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어리석은 생각들 - 다른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프리더 라욱스만 지음, 박원영 옮김 / 말글빛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유용한 것은 우리 앞에 뻗은 길 위에 놓여 있지 않다. 그것은 잘못된 길처럼 보이는 곳에 놓여 있어 우리가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하나의 진실은 그것을 진실로 여기지 않을 때 바로 '무'와 다름 없다.

 새로운 것은 모나게 보이고, 이미 완성된 것은 둥글게 보인다.

 새로운 것은 새벽의 여명 속에서 자라나기 때문에 늦잠자는 사람은 눈부신 햇살 속에서야 그것을 볼 수 있다.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자는 이미 주어진 생각의 틀과 생각의 설계도를 따르지 않는다.

 새로운 것은 그것을 누가 생각해내기 전에, 누군가 예감하고, 꿈꾸며, 기대하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짐작하게 할 만한 몇가지 격언들입니다. 당시에는 사람들에게 어리석게 보였던 생각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생각에 싹이 트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인류 역사의 근본적인 변혁이나 사고의 틀의 전환을 가져오는 출발점이 되곤 하였던 어리석은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어리석어 보였던- 생각들에 대한 고찰-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에서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그리고 뉴튼과 아인슈타인 등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과 그것들이 결국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움직였는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입니다. 처음 책을 잡을 때는 어떤 구체적인 생각들에 대한 저자의 설명과 통찰력 있는 분석을 기대한 -예를 들면 하늘을 날고자 하던 인간의 어리석어 보이는 꿈이 어떤 식으로 발전하여 현실이 되고 세상을 변화시켰는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기대한 - 것이 사실이었는데, 내용은 그보다 훨씬 더 통합적이고 철학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나 유용성에 대한 공리주의자들에 대한 내용 등 조금 구체적으로 다룬 부분들이 있기는 하나, 개별적이 사례들보다는 철학이라는 모든 분야를 아우르던 어머니격인 고전적인 학문에서 분화하기 시작하여 각각의 전문적인 분야로 발전하여 급기야는 (철학이라는) 어머니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자녀, 자연과학과 그로 인한 세상의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철학적 사고가 가미된 고찰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새로운 생각이 등장하는 것은 누군가가 그것을 바라고 꿈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바람과 꿈이 하나의 생각으로 세상에 등장하게 되면, 그것은 어리석움과 다름아닌 것이어서 배척당하고 무시당하고 때론 잊혀지기 까지 한다. 때가 안된 것일 수도 있고, 아직 싹이 틀만한 밭이 마련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순간 그러한 어리석은 생각에 대한 증거들이 수집되고 앞서가는 사람들이 받아들여서 기초를 다지게 되면서 어리석음에서 새로움의 싹이 자라게 된다. 한데 그러한 앞서가는 생각이 어리석게 취급되고, 위험시 취급되는 것은 다름아닌 이러한 새로움으로 부정되는 기존의 질서나 진실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에 있을 것이다. 세상을 지탱하던 진실이 무너짐으로 인한 혼돈스러움, 그것을 사람들은 더 두려워 하는 것인지 모른다. 사람들은 여전히 새로운 것의 모남보다는 이미 둥글게 완성된 것에 몸을 의지하고자 한다. 하지만 어리석어 보이던 새로움이 싹을 틔우고 천천히 진실의 자리를 차지해가게 되면 둥근 것에 익숙해져 있던 늦잠자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햇살아래 있음을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지동설과 천동설의 예가 이것의 극명한 예가 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그 새로움이 둥글게 완성되어가는 어느 곳에선가 다시 평평한 대로가 아닌 잘못된 듯이 보이는 길 어딘가를 헤매며, 새로운 것을 예감하며 꿈꾸며 사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들의 어리석어 보이는 생각은 다시 하나의 진실이 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하나의 단어, 하나의 관찰, 하나의 꿈, 혹은 부수적인 것으로 보이는 하나의 질문 등의 추상적 생각들이 갑작스럽게, 혹은 몇 십 년이나 몇 백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의 결정이나 사건, 세계를 뒤흔드는 발견이 되고, 마침내는 사람들이 하나의 구체적인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 무엇이 되는 것이다. 사고하는 사람은 구체적으로 파악 가능한 이념을 받아들여 그것의 씨를 뿌린다. 그러나 그 열매를 거두어들이는 것은 바로 이 세상의 사람들이다." 저자의 이 말을 통해서 이야기 하자면 이 책은 열매를 거두어들이는 이 세상의 사람들에게 그 열매를 맺는 단초가 된 하나의 생각을 받아들여 씨를 뿌린, 사고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새롭고 익숙하지 않으며, 단지 관념적으로만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을 어떤 식으로 다루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뜻하는 바를 조금은 이해할 수가 있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 '눈에 보이는 것, 쓸모있는 것,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에만 매달'리는 내 영혼은 '새로운 사고를 가진 사상가나 예술가, 발명가나 선각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그런 부류의 열매만을 따먹고 마는 존재라는 자괴감(?)이 드는 것은, 여전히 이 책의 많은 부분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고, 이해를 위해서는 한두번 더 정독할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솔직한 고백때문이리라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세상을 바꾼 어리석은 생각들의 근저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철학적인 사고..... 1부 '한발 앞서 생각하는 사람의 길'에서부터 2부 '효용성의 지배', 3부 '정신에서 나오는 새로운 것'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철학이라는 안경-물론 이것도 다양한 부류로 나뉘겠지만-을 착용하고 시대를 앞서갔던 어리석은 생각들과 실용성과 효용성으로 대변되는 현대 물질문명과 가치관의 변화, 그리고 정신이라는 지극히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듯 하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철학자는 아직 파악되지 않는 정신을 받아들이고 그 씨를 뿌릴 뿐이다. 그러니 세상이 그것의 유용한 열매를 맺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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