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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의 약속
코데마리 루이 지음, 고정아 옮김 / 행간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여섯편의 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여자들의 사랑이야기.... 나이는 30후반에서 40대에 이르는 여성들,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기틀이 잡힌 삶을 살고 있고, 사별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정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랑~.... 아니 사랑이라기 보다는 불륜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습니다. 자신의 삶에서의 일탈을 꿈꾸다가 어느 순간 그 유혹을 사랑이라고 느끼고선 거기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주인공들의 마음속의 갈등과 욕망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듯 하지만..... 냉정하게 내가 보기에는 불륜에 관한 이야기가 맞습니다. 적어도 이야기 속의 내용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걸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일탈에 따른 불륜이라고 표현할 것입니다.
모름지기 작가라고 한다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남들이 돌아보지 않은 곳을 돌아보고, 남들이 살아보지 못한 삶을 살고 상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그리고 그 일상의 공허함에서 헤매고 있을 때, 작가적인 상상력으로 또 다른 삶의 활력을 찾아내기도 하겠지요. 그런 면에서 책속의 여섯편의 소설은 파릇한 사랑을 지나서 어찌보면 삶의 공허감에 시달리고 있을 주인공 나이 또래의 여성들에게 그들의 삶의 욕망과 실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면은 아니지만 작가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일부를 숨기지 않고 표현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습에 때로는 주변의 시선이나 자신의 자존심에 기대어 그러한 공허함을 버티고 있을 여성들에게 그것들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자유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것은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읽히는 한, 불륜에 관한 무책임한 이야기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책속에서 사랑이라고 표현한 것들은 아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육체적인 관계를 통한 교감과 욕망의 분출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아마도 자신들의 남편과 처음 만나서도 그녀들은 그렇게 느꼈을 것입니다. 사랑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들은 전혀 다른 사람과 그런 식의 -물론 다른 점도 있겠지만- 사랑을 꿈꾸고 일탈에 빠지고 맙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다시 사랑이라고 부르는 듯 합니다. 하지만 처음이 그러했듯이 이어지는 사랑도 또한 비슷한 감정을 남기고 스러지겠지요.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뜨겁게 시작하지만 너무도 쉽게 다시 식어버리곤 합니다. 사랑이었다고 하기에는.... 차라리 욕망이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겠습니다.
그래서 처음 썼던 문장을 다시 고쳐봅니다. '여섯편의 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여자들의 욕망 이야기..... 나이는 30대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이르는 여성들의..... 자신의 삶에 담긴 공허함을 감당하지 못하고 일탈을 꿈꾸다가 자신의 욕망에 몸을 맡긴, 겉으로는 번듯해 보이던 여성들의 일탈과 욕망의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고 일탈과 욕망의 이야기입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사랑이라고 우기며 환상에 젖어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겠지만..... 작가가 진실하다는 것은 그러한 일탈과 욕망을 숨기지 않고 세상 사람들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것이겠지요.하지만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거기까지-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당신들의 마음속에 이런 욕망이 있지 않느냐고 묻고있는 거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