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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101가지 이야기 - 누구나 알아야 할
프레데만 슈렌크 외 지음, 배진아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7년 8월
평점 :
아마도 지구의 역사 가운데서 아이들이 가장 열광하는 부분이 중생대의 공룡시대일 듯 합니다. 사나운 티라노사우르스에서 시작하여 거대한 디플로도쿠스나 브라키오사우르스, 특이한 모양의 트리케라톱스나 안킬로사우르스 등이 등장하는 공룡시대는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또한 탐구심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닌 것이 사실이고, 어렸을때 한동안 그러한 공룡들에 심취(?)하지 않는 남자아이들이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우리집의 둘째도, 지금도 공룡인형을 가지고 놀고 가끔씩 공룡에 대한 책들을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조금 더 어렸을때는 공룡책이라면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사달라고 조르기 일쑤였고, 어디가서 공룡인형을 볼라치면 기어이 그걸 손에 들고 오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덕에 공룡이름이며 그 당시의 지구에 대해서는 어른인 나보다도 몇수 위에 있기도 합니다. 공룡들이 멸망당한 이후에 나타난 스밀로돈이나 매머드 등에 대한 것들로 관심분야가 넓혀지기도 했지만, 어른의 눈으로 보는 그러한 관심은 실제라기 보다는 상상의 세계에 가까운 꿈속 이야기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한 실제 반, 상상 반의 세계로 생각하고 있던 선사시대에 대한 이 책을 처음 대할 때, 진지하다기 보다는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더 강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에게 선사시대에 대해서 좀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부터,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거리는 없을까, 얼마전 텔리비젼에서 본 고대 잠자리는 엄청 크던데 그게 사실이었을까.. 등등.... 이 책은 제목이 말해 주듯이 선사시대에 대한 101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대적으로는 현재에서 거슬러 올라가서 신생대의 충적세를 커쳐 중생대, 고생대, 하데스대를 거쳐, 지구의 탄생전인 태고 이전까지로, 시간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물론 거기에는 사라졌다 멸망한 많은 동식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지구의 변화, 대륙과 대양의 변화, 기후의 변화, 지구의 탄생과 암석과 물의 생성, 생명의 기원과 진화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형식은 단순한 질문 101가지에 대한 답변의 모양을 갖추고 있지만, 거기에는 단편적인 시간의 흐름과 지구 생물의 변화에 대한 기술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이 담겨 있습니다. 즉 과거의 이야기로서의 선사시대가 아니라 거기서 우리가 미래를 생각하며 배울 것이 무엇인지, 현대 사회의 발전을 그러한 과거 역사에 비추어 진화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는 없는지, 지구의 반복되는 빙하기와 동식물의 멸종을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의, 글로 기록된 역사시대를 돌아보며 우리가 배우고자 하는 것들과는 또 다른 의미의 물음과 깨달음을 함께 전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러한 호기심을 넘어선 깊이는, 저자가 정리한 방대한 자료에 더한 자신이 쌓아온 학문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서 온 것이겠구요.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란 무엇인가, 진화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인간의 미래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또는 아직도 우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과 우리가 땅속에 묻힌 것들과의 대화속에서 알아 듣지 못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인간의 지식너머에 있는 지구의 비밀이 인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등의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갖게 합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이 단순한 지구의 과거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하더라도, 아마도 대부분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진지하게, 땅속에 묻힌 비밀들로만 인간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지구의 과거 선사시대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고 하면, 호기심을 채울만한 지식 이상의 지혜를 얻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책으로 써내려온 인간의 역사에서 보다도 더 많은 배울거리들이 아직도 우리의 발밑 땅속에 숨겨져 있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갖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