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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유 있는 '뻥'의 나라 - 황희경의 차이나 에세이
황희경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중국, 우리의 역사속에서 무수히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던 나라이기에 당연히 많이 그리고 잘 알고 있는 것으로만 생각하던 나라입니다. 지리적으로 서해를 건너면 바로 닿을 수 있고, 육로로는 북한을 거쳐 압록강을 건너면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문화적으로 우리의 수많은 문물속에서 그 흔적을 볼수가 있고, 역사적으로는 더더구나 군더더기를 붙일 필요가 없는 듯한 나라 중국,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를 비롯한 많은 영웅호걸들의 모습으로, 서유기의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의 이야기로, 수호전의 수많은 영웅들의 모습으로 뇌리에 흔적을 남긴 이 나라를 정말로 많이 알고, 적어도 상당히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그 나라에 한발짝 들여놓은적이 없건만, 그런대로 알고 지내노라고 말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알고 있는 중국은 현실의 중국이 아니었음을, 때론 역사속에 때론 책속에 또 때로는 유물속에 가만히 드러누워 있는 말라 비틀어지고 황폐해진 그리고 박제된 중국의 그림자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은 과거에 내가 알고 있노라고 자신했던 허장상세는, 이제는 현재의 중국, 세계화 시대에 그 앞을 향해 질주해가는 그런 중국이 아닌 중국의 옛이야기와 역사에 대해서 조금 알고 있었던 듯 하다는 소박한 표현으로 바뀌는 것이 옳은 듯 하다는 겸양(?)의 미덕도 함께 깨우치게 됩니다.
중국, 이유있는 '뻥'의 나라, 한겨레 신문의 '변하는 중국, 변하지 않는 중국'이라는 인기 연재물 -솔직히 난 이 연재물을 대한 적이 없습니다-을 바탕으로 책으로 발간 되었다는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내공(?) 또는 뻥(?)을 뿜어 냅니다. 대단한 것이 담긴 듯도 하고 그냥 뻥인 듯도 하고...... 독자인 나와의 심리전에서부터 이미 한 발짝 정도 앞서간 것이겠지요. 그리고 첫장을 펼쳐들고 읽어내리기 시작한 글에 신으로 추앙받는 관우의 귀신이 씌였든지, 아니면 서유기의 손오공의 요술에 걸렸는지 빠져드는 재미를 어쩌지 못하고, 글의 향기와 낭만과 즐거움에 취해 마지막장까지 읽어 내렸습니다. 물론 이런 것은 저자 특유의 글담과 재치와 노력의 결과이겠지만, 읽는 내내 그 이상의 것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면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재미있고 유쾌해서였겠지요. 글의 내용과 특징을 내 나름 표현한다면 과거의 중국을, 현재의 중국과 잘 버무려 놓은 글이라고 할까요. 현재의 중국이란 나라뿐만 아니라 과거의 중국에 대해서도 통달한 것이 아니기에 무어라 평가하는 것이 과분한 것이란 생각은 들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은 책의 추천사에 포함되어 있는 '보이지 않는 중국의 내면을 말하는...', '변화하는 중국과 변화하지 않는 중국을 동시에 읽을 수 있다...' '대륙의 수천 년을 관류하여 내려온 전통이 현재 일상에 어떻게 녹아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중국의 단면에 익숙한 우리에게 필자는 입체 서라운드로 중국을 들려준다...' '... 자본의 안경으로는 볼 수 없는 21세기 중국의 변화무쌍한 얼굴을 특유의 내공과 재치로 보여준다'는 말들속에 더 현실감 있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예전과 다른 듯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는 현재 중국의 모습속에서, 하지만 여전히 중국이라는 문화와 역사에 맥을 닿고 있는 부분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찾아내서, 재치와 웃음을 담아 그것을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20가지의 메뉴로 구성된 이 책은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는 루쉰의 글로 마무리 되어 있습니다. 짝퉁 세계공원을 찾아 중국의 세계와 천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쿵이지'라는 술집의 이름을 보고 루쉰과 마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현재의 백성들속에서 루쉰이 말한 아직 죽지않은 아큐를 알아보는 안목, 경국 한자락에서 영화와 문화에 대한 중국인의 의식을 논하고, 강호를 찾아 '장자'와 '사기'에서부터 무협소설의 세계까지 종횡무진 질주하는 등 다양한 모습의 중국속에서 그들의 진면목을 드러낸 저자가 마지막에 루쉰의 도를 논하는 듯한 글로 마무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저자가 바라본 것처럼 중국이라는 현대화의 용광로속의 거인을, 현재 공사중이라는 말로 대변된다는 이 나라의 변화를, 앞서간 서방의 눈이나, 먼저 현대화의 길을 걸은 우리의 눈이 아닌 중국인들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참다운 속살을 볼 수 있다는, 본래 자신들의 길이 없던 땅위에 합심하여 길을 만들고 희망을 만들어 내고 있는 중국인의 눈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닐는지..... 그러고 보면, 저자의 이 글을 통해 중국이라는 나라의 속살을 이리 들여다 볼 수 있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들과 가까이에 있어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알게 모르게 서로 속살을 맞대고 부대끼며 살아온 연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양인들은 아마도 이러한 즐거움을 알수도 느낄 수도 없을 겁니다. 저자가 이 책을 그들의 말로 잘 번역해서 손에 쥐어준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우리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의 또 다른 목록이 아닐는지...하는 이유있는 '뻥'을 한번 까(?)봅니다. 참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