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 - 젊은 의사가 고백하는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박정아 옮김 / 알마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독자로서의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

 * 이 책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인상적인 것은...... 제목 "읽기 두려운 메디칼 스캔들"

 * 그 다음으로 마음을 사로 잡는 내용은...... 책 뒷페이지에 새겨진 "의사 비판,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어디로 갔는가"와 그 밑에 덧붙여진 추천사 4개

 * 그나마 덜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제일 뒤에 붙은 '옮긴이의 글' (내용과 표현의 부실함이나 억지스러운 면을 인지하였는지 처음을 조금 아량을 베풀어 부드럽게 시작하고 있음. 뒷부분은 결국 책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 딱히 평가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저자가 쓴 '책 내용의 처음부터 끝까지' (물론 중간에 괜찮네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몇군데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다는 이야기)

 의료나 병원이라는 직업과 공간이 나의 일상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이 책에 대해서 이러한 평가를 내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신문에 나왔던 어린이 납치 미수사건에 대한 많은 질책을 보고서 경찰공무원이나 그의 가족, 친지들은 너무 심하게 매도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고, 대통령께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질책하며 공복이 될 것을 다그치는 신문기사나 방송을 보는 많은 공무원들은 아마도 우리의 의식이 저렇게까지는 아닌데 하는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지 모른다는 말이지요. 자극적인 책제목과 출판사의 홍보가 아마도 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읽고자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아픈 부분에 대한 자극도 되겠지만, 부족한 부분에 대한 자각과 반성의 시간으로서의 가치가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아닌 독일의 경우이기에 단순히 생각해도 똑같다고 할 수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하얀 까운을 입은 의사 사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많은 공통점을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느끼는 것은 의사나 간호사가 아무 감정없이 주사바늘을 두려움에 떨고 있는 환자의 살갗에 가져다 찌르듯이, 날카롭고 차가운 붓끝을 이리저리 흔들어대고 심지어는 비꼬기까지 하는 -저자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가지고 노는 듯한 모습들을 비판하곤 하는데, 자신의 글을 통해 의사들에게 똑같은 복수를 하는 듯 합니다- 저자의 싸늘한 손놀림입니다. 환자에게 애정이 없다고 의사나 간호사들을 욕하면서 그의 글에는 그들을 향한 아무 애정이 없어 보이고, 사보험과 공보험 환자를 경제적인 이득만을 생각해서 차별한다고 병원에 야유를 보내면서 자신의 글은 조금이라도 더 잘 팔리게 하기 위해서인지-이건 나의 오해일 가능성이 많습니다만-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객관성보다는 자신의 해석을 최대한 옳다는 듯이 써내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내용중에 갈수록 인간적인 면모보다는 기계나 검사에 의존하여 진단하고 치료를 하려는 의사, 봉사와 희생이라는 가치보다는 경제성이라는 측면에 매몰되는 병원, 환자들과의 따뜻한 교감보다는 일에 치여 무감각하게 자신의 일만을 하는 병원종사자 등의 문제에서부터 신중치 못한 의사나 의료인의 말한마디나 행동하나가 환자의 입장에서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수치감을 느끼게 만들수 있다는 지적, 응급환자를 거부하거나 주말이면 환자를 보살피는데 빈 공간이 생기는 체계의 문제 등 다수의 지적이 독일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고민할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의 다수가  저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의사 개개인의 인격의 문제라거나 병원 한두개나 그들의 행태 한두가지를 예로 들어 욕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닐것이라는 데 더 심각함이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들에 가장 쉽게 접근하는 것이 바로 저자처럼 그러한 예들을 들어가면 병원과 의사, 그리고 그들이 속한 집단을 욕하며 매도해버리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무조건 게을러서 그리 가난하게 산다고 욕하는 것하고 크게 다를게 없는 접근방법이라고 한다면 너무 논리를 비약하는 것일까요. 저자가 과거에 의사였고,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이러저러한 상을 받은 사람이라는 면에서 적어도 이런 단순한 접근법보다는 훨씬 더 심층적인 접근이 이루어졌어야 하지 않는가하는 생각이 앞서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또한 저자의 경우 자신이 비판하는 대상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위한 마음의 여유도 보이지 않는 듯 하고 -그래서 어떤 문제를 지적할 때 그 상황의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자신이 느꼈던 주관적인 감정 자체를 사실로 판단하고 비판하는 모습마저도 용납하고 있는-, 자신이 느낀 문제들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꼬기는 하였어도 차분하고 합리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지막에 '생존지침'이라는 극단적으로 보이는 내용과 해석들을 곁들임으로써 자신의 비판에 대한 책임을 완수한 듯이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을 보며 저자의 '메디칼 스캔들'이라는 주장의 의미가 우리가 가십거리로 읽곤하는 연예인들의 스캔들 기사가 실린 스포츠 신문의 내용처럼 너무나 가벼운 주제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실제로는 단순한 감정풀이가 아닌 훨씬 신중하고 심각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들인데 말입니다. 물론 이러한 이 책에 대한 비틀기가 나의 환경이 의료와 병원이라는 공간과 무관하지 않음으로 생기는 무의식적인 비틀기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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