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 한국사 상식 44가지의 오류, 그 원인을 파헤친다!
박은봉 지음 / 책과함께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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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주치마와 고려장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 많은 사람들처럼 나 자신도 고려장에 대한 이해나 행주치마의 기원에 대한  생각은 이 책이 지적한 어처구니 없는 상식을 그대로 사실인양 알고 있었습니다. 이 책의 소개글을 보면서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구절도 행주치마와 고려장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그것들을 잘못된 상식이라라고는 생각하지도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며 산 것이 맞지만, 저자가 명쾌하게 지적하는 역사왜곡(?)의 과정을 보면서는 한편으로는 통쾌한 바로잡음이라는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나 자신의 잘못된 우리 역사 상식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지만, 그러한 내용을 철저한 문헌이나 사실적인 고찰없이 주절거리며 바른 역사적 사실인양 지껄여대던 잘난체 하던 이들에 대한 조용하지만, 통렬한 비판의 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서간 이들의 업적이나 발자취를 모두 싸잡아 비난코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름지기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는 사람의 자세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한번 잘못된 왜곡이나 부주의의 결과가 후대의 자손들에게는 어떤 해를 입힐 수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와 사실들을 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얼마전에 종영된 사극 <대조영>을 보며, 초등 저학년인 작은 아이가 자신이 읽은 '위인전 대조영'에서는 걸사비우가 중간에 이해고에게 죽는데, 왜 드라마에서는 마지막까지 살아남는지 모르겠다고 말한적이 있습니다. 물론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사실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재미있으라고 그랬겠지 하는 식으로 대답하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재미를 위한 그러한 역사적 사실의 왜곡이 아마 그 드라마를 통해 대조영과 발해의 역사를 처음 대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평생 '재미를 위한 각색'이 아닌 '역사적 사실'로 멀쩡하게 자리잡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 한쪽이 서늘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역사를 다루는 작가들이나 사극을 만드는 이들이 자신의 글이나 작품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들에게 왜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자각과 성실함이 필요한지에 대한 한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 그냥 재미있으라고 만든건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저자의 이 책을 조용히 한번 읽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한국사에서 상식이라고 여겨지며 두고두고 회자되었던 44가지 내용에 대한 바로잡기. 저자는 크게 어원, 인물, 유적과 유물, 책과 문헌과 사진, 정치와 사회와 생활 등 다섯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우리에게 상식으로 여겨지던 잘못된 내용들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들이 잘못된 이유에 대해서는 문헌 고찰 등을 통해서 예리하게 지적하고 파헤치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렇게 잘못 왜곡된 과정에 대한 세밀한 살핌도 들려주고,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작은 단초에서 시작되어 정설로 되어가는 과정을 밟는가에 대한 세세한 발걸음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앞에서 언급한 고려장과 행주치마에 대한 내용, 신라 금관이나 포석정에 대한 오해, 이율곡의 십만양병론에 대한 내용, 문익점과 목화씨에 대한 내용, 함흥차사나 현모양처에 대한 잘못 등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역사의 장면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문익점과 목화씨에 대한 내용에서처럼 미화에 가까운 각색이 없더라도 백성들의 의복을 위한 문익점의 마음 씀씀이라는 역사적 사실의 의미는 여전히 가치있고 소중하지 않느냐는 저자의 강조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실과 그것의 의미를 읽는 깊이의 한 대목을 내게 일깨워 주는 가슴뭉클함 마저 느끼게 합니다.

 한 역사가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습니다. 지금 이 책을 읽으며 다시 그 문구를 돌이켜보니, 그 대화가 '진지하다거나 사실에 기초한 대화라는 부연이 붙어있지 않네!' 라는 엉뚱한 생각이 듭니다. 이리 말하는 것은 그의 말을 왜곡하는 것이겠지만, 문득 이 책을 읽으며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 때로는 무성의한 추측에 의한 대화일 수도 있고, 자신의 이득을 위한 의도적인 왜곡으로 점철된 대화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동화나 설화속 이야기가 현실에 끼어들어서 현실로 둔갑하는 기막힌 대화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이들의 고백들 - '우리에게 잘못 알려져 있는 역사 이야기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거나 ' 역사가 일반 대중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에 공감이 가고, 저자의 시간과 땀을 들인 이 책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듯 합니다. 비틀어진 우리 역사와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잘못된 자리에 들어앉은 장면들에 올바른 자리매김의 기회를 제공하고, 또한 역사란 모름지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이해하며 접근하는 것인가에 대한 은근한 깨우침을 준 저자에게 마음속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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