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을 찾아서 - 제노그래픽 프로젝트
스펜서 웰스 지음, 채은진 옮김 / 말글빛냄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mt DNA (혈통 - 이브)

하플로그룹 M

이브 -> L1/L0 -> L2 -> L3 -> M -> M7b2

Y Chromosome (혈통 - 아담)

하플로 그룹 O2

아담 -> M168 -> M89 -> M9 -> P31

 일반인들에게는 암호처럼 느껴지는 위의 표시가 책에 소개된 한국인의 혈통에 대한 유전학적인 계통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물론 한국사람들이 반드시 모두 이러한 계통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이와는 전혀 다른 혈통을 지니고 있을 수 있고, 충분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더욱 다양한 모습의 계통도가 완성되겠지만, 이 책에 '한국'이라고 언급한 계통도만을 찾아서 적어본 것입니다.

 인류의 '조상'을 찾아서. 책 제목을 보면서 처음에는 인류의 기원에 대한 언급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즉 인간은 어디에서 분화되었는가, 과연 인간이 원숭이와 다르지 않은 존재인가 하는 등의 문제들에 대한 좀더 명확한 대답을 기대했다고 해야겠지요. 하지만 이 책의 초점은 그런 기원의 문제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기원보다는 최초의 인류의 조상이 어디에서 살기 시작하였고, 어떤 경로를 거쳐서 세계에 퍼지게 되었을까? 하는 각 개인 또는 민족의 원류를 찾는 부분에 초점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들이 사용한 방법은 현대과학과 유전학의 발전에 따른 유전자에 대한 연구 - 미토콘드리아 DNA (mt DNA)와 Y 염색체의 돌연변이 - 를 토대로 한 것입니다. 즉 사람들이 세포안에 인류의 최초의 조상으로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염색체의 변이를 연구하여 각각의 분포를 파악하고, 고고학이나 지질학이나 지형, 기후 등의 영향을 고려하여 인류의 이동을 추론해 내는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위치에 이르게 된 경로를 탐구해 보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연구가 가능하게 하는 한 것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두가지 유전학적인 특성에서 비롯됩니다. 즉 남자만이 지니고 있는 Y 염색체를 통해서 - 다행히 이 염색체는 다른 염색체들에 비해서 돌연변이가 심하지 않습니다- 남성의 혈족 '아담'의 이동을 관찰할 수 있었고, mt DNA는 오로지 어머니를 통해서만 자식들에게 유전된다는 점을 통해서 mt DNA의 변이를 통해서 '이브'의 이동경로를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현대는 다양한 이동수단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거주한 지역에서 전세계로 이동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얻은 자료는 세심하게 다른 학문들과 연계하여 해석하여야 하는 부분이 있고, 또한 의미있는 자료가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샘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단 몇사람의 자료를 가지고 대표성을 이야기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자들이 밝힌 내용중에서 몇가지 재미있는 사실들이 있습니다. 우선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야기 된 부분이지만, 인류의 첫조상인 아담이나 이브는 모두 아프리카에 살았다는 것과 그들은 흑인이었을 거라는 겁니다. 현재의 인종의 구분은 아마도 5만년전 이후로 인류가 전세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적응과 선택의 결과였을 거라고 이야기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계적으로 뿌리깊은 인종갈등이나 민족우월주의라는 것이, 기나긴 지구의 역사나, 그보다는 짧지만 인류의 기원을 따지면 몇백만년을 따지곤 하는데, 그러한 긴 시간과 무관하게 근래 5만년이후의 환경에 의한 변화를 가지고 서로의 잘남을 따지는 부질없는 짓이라는 -즉 인종이나 민족우월주의라는 것이 아무 근거가 없는 동일한 조상에서 파생된 다른 환경에 적응한 집단일 뿐이라는- 사실일 듯 합니다. 그리고 유럽의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에렉투스는 현생 인류의 혈통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멸종한 일족이라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의 최신 지식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학창시절 배우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시작되는 인류의 계통도에 대한 기억으로 쓰는 것이니까요-. 또 한가지 여자의 첫조상으로서의 이브는 17-20만년전에 아프리카에 나타났지만, 남자의 첫조상으로서의 아담은 5-6만년전에 아프리카에 살았던 남자일거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그전에도 이브의 파트너로서의 남성이 있었겠지만, 분화를 시작한 남성의 조상이 5-6만년근처로 나타나는 것은 모든 남성이 후손을 남길 수 없었던 특성 -강한 일부의 남성만이 여성을 통해서 후손을 남겼던 당시 사회의 특성 -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며, 그 후로 일부가 중동으로 옮겨갔고 거기서 농업과 연관된 정착민으로 살던 이들이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메리카로 이동하였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또한 인류의 도구를 사용하고 언어를 사용하고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역사는 아마도 그 이후에 이루어진, 어찌보면 5만년전 후에 이루어진 근래의 역사일거라는 사실도 말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연구 방법이 시간이 지나면서 오류가 발견되고, 해석상의 잘못들이나 고고학 등의 실질적인 유물에 의한 반론들이 제기될 수도 있겠지만, 현대 과학의 진보에 따른 가장 타당한 모습의 인류의 시작과 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지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신화와 전설속에 매몰되어 있는 선사시시대의 이야기를,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저자들은 아직도 더 많은 샘플이 필요하고, 지역에 따른 관심사항의 다양함도 해결해야할 것들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더 많은 이야기거리가 생기겠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프로젝트의 가장 큰 기여는, 외모의 차이로 서로를 차별하고, 나라와 종교의 차이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기를 주저하지 않는 세상사람들에게 그러한 차이의 너머에는 그리 멀지 않은 때에 서로에게 공통된 조상이 있었다는, 서로가 동일한 증증증...증조부나 증증증...증조모를 지닌 가족이었으리라는 또렷한 일깨움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