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가지 생각사전 - 어린 철학자를 위한
라루스 백과사전 편집부 지음, 박창호 옮김, 자크 아잠 외 14인 그림, 박민규 / 청림아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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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들을 키우면서 아이들로부터 당혹스러운 - 때로는 황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당연한 듯 해서 답하기가 난해한- 질문을 받아보지 않은 부모는 없을 겁니다. '아기가 어디서 나오느냐'거나 '산타 할아버지는 어디에 사느냐' 등의 질문은 고전적인 것일테고, 잘 모르는 낱말들을 캐묻는다거나 책을 보다가 몰라서 설명을 해달라고 달려들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대하는게 많아진 요즘 아이들은 예전에 어른들이 자랄때는 생각지도 못한 영특하고 특이한 질문들을 훨씬 더 많이 하겠지요. 그러한 질문을 받을 때면 때로는 귀찮다거나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일 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부모의 감정은 참 기특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좀더 생각하는 부모라면 끝없이 아이의 말을 받아주고 이야기를 나누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 아이의 머릿속에서 아직 열리지 않은 생각 주머니를 활짝 펼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거창하게 철학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자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좀더 진지하게 인간이란 무엇이고 슬픔이란 무엇이며, 왜 공부를 해야 하고 직업을 가져야 하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생각의 주머니를 펼칠 수 있다면 그것은 나같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생각에 이유를 덧붙여가면 생각의 틀을 넓혀가는 일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세상을 좀더 진지하고 넓게 살피는 계기가 될 것이구요. 물론 요즈음 유행하는 논술을 위한 억지 공부를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즐거운 생각하기가 아니라 지겨운 공부하기가 될 테니까요. 이 책에는 인간,가족, 감정과 정서, 학교, 사회, 환경이라는 여섯가지 주제하에 70가지의 소주제가 있고 각각의 소주제에 다시 그 소주제에 어울리는 네가지의 질문이 추가되어 280가지의 생각거리를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또한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 -보편적이라고 생각할 만한 설명이지 정답은 아닙니다-이 주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단원에서 '인류의 기원은 언제인가?'라는 소주제가 주어지고 여기에는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라는 것이 정말일까?', '최초의 인간은 누구였을까?', '인간도 동물일까?', '왜 인간은 특별한 동물이라고 할까?' 등의 네가지 질문이 덧붙여지고 각각의 질문에 간단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각 내용에 어울리는 삽화가 그려져 있는 것도 특징인데, 들여다 보노라면 질문에 대한 나름의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넌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질문난을 통해서 아이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짚어가는 시간을 갖도록 유도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책에서 주어진 질문들이 내용상 아이들에게는 너무 어렵거나 부담스러운 것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추상적인 사고에 익숙하지도 않고, 아직까지도 공부하는 방식이 문제, 답, 문제, 답을 반복하는 형식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이 많을거구요. 그렇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각각의 질문들을 읽고 설명된 내용들을 조금씩 읽는 것만으로도, 자신에게 주어진 생각주머니를 넓히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각각의 주제들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내용을 읽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가끔씩이라도 설명과는 다른 자신의 또 다른 생각을 표현하거나 나누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면 그만큼 아이의 생각의 깊이가 더해진 거라고 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렇게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주어진 질문들 자체를 한번씩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큰 자극이 될 수 있을거라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너무 어려워한다면 부모들이 한두가지 주제를 먼저 같이 읽고 한두마디 이야기라도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합니다. 물론 여기서도 주의할 것은 논술이나 시험점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아이와 함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순전함이 우선이 되어야겠지요. 그렇게 한다면 머지 않은 시간에 아마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더라도 그냥 '저거 갖고 싶다'거나 '친구들은 가지고 있는데 난 없어'라는 식의 투정이 아닌 '저것의 과학적인 작동 방법을 꼭 알고 싶어요'하는 식의 거절할 수 없는 이유있는 핑계를 들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아이가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 담아두었던 생각꾸러미를 활짝 펼쳐볼 수도 있는 시간이 될거라는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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