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문학박물관 - 구지가에서 김소월까지 한 권으로 보는
장세현 지음, 경혜원 그림 / 국민출판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가 서로 정답구나.

                     외로운 이 내 몸은

                     누구와 함께 돌아갈꼬!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사실을 깜빡하고, 여기저기 나오는, 옛날에 배웠다는 기억을 자극하고, 그떄의 학창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글들에 넋을 빼고 읽었습니다. 위의 황조가는 아마도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던 듯 합니다.-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기억으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정시네, 지은이가 유리왕이고, 거기에 연관된 여인들이 치희와 화희라는 둥, 느껴지는 감정과 그 뒤에 얽힌 사연이 어떻다는 둥 하는 시험에 나오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수업시간에 읊었던 듯 한데, 지금 들여다 보며 반가움을 느끼는 것은 그러한 것들보다는, 아마도 당시에 이 시를 읽으며 느꼈던 감정적인 세밀함을 다시 느끼게 되는 것으로 인한 것일 듯 합니다. 절제되었으면서도 세련된 감정표현이 당시에 뇌리에 상당히 강렬하게 각인되었나 봅니다.

 부제 '구지가에서 김소월까지 ...'에서 보듯이 이 책은 우리 문학사의 의미있는 작품이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맟추어 꾸며 놓았습니다. 학교를 다니노라면 책속의 내용 모두가 한번쯤은 언급되고, 또한 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만큼 우리 문학을 대표하고, 우리 문학사의 발전과 변화에 한 획을 그은 의미있는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겠지요. 그리고 <가시리>나 <청산별곡> 같은 경우는 고려시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에 의해서 가요로 만들어지기도 했으니, 우리의 마음속에 새겨진 역사와 문화적인 정취가 여전함을 나타내주는 예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책의 구성은 수로왕 신화의 <구지가>에서 진달래꽃의 민족시인 <김소월의 시>까지 총 25편의 작품과 인물에 연관된 이야기와 작품속 이야기, 그리고 작품과 연관된 더 깊은 이야기를 담은 '한걸음 더' 라는 형식의 스물 다섯 꼭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거론된 작품들은 이외에도 <공무도하가>, <여수장우중문시>, <서동요>, <제망매가>, <정읍사>와 <치술령곡>, <토황소격문>, <화왕계>, <가시리>, <청산별곡>, <용비어천가>, <금오신화>, 황진이의 시, <관동별곡>, <홍길동전>, <어부사시가>와 <오우가>, 사설시조, 판소리와 판소리계 소설, <허생전>과 <호질>, 정약용의 시 등이 있습니다.

 요즈음은 논술 등에 대한 관심으로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많이 강조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이면이 있더라도 순수하게 독서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겠구요. 하지만 가끔씩 너무 학습이라는 측면이 강조되어서 아이들의 필독서에 또는 문학전집속에 들어있는 어른들에게도 어려울 작품들을 보며 씁쓸함을 느낄때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들이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그러한 작품들을, 지식이라는 형태로 아이들 머릿속에 억지로 구겨 넣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의 마음 때문입니다. 문학작품이라는 것이 삶에 힘이 되고 도움이 되고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결코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터인데 말입니다. 이 책을 보면서도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염려 비슷한 것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어린이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정서가 묻어나고 조상들의 삶과 나라에 대한 고민과 충정이 담긴, 또한 세상을 향한 호탕한 기상이 담긴 작품을 아이들에게 소개한다는 의미에서의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이런 좋은 내용을 너무 일찍 아이들에게 지식으로 집어 넣으려는 조바심에서 비롯된 기획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뒤따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염려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 책을 집어들고서, 여러 작품속을 여행한 뒤에 그 작품들의 문학사적인 가치나 의미 등을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 조상들이 이러한 마음과 정서, 기상을 가지고 살았구나'하는 느낌을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울어라 울어라 새여, 자고 일어나 울어라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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