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가게
사회연대은행 무지개가게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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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난하고 고단한 인생살이에 대한 이야기지만 읽는 내내 많이 슬프다거나 고통스럽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습니다. 참으로 기구하고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들을 용케 감내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말하는 삶의 고통스러웠던 순간이 아득한 꿈속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스무명이 쓴 스무개의 이야기 속에는 한결같이 절망스런 인생의 모습이 담겨 있지만, 그 이야기들 속에는 절망이나 포기라는 또는 어두움이라는 단어가 잠시도 배겨나지 못하고 이내 멀리 내동댕이 침을 당하고 있습니다. 누구하나 타인을 원망하지 아니하고, 자신을 수렁에 빠뜨린 이를 저주하지 아니하고 자신들만의 소망을 부여잡고 희망을 싹틔운 이야기 속에 피어난 무지개의 힘이라고 할까요......

 작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그라민 은행의 무하마드 야누스 총재에 의해서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동에 대한 내용이 우리 사회에도 많이 전해졌습니다. 조금만 믿고 도움을 주면 거뜬히 일어설 수 있는 많은 가난한 이들에게 기존의 제도권의 은행의 시각이 아닌 담보할 것이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준다는 의미에서 파격적이기도 했고 세상을 건강하게 바꾸는  진정한 거인의 발걸음이라는 생각을 하였던 기억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안에는 기존의 경제 관념들이 또아리를 틀고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네요..... '무지개 가게'는 바로 우리나라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사회연대은행이라고 합니다. '희망을 담보로 기회를 빌려주는 은행' 그리고 '성공과 보람, 그리고 나눔을 이자로 받는 은행', 대출 자격 조건은 충분한 담보나 보증인이 아닌 '가난할수록 우대받지만 자립의지가 강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돈을 빌려 부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을 다시 찾고 희망을 만들고 새로운 꿈을 이루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믿음으로 대출받은 종자돈을 기반으로 세상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삶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희망과 가치는 작은 믿음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고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삶에는 그늘보다 햇살이 비치는 곳이 많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멋진 사람입니다', '삶은 단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가 가진 모든 것이었습니다',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 인생은 살아야 하는 것이니까요' '백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낼 겁니다', '최악의 상황이야말로 포기해서는 안 되는 때잖아요', '미친 놈 소리를 듣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일합니다' '언제나 우리는 삶의 한 복판에 있잖아요'..... 모진 삶의 고통을 감당하였던 이들, 그리고 이제는 사회연대은행의 도움으로 삶에 무지개를 피우고 있는 이들의 자신들의 삶에 대한 건강한 고백입니다. 아마도 이들 대부분은 무지개 가게의 도움이 없었다면 숨겨진 능력과 의지는 있었지만 가난속에서 빚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빚을 갚느라 죽도록 노동하며 절망적인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무지개 은행을 통해 다른 어떤 거창한 은행의 고객보다도 더 씩씩하고 희망찬 기적같은 인생을 만들어 낸 이들의 이야기는 유누스 총재가 그라민 은행을 설립하며 했다는 말을 몇번이고 곱씹게 만듭니다.

 "돈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돈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은행들은 부자들에게는 쉽게 돈을 빌려 주고, 정작 가난한 사람들은 외면할까요?"

 믿음의 씨앗을 뿌리고, 작지만 따스한 손길 속에서 건강하게 피어나는 무지개를 보면서, 내가 건강해지고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 부유해진다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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