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치우는 아이
김문주 지음, 소연정 그림 / 예림당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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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보고나서, 두살배기 동생 별이를 자신의 시간과 생활을 하나씩 포기하며 방과후에 돌보는 하늘이를 생각하며,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시간과 적절한 음식이 있다면 몸은 자랄 것이고, 학교 교육과 같은 적절한 훈육이 주어진다면 또한 지적으로도 점차 자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의 자람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별이의 마음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성숙해진다는 것, 아이가 자란다는 것의 의미와 그런 성숙의 열매를 가져다 주는 것들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별이는 결코 부유한 가정의 아이는 아닙니다. 아버지와는 직장 문제로 떨어져 살아야했고, 또한 어머니도 가정의 경제적인 도움을 위해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처지의 가정입니다. 두살배기 동생을 돌봐야 하지만, 그나마 가까이 계시는 외할머니도 몸이 편찮으셔서 그러한 도움을 줄 수가 없고, 하늘이가 어렸을 때 맡겨졌던 할머니 집은 가까운 곳이 아닌 듯 합니다. 하늘이도 동생 별이가 그렇게까지 떨어져 사는것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서 더 작은 아파트로, 엘리베이터도 없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고, 새로운 학교에 가게 되지만 하늘이의 모습은 여느 4학년 정도의 어린이답게 마음은 조금 상했지만 그런대로 그러한 상황을 잘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동생을 돌봐야하는 문제에 다다랐을 때에도 자신의 시간을 동생에게 얽매여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먼저 거부하고 싫다고 하는 모습 또한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별이가 놀이방에 갔다와서 심하게 앓은 뒤에, 하늘이는 동생을 자신이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함께 있으면서 귀찮게 하거나 떼를 쓰는 모습이 밉기도 하지만, 얼굴에 상처라도 하나 생기고, 기침이라도 한번 할라치면 마음이 쓰이는 귀여운 동생이니까요.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똥기저귀를 갈아야 하기도 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지만 별이와 함께 놀이터에 가야하고, 친구들에게 똥기저귀라고 놀림을 받기도 하지만, 동생을 돌보는 하늘이의 일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동생 별이를 돌보는 것에 대한 자신의 진솔한 생각들을 일기장에 고스란히 담아갑니다. 동생과 같이 놀아주는 것이 힘들었던 이야기, 책을 읽으며 동물 흉내를 내던 이야기, 부끄러웠지만 동생을 업고서 놀이터에 나갔던 이야기와 아래층 재호의 놀림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그러한 재호에 대한 감정을 나름 긍정적으로 처리하는 넓은 마음이 엿보이는 이야기, 놀이터에서 별이가 기저귀에 똥을 싸서 부리나케 집에 돌아와 기저귀를 갈아준 이야기 등 아이답지 않은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이답다는 생각과 느낌을 주는 내용들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이밖에도 재호와 싸우게 된 이야기며, 같은 반 아이들이 모듬 숙제를 위해 하늘이네 집에 모여 즐겁게 시간을 보낸 것과 너무 시끄럽게 해서 아래층 재호 어머니에게 심하게 꾸중을 듣게 된 것, 콘서트를 보고 싶어 한쪽 바퀴가 고장난 유모차에 별이를 태우고 나섰다가 고생만 한 이야기, 별이와 재호의 동생을 아파트 옥상에 두었다가 잃어버린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재호와 화해하고 마음을 터놓는 친구사이가 된 이야기 등에서 한 아이가 마음이 자라는 모습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 자란 하늘이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는 부분은 앞에서 언급한 하늘이의 일기와 놀이터에서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 일듯합니다. 좋아했던 검도 도장에 다니라는, 네가 고생한다는, 그리고 별이 때문에 손해보고 있어서 안타까워하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대답하는 ' 괜찮아. 도장은 나중에 다녀도 돼. 별이는 내가 볼래.', '손해본다고 생각 안 해. 아빠도 우리랑 떨어져 혼자서 힘들게 회사에 다니잖아. 그래도 우리 때문에 손해 보는 거란 생각 안하지?' 라는 대답속에서 마음이 자란 고운 아이의 모습을 살짝 엿볼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하늘이를 자라게 한 것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즈음 우리사회의 모습은 갈수록 사는 모습들이 힘들어지는 듯 하고, 여러가지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건, 사고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것이 현실인데, 이러한 시대에 하늘이처럼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갈수록 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초등생들도 학원을 몇개 다니네 하며 한쪽으로만 치우친 삶의 짐을 지는 것이 당연시 되는 분위기인데, 이러한 분위기속에서는 더더구나 그러한 자람을 기대하는 것이 허망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우리에게 아직까지 포근한 가정과 가족, 다정한 친구들, 그리고 삶을 나누며 속닥거릴 수 있는 이웃이 있고, 넘어지면 손잡아 일으켜 주고 힘들 때 어깨를 토닥여 줄 만한 관심과 사랑이 남아 있다면,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하늘이처럼, 부모들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마음이 곱게 자랄 수 있으리라는 소망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우리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것은 집이 부유하고 가난하고,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키가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닐테니까 말입니다..... 하늘이를 그처럼 자라게 한 책속 이야기에 담긴 따뜻한 마음과 손길과 진솔한 삶의 모습들이 결국 우리 아이들도 그처럼 성숙하게 만들어 주고 있겠지요. 책속에서처럼 어른들의 그리고 우리 사회의 삶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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