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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굴기 - 세계를 호령하는 강대국의 패러다임
왕지아펑 외 7인 지음, 공병호 감수 / 크레듀(credu)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대국굴기, 청와대에서 구해보고, 삼성에서 학습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중국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목입이다. 얼마전부터 거기에 소개되었던 각 나라를 다룬 책들이 소개되었고, 이젠 이리 요약하여 한 권의 책으로 다시 소개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관심이 갔지만 방대한 분량에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인지라, 요약된 내용이지만 이리 대할 수 있게 배려된 이 책은, 긴 내용에 먼저 겁을 먹은 나같은 이들에게는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속 소원을, 기어이 책을 붙들고 읽고자 하는 행동으로까지 몰아세우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물론 방대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라서, 뭔가 중간중간이 엉성하게 연결되고 비어있다는 생각이 드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최소한 16세기부터 이 세상을 호령했던 아홉 강대국에 대한 중국인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하여 평가하고자 한 내용을 통해서 저들이 원하는 즉 저들이 추구하고 이룩하기를 원하는 대국 중국의 모습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 내겐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세계의 중심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중국이 내심 바라고 소망하는 미래의 대국으로 우뚝선 자신들의 모습에 대한 포석이 깔려있는 책이기에, 그 옆에 조그맣게 붙어서 다시 생존을 생각해야하는 처지가 될 지도 모르는 나라의 국민으로서의 관심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16세기 들어 바다로 눈길을 돌려 대양을 무대 삼아 세계를 호령하기 시작했던 포루투갈과 에스파냐, 이들은 중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보다 한발 앞서 바다로 진출한 현명한 결정 덕분에 식민제국을 건설하며 번성을 누렸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손바닥만한 영토를 가졌던 네덜란드는 농업혁명과 해상 교통 및 운수에서의 탁월성, 그리고 은행 및 주식회사제도 등의 획기적인 제도의 발전을 통해서 17세기의 경제대국을 이루었고, 섬나라 영국은 명예혁명을 통한 정치체제의 발전과 눈부신 산업혁명 등을 통해 해가 지지않는 제국을 건설했습니다. 프랑스는 아마도 그들의 역사속에서 보여준 정치 민주화에 대한 모범으로서의 위치가 가장 돋보이는 나라이고, 두차례의 세계대전으로 단죄 받고 분단국의 멍에까지 매었지만 통일을 이루며 강대국으로 약진하고 있는 독일, 다른나라보다 일찍 시대의 흐름을 따라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부국강병을 추구했던 일본, 끊임없이 수퍼강국으로서의 야망을 버리지 않고 야심을 내보이는 러시아, 그리고 현재의 초강대국 미국에 이르기까지 각 나라의 특유의 흥망성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은 한편으로는 작은 역사책이라고 할 만한 면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무협지의 이야기처럼 세계의 패권을 두고 서로 다투는 강대국의 패권열전(?) 비슷한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이들 나라를 통해서 배우고자 했던 것은 단순한 그들 나라의 역사가 아니고, 재미삼아 꾸며보는 대국열전도 아니지요. 중요한 것은 이들 국가의 역사를 통해서 그들 나라가 대국으로서 우뚝 설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인은 무엇이고, 진정한 대국이란 어떤 의미의 나라, 어떤 모습의 나라이고, 진정한 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이런 나라로 부터 어떤 역사적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등의 세상의 중심에서 용틀임하고 있는 중국인 자신들의 모습과 미래에 대한 고민과 비젼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다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저들의 그러한 고민과 갈망을 보며 우리가 되새겨야 할 교훈은 아마도 저들의 대국굴기의 외침속에 담겨있는 우리를 향한 속내를 들여다보고, 저들의 세계를 바라보는 원대한 안목에서 기꺼이 배울것은 배우고 또한 지난 역사를 교훈삼아 세계무대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그보다 더 앞서 나갈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이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실제로 하는 것이 이리 말이나 글로 하는 것보다는 훨씬 어렵고 난해하겠지만 말입니다.
책의 중간에 보면 정화함대가 당시 콜롬부스나 그외의 다른 항해가들보다 더 크고 성능면에서 뒤지지 않는 선단을 거느리고도 유럽의 여러 제국이 이루었던 업적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나름의 분석과 반성이 나옵니다.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전에 세계를 호령할 수 있었던 기회에 대한 아쉬운 속내가 느껴지기도 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이 잔혹한 제국주의의 칼날로 이웃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하고 착취하다가 결국은 한계를 맞이하고 패망한 부분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나옵니다. 그 뒤에 따라오는 이 책에서 주장하는 진정한 대국이 되는 것은 주변의 다른 국가들에게도 득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게 되는데, 이상적인 면이 담기기는 했지만 그러한 모습은 중국인들보다는 세계의 기타 약소(?) 국가들이 진정 바라고 동의하는 진정한 대국으로서의 이상적인 모습이겠지요. 하지만 현재의 유일 강대국인 미국이나 책에서는 그리 말하고 있지만, 결국 자신의 이익앞에서는 옛 강대국들고 별로 다를바 없는 힘에 의지하는 중국인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결국 이전의 대국들이 추구했던 힘을 앞세운 독선을 얼마나 자제할 수 있을지 의심시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힘에 의지하는 모습이 더 현실적이라고 인정해야 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이러한 책이나 프로그램을 대하며, 강대국의 옆에 붙은 경제적인 의미에서는 작지 않은 나라라지만 그래도 좁은 영토와 한정된 국력을 가진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방책을 세우는 지혜를 갖추는 것이라는 생각을 거듭하게 됩니다. 국민 각자가 그런 문제에 대한 안목을 지니고, 또한 이후의 우리의 지도자는 그런 문제 의식과 고민을 하며 나라의 앞길을 개척하는 혜안을 지닌 이와 집단으로 채워질 수 있기를 하는 바람도 간절해집니다. 책 내용보다 너무 앞서 나가는지 모르겠지만, 대국굴기를 외치는 중국인들의 목소리를 속에 담긴,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와 위험을 분별하여 소화하는 지혜를 통해, 우리도 그런 환경속에서도 어깨를 움츠리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준비된 나라, 희망의 열매 후손들의 품에 안겨 줄 수 있는 그런 국민들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