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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험 - 바이오스피어 2, 2년 20분
제인 포인터 지음, 박범수 옮김 / 알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무인 탐사선 피닉스가 화성 표면에 안착했다는 소식과 함께 실린, 피닉스가 전송해 온 사진을 보면, 화성의 표면은 언뜻 보기에 지구의 어느 황량한 벌판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만듭니다. 나무나 풀은 보이지 않고, 돌멩이가 섞인 울퉁불퉁한 대지가 끝없이 펼쳐지고 지평선 너머의 잿빛하늘은 다른 행성이라는 느낌보다는 우리가 자라면서 어디선가 한번쯤은 보았을 법한 풍경이었습니다. '인류가 다른 행성에서도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제일 가능성이 많은 첫 행성으로 언급되는 곳은 아마도 화성인 듯 합니다. 여러면에서 지구와 비슷한 점이 있고, 또한 거리도 크게 멀지 않다는(?) 장점도 있구요. 물론 가장 가까운 공전궤도를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화성까지 갔다 오는데는 2-3년이 걸릴거라고 하니 아직까지는 상상속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탐사선 피닉스가 오늘 보내온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리 먼 미래의 상상은 아닐거라는, 아니 상상이라기보다는 가까운 미래의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인간이 달에 발을 디딘 후로 아직까지 사람이 그 너머의 행성이나 위성에 가본 적은 없습니다. 물론 무인 탐사선으로 얻은 정보들은 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달을 넘어 다른 곳에 간다는 것은 냉정히 생각해 보면 달에 간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더구나 다른 행성에 가서 산다고 하면 그것은 거기에 간다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요. 달은 며칠간의 식량과 항해로 갈수 있겠지만, 화성에만 간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며칠이나 몇주가 아닌 6-8개월이 걸리고 왕복하려면 2-3년이라고 하니 그것은 곧 단순히 우주선과 우주복 등의 단순한 과학적 성과이상, 즉 지구밖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라는 문제가 걸려 있는 훨씬 난해하고 복잡한 일일거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좀더 빠른 우주여행의 방법이나 비행선이 개발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런 진보와 함께 필요한 것이 지구밖의 환경에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여건에 대한, 지속가능한 환경의 구축이 필수적인 부분의 하나가 될거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고, 더더구나 그러한 행성에서 인간이 살아간다고 가정한다면 몇 세대를 거쳐서라도 지속가능한 그런 환경이나 인공 생물권의 모델이 필요할거라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단순히 우주선을 타고 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말하는 '바이오스피어 2'의 의미가 있다고 먼저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구라는 생태계와는 완전히 분리된 인공 생태계를 조성하고 -물론 모두가 차단된 것은 아니고 지구가 태양에서 에너지를 받아들이듯이 전력과 태양의 에너지는 외부에서 공급되고, 그리고 통신은 가능하게 설계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여덟 명의 사람이 자급자족하며 2년간을 생활하도록 설계된 바이오스피어 2는 아리조나의 사막 1.275헥타르의 면적에 다섯개의 야생 생물군계 (열대우림, 사바나, 사막, 습지, 대양)과 인간에 의해 변형된 생물군계 (인간 거주 구역과 집약 농업 구역)로 구성된 인공 생태계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각 생물군계에 적합하리라고 생각되는 동식물을 채집해서 실험구역들을 채우고 외부와는 완전히 밀폐된 상태에서 먹을 식량에서부터 숨쉴 산소농도의 유지, 이산화탄소 농도의 유지 등 지속가능한 그리고 자족적으로 생존가능한 환경에 대한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목적은 다른 행성에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한 최소한의 생태계 구성을 위한 이상적인 결과물을 바라고 실시한 실험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러한 것들에서 파생된 것들은 현재의 지구와 우리가 사는 자연환경을 이해하고 그것들에 접근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물론 결과를 놓고 보면 처음 실시한 이 실험이 성공적인 것이었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점점 줄어드는 산소 농도와 불충분한 식량 생산량과 같은 심각한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고, 또 한가지 고립에 의해 발생하는 정서적, 심리적 문제점들도 결코 무시하지 못할 문제점으로 남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문제들이 개선할 수 없는 것도 아니기에 다른 행성에서의 생존가능성에 대한 실험 혹은 생태학 연구 수단으로서의 바이오스피어 2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그리고 개선된 인공환경을 위한 첫걸음으로 그리고 인간이 다른 행성에서 산다는 낭만적인 꿈에 아마도 가장 현실적으로 접근한 첫 프로젝트로 기억되고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목과 책소개를 보며 처음에는 인공 생태계 -즉 다른 행성에서 지속적이고 생존가능한 환경단위-의 완벽한 구성을 위한 과학적인 접근과 분석을 기대하며 이 책을 처음 접했습니다. 과학서적이리라는 생각으로 대한 것이지요. 물론 책의 바탕이 되는 것은 바이오스피어 2의 그러한 측면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책 내용의 많은 부분은 그러한 과학적인 사실들과는 관계가 없는,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과정이나 바이오스피어 2가 건설되는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사람들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기조는 인공생태계의 완성이라는 과학적인 목적을 가진 것이지만 책의 구성은 그런 과학적인 면에서의 기록이 아니라 바이오스피어 2의 역사라는 측면이나 그 안에서 2년을 견디어 내었던 저자의 자전적인 기록이라는 측면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느낌이 바이오스피어 2를 읽기전에 기대했던 '다른 행성에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과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꺽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글을 통해서 이러한 실험이 개선되면 좀더 효율적이고 좀더 지속가능한 완벽에 다가선 환경을 구축해 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러한 것들에 대한 세세한 지식을 얻을 수 없어서 아쉬움이 많기는 하였습니다. 또한, 엄청난 자금을 들였지만, 공공이 아닌 개인의 투자로 이루어진 프로젝트이기에 지속되지 못하고 여러 문제점들을 노출하며 중단되어 버렸다는 점도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프로젝트가 국가가 나서서 시행했다면 훨씬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되었을텐데하는 아쉬움도 있구요. - 개인적인 희망사항일 뿐이겠지만 말입니다.
물론 미국의 NASA나 다른 나라의 우주센터들이 추구하는 화성이나 다른 행성으로의 유인우주선에 의한 왕복이나 삶의 터전의 건설은 바이오스피어 2가 실현하고자 했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투자와 집념으로 시행된 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우주를 바라보면서 막연히 상상의 세계에 머물러 있을 다른 행성에 식민지(?)를 개척한다는 꿈에 대한 좀더 현실적인 시각을 제공해 주고, 또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지구라는 수억년을 지속적으로 생명의 삶의 터전으로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는 바이오스피어 1에 대한 놀라움과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귀중한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