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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아저씨의 행복한 사진첩 ㅣ 좋은책어린이문고 4
캐시 스틴슨 글, 캐시아 차코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열두장의 사진, 이 책에 담긴 이 열두 장면속에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지만,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이고, 용기있게 산다는 것이 무엇이고, 진실하다는 것이 무엇이고, 또한 평범한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큰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순간을 선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엘리엇 씨는 수위로 일하는 게 좋았어요'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이 책은 제시 루카스 공립학교에서 일하는 엘리엇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쓴 감사의 말을 보면 다른 학교의 수위장인 엘리아 앨런의 실화를 바탕으로 저자가 이리 이야기를 꾸민 듯 합니다- 국기를 게양하고, 학교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아이들의 어려움을 도와주며 사는 것이 마냥 좋은 듯이 생활하고 있는 엘리엇 씨는 또한 젬마와 제이슨이라는 어여뿐 손녀와 손자를 둔 할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손녀에게 하모니카를 연주해 주고, 손자와 축구를 함께 하는 인자한 할아버지..... 하지만 그에게 한가지 문제는 아직까지 글을 제대로 읽거나 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손녀가 책을 읽어 달라거나 학교에서 학생들이 글을 읽어 달라고 부탁하면 안경 핑계를 대고, 남의 집에 학생들이 공이 들어가자 개를 조심하라는 팻말을 읽지 못하고 용감하게 공을 주으러 넘어갔다가 개에게 바지가 찢기기도 합니다. 손녀 젬마의 거듭되는 책을 읽어달라는 재롱과 데릭이라는 학생이 읽기를 제대로 못해서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모습을 본 아저씨는 손녀에게 다정하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할아버지가 되기위해 글을 배우기로 다짐합니다. 아마도 이제야 글을 배운다는 자괴감과 부끄러움이 더 많았겠지만, 그리고 중간에 제대로 배우지 못한 수치스러움에 다시 마음문을 걸어 잠그고 포기하려고도 하지만, 손자가 손녀에게 책읽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글을 모르는 것보다는 너무 쉽게 포기하려는 모습이 훨씬 부끄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 후, 엘리엇 씨는 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할 만큼 더 떳떳해지고, 이제사 책읽기를 배우게 된 즐거움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는 그가 그리도 바라던 손녀에게 책을 읽어주고, 또한 자신의 하모니카의 멋진 멜로디를 들려줄 수 있게 되고, 수위장에 지원하는 원서와 편지도 혼자서 작성할 줄 알게 되고, 방학식날에는 자신이 직접 쓴 글을 자랑스럽게 읽을 수 있는 기회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의 글은 이리 시작됩니다.
'엘리엇 씨는 수위로 일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노릇을 하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엘리엇 씨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을 어른의 눈으로 들여다 본다는 것에 항상 어려움을 느끼곤 합니다. 아무래도 어른의 감정과 눈높이로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재단하려는 경향때문이겠지요. 물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복잡하게 얽힌 어른들을 위한 책보다 구조가 더 단순하지만, 훨씬 더 강하게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들의 책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그림 몇장에 짧은 글들로 이루어진 그림책에서 비롯하여 아이들을 위한 창작소설에 이르기까지, 어른들의 꾸밈과 가식을 모조리 벗겨낸 순전한 이야기들이 더욱 더 가슴에 와 닿는 경험이 많은 것은, 아마도 내 아이들의 책을 함께 읽으며 생활할 수 있었던 덕분이었던 듯 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그러한 진실을 한 방울 챙기게 됩니다. 짧은 엘리엇 씨의 이야기와 사진첩 속에, 그리도 원하던 우리 사는 삶이란 것이 어찌해야 되는지, 삶에 진실하다는 것과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나의 가족과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잔잔한 울림이 있었으니까요. 우리 아이들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첩속의 엘리엇 씨에게, 그리고 그의 삶을 향하여 루카스 공립학교의 학생들처럼 열렬한 박수를 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마도 그 박수소리 속에는 그에 대한 격려와 이해,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격려와 이해가 함께 섞여 있으리라고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