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곰팡이와 여행하다 집요한 과학씨, 웅진 사이언스빅 13
오치 노리코.유재일 지음, 김주영 옮김, 정하진 그림, 아자와 마사나 사진, 김완규 감수 / 웅진주니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곰팡이'라는 주제를, 생물시간에 배우던 난해하기 짝이 없던 생물 분류체계 속의 한 가지로만 생각하고 어렵게 외워대던 기억만 남아있는, 그리고 먹다 남긴 음식이나 죽어가는 것들 위에 피어나는 외면하고 싶은 것들로만 생각하고 있는 내게, 이런 식으로 멋지고 흥미롭게 책 한권을 꾸며낼 수 있는 저자들의 재주가 새삼 감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역시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니고 -물론 우리나라 책들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담은 내용들이 있긴 하지만- 일본 사람들이 저자네요. -내용과는 무관하지만 이런 걸 볼 때마다 저들이 우리보다 앞서가는 저력을 본다고나 할까요.-

 요즈음의 아이들은 그래도 다양한 책과 프로그램 덕분에 과학에 대해 많은 것들 접하고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가진다고는 하지만, 이 책이 다루는 곰팡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은 접하지 못했을 듯 합니다. 물론 페니실린에 대한 이야기를 통한 푸른 곰팡이나 술이나 된장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발효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지식들을 가지기도 하겠지만, 이 책이 소개하는 곰팡이의 역할에 대한 흥미롭고 신비롭기까지 한 사실들은 모르고 있을 듯 합니다. 감수자가 말하는 것처럼 곰팡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해롭거나 더러운 것, 별로 유용하지 못하고 병을 유발시킬 것 같은 불쾌감을 느끼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곰팡이에 대한 지식이지 않을까 하는데, 이 책은 곰팡이에 대한 그런 몰이해에서 벗어나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곰팡이를 통해서 그들의 본디 모습과 역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통해서 그것들이 자연속에 존재하며 제 역할을 한다는 것의 오묘한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해 주고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요상한 모양의 모티에렐라 곰창이 '쿠'가 소개되면서 바로 나오는 각종 음식과 신문지에 핀 곰팡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어, 곰팡이가 피었잖아! 웩, 더러워!'라는 생각을 바로 가지게 합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나오는 가까이서 관찰한 곰팡이의 사진은 일견 우리가 꽃을 보면서 감탄하곤 하는 그러한 모습을 보입니다. 여러 곰팡이를 한데 모은 사진들은 영락없는 아름다운 꽃밭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이쯤되면 더럽다느니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불평은 잠시 뒤로 하고, 곰팡이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알아보고자 할만한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젠 그리 마음에 준비가 되었다면 곰팡이 친구 쿠를 따라 곰팡이 나라로의 여행을 할 수 있겠네요. 쿠가 소개하는 곰팡이 나라는 여러 식물의 잎이나 열매, 줄기, 동물이나 곤충 그리고 맑은 시냇물에 이르기까지 어디에나 있습니다. 신선한 바람속에는 곰팡이의 포자가 가득하고, 우리가 먹는 음식들도 곰팡이를 이용해서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균사와 포자로 이루어진 곰팡이의 구조에 대한 설명과 곰팡이가 포자를 통해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 번식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연의 청소부로서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이야기도 쿠를 통해서 들을 수 있네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식물이건 동물이건 건강한 개체에겐 일반적으로 곰팡이가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까 약해지고 죽은 것들만 먹어서 분해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곰팡이가 핀 음식을 먹는다면 배탈이 나는 등의 병치레를 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건강하다면 공기중에 무수히 떠다니는 곰팡이의 포자를 마셔댄다고 하더라도 병에 걸리지 않을 거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연의 눈으로 보면 곰팡이가 중요한 더 큰 이유는 바로 죽은 생명체를 썩게 만들어서 자연이 다시 재활용하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겠고,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발효라는 특별한 과정을 통해 술이나 치즈, 된장 등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 화장품의 미백제 같은 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유용하게 사용된다는 점이겠습니다.

 생물시간에 종류며 특징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깨알같은 글씨로 적어놓고 시험을 볼때면 지루하게 외우기를 반복했던 곰팡이나 버섯류에 대한 생각이 새삼스럽게 떠오릅니다. 아마 그 때 이 책처럼 예쁜 곰팡이 사진과 함께 모양을 보여주고, 곰팡이의 일생을 차분히 설명하고 자연에서의 역할이나 일상에서의 유용성 등을 알려주었다면 훨씬 재미있고 유익했을텐데 말입니다. 이 책을 대한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 생물시간에 곰팡이를 만나게 되면, 이 책속의 곰팡이 친구 '쿠'를 생각하고 예쁜 근접사진들과 내용들을 기억해내며 먼저 반가워하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과학이라는 것이 단순히 외우고 시험보는 것이 아닌, 세상의 이치를 밝히고, 이해하고 보는 범위를 넓히는 유용한 학문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는 좋은 책을 만나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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