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콘서트 2 - 우리 동네 집값의 비밀에서 사무실 정치학의 논리까지, 불확실한 현실에 대처하는 경제학의 힘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2
팀 하포드 지음, 이진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일상의 일들을 겪다보면, 세상의 많은 부분이 참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합리적이라는 말은 옳다거나 바르다는 의미를 품은 가치판단의 성격이 짙게 배여 있다는 것을 먼저 언급해야겠지만, 여하튼 세상의 룰을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면에서 알고 지키며 산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그러한 생각을 더 많이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요즈음의 많은 경제학 서적들은 그러한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사실들이나 이해되지 않는 애매한 일들을 경제학의 사고방식을 빌어서 우리에게 설명하곤 합니다. 그래서 무릎을 치며 '그렇구나'를 연발하게 하곤 하지요. 이 책도 첫번째 책에 이어서 그러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들을 경제학의 관점과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올바르지도 않은 것 투성이라고 외치면, 저자는 세상이 올바르지 않은 것들 투성이인 것은 사실일지 몰라도, 합리적이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라고 대답해 줍니다. 사람들은 바르거나 옳은 것을 따라서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에 따라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행동할 뿐이고, 그 결과가 바람직한가와는 전연 다른 문제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즉 인센티브에 반응하여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방식이 올바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주장하는 두가지는, 합리적인 행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과 그러한 합리성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신념은 숨겨진 인센티브에 의한 합리성이라는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하고 또한 그러한 통찰을 통해서 애매하고 비합리적이라고만 생각했던 세상의 많은 것들을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세상의 많은 일들의 합리성을 이해하는 열쇠는 인센티브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책 내용의 이해를 위해서는 저자가 말하는 합리성이라는 말에 대한 이해가 우선일 것 같습니다. '합리적인 사람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라고 한다면 곧 그 말은 '어떤 일에 많은 비용이 따른다면 사람들은 그 일을 더 적게 하'고 '그 일을 하는 것이 쉽거나 저렴하거나 혜택이 크다면 사람들은 그  일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의미이고, 또한 거기에는 '하나의 선택에 따르는 비용과 혜택' 그리고 '전체 예산'과 '현재의 선택이 가지고 올 미래의 결과도 고려할 것'이라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비용이란 단순한 금전 거래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데, 예를 들면 섹스의 대가로 발생하는 비용이란 'AIDS에 걸릴 위험과 원하지 않은 임신의 위험' 등이 포함되고, 비용을 줄인다는 것은 좀 더 안전한 섹스를 찾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 됩니다. '예산이란  운행계좌의 현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에너지, 재능, 관심 등을 포함하고 어떤 자동차를 살지, 어떤 배우자를 선택할지 등과도 관련된' 것입니다, 그리고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말이 반드시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같은 냉혈한의 모습으로 '완전히 이기적이거나 돈에만 집착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AIDS에 대한 공포나 부모에 대한 두려움' 또는 '낭만적인 사랑이나 합리적인 증오와 같은 감정'에 의해서 동기를 부여받은 문제들에도 관여하고, 또한 돈 문제 못지 않게 계획하고 전략을 세우는 합리적인 과정을 거치는데, 반드시 의식적인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뇌가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계산을 하고 반응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합리성이 전지전능함을 말한다거나 비합리적인 변덕과 약점을 가진 제한적인 합리성에 대한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이러한 이야기의 결론은 '사람들이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합리적이라는 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에서의 사람은 합리적이라는 관점에서 시작된 이 책은 십대들의 섹스 행태에서부터 시작하여, 게임과 중독, 사랑과 결혼과 이혼, 직장에서의 동료와 경쟁자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듯한 상사와 막대한 연봉을 챙기는 CEO에게서 느껴지는 온갖 부조리한 현상들 속에 담긴 합리성을 찾아내고 그러한 현상들을 이해시켜줍니다. 또한 아주 가벼운 편견에서 비롯되지만 사회적 문제로 발전하게 되는 인종과 계급과 소득에 따른 차별 문제와 나이나 피부색 심지어 이름만으로 취업에 차별을 당하게 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합리성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는 합리적이라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통찰이 그러한 문제에 대한 기존의 해법과는 다른 해결책의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사람들로 넘쳐나 복잡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몰려드는 도시, 투표에서의 한표의 의미와 소수자를 위해 다수자의 이익이 희생되는 보조금 제도를 존속시키는 정치, 부유한 나라의 이면에 숨은 경제성장의 비밀과 분업의 우수성, 경제발전에 대한 말라리아의 영향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까지 확장하여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잣대를 통한 통찰력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인간은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그렇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읽는 이들로 하여금 그러한 이유에 대한, 즉 경제학자의 합리성의 잣대를 통해서 세상을 보았을 때 얼마나 많은 부분들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과 이해를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려줍니다. 이러한 놀라운 안목과 능력은 많은 이들에게 감찬과 놀라움을 안겨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 뒤에 더 크게 남는 것은 저자가 말했듯이 '합리적인 행동이 종종 사회의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우리가 당면한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경이로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고 그러한 결과로 인류가 앞으로 닥칠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생존의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희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팀 하포드식으로 이해하는 사랑의 합리성 안에서 느끼는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사랑의 방정식의 적나라한 모습이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도시와 정치, 국가에 이르기까지 합리성의 돋보기를 들이대고 그 안에 숨어있는 인센티브를 통한 합리성을 짚어내는 탁월함이, 읽는 이로 하여금 세상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재미를 더해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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