 눈길을 떼지 않고 돌봐주고 우리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정서적인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격려하였던 이들이 바로 우리의 부모님, 즉 아버지와 어머니들입니다. 너무도 급격한 변화를 겪는 사회의 모습속에서, 결국 자식과 부모 사이에도 벽이 생기고 문화적인 단절이 생겨 갈등을 겪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어린 아이의 신조는 위의 표현들과 다를바 없고, 그 아이들을 보살피고 양육하여 남을 배려하고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건강한 어른으로 키워내는 부모들의 사람과 관심도 변함없는 사실이겠지요. 이 책은 바로 그런 변함없는 사랑과 애정과 관심으로 우리를 키워냈던 우리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책입니다. 저자가 자신의 어린시절의 삶속에 녹아있는 아버지의 삶을 통해서 하나씩 꺼내와서 되새기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감사는 내 삶의 한 구석에 담겨 있던 나의 아버지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저자가 말한 아버지에 비해 나의 아버지는 농사를 짓는 대한민국의 무뚝뚝한 가장이었고, 감정 표현이 서툴러 자신의 삶을 묵묵히 감당하는 것으로 자신의 자녀들에 대한 가르침의 많은 부분을 대신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를 기억하고 삶의 교훈을 이끌어내는 것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아버지들이 '의도하였건 하지 않았건'간에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통해서 함께하는 아이들에게 인생을 알게 하고 그 의미를 일깨워 준다는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인 아버지에게서 돈으로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산 상속의 한 가지 조건을 붙인다면 지나간 시간을 곰곰히 되돌이킬 수 있는 여유와 그 안에 담긴 기억들을 진솔하게 받아들이고 배울 만한 용기를 가지는 것이라고 할까요.....

 저자는 13년간의 자신의 삶속에 남아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에 담긴 수 많은 가르침과 교훈들로 이 책의 내용을 메꾸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많은 삶의 순간들에 담긴 에피소드를 통해서 아버지가 자신에게 전해 주었던, 삶을  즐기고 배우고 사랑하는 법에 대한 가르침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한 자신이 깨달은 것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상, 여행, 성공과 실패,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웃음과 눈물 등으로 채색되어 있는 추억들을 통해서 아버지를 떠올리고, 그 추억들의 의미를 곱씹어 독자인 우리들에게 아버지와의 삶이 얼마나 의미있고 멋진 것이었는지,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의 곁을 떠난 뒤에도 여전히 추억을 통해서 지속적인 가르침을 주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위대해 보이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아버지의 가르침의 지향점은 우리가 더 큰 꿈을 가지게 하고, 우리가 자신을 넘어서서 더 훌륭한 아버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새삼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 -거의 모든 아버지-는 아이가 자라나 자기보다 더 훌륭한 아버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사실일테니까 말입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들을 가지고 살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비록 그것이 기억의 장난에 의해서 윤색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우리 삶이 힘들고 고단할 때, 뒤돌아보면서 용기를 얻고 감사할 만한 기억 한두개쯤은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것이 즐거운 기억이든 가슴아픈 기억이든 우리가 이 땅에 두 발 딛고 서있는 의미를 깨닫게 해주고, 가끔씩은 나태한 우리 삶을 채찍질해 주는 자극이 되기도 할 겁니다.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되돌아보면서 그것을 위대한 유산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가 그 안에서 가르침을 얻고 그러한 추억을 곱씹으며 성장했고 또한 인생을 기름지게 살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똑같이 우리에게도 그러한 아버지에 대한 추억들이 있으니, 우리가 시간을 내어 그러한 추억을 곱씹으며 성장하고, 또한 그 안에서 배운다면,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삶이 훨씬 윤택해지고 살만한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가 아버지가 되었을 때, 우리의 자녀들에게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위대한 유산을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형제 자매도, 그리고 나의 자녀들도 모두가 내게는 세상을 여유롭고 살만하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유산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