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 랜스 암스트롱, 삶으로의 귀환
랜스 암스트롱.샐리 젠킨스 지음, 김지양 옮김 / 체온365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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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랜스 암스트롱, 다행히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은 모르지만, 그의 자서전인 이 책을 대하기 전에 그의 운동선수로서의 천재성을 다룬 책을 먼저 읽을 기회가 있어서, 상당한(?) 사전지식을 가진 상태에서 이 감동적인 책을 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뚜르 드 코리아(?)' 대회를 위해 그가 우리나라에 왔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 띠지에는 이 이야기가 영화화 될거라는 문구도 눈에 띄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집어든 내게는 그러한 이야기들 보다는 내가 조금 알고 있는 그의 삶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더 기대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암과의 싸움과 완치, 그리고 나서 이룬 뚜르 드 프랑스 7연패라는 과정에 대한 암스트롱 자신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

 <17세 된 어머니에게서 태어났고,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랐던 아이,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모든 장애물을 기회로 만들어라'는 좌우명을 심어주고, 그녀 스스로도 그러한 삶을 살아갑니다. 7살때 처음 자전거를 탔고, 수영을 통해 처음 운동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그후 철인3종경기를 통해 운동에서의 가능성을 보였던 아이, 15세에 텍사스 철인3종 경기 신인상 수상, 16세에 아동부 철인 3종 경기 우승, 21세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세계 사이클 챔피언십 우승, 25세에 암 진단 받음, 집중화학요법으로 암 극복, 1999~2005년 뚜르 드 프랑스 대회 연속 우승 7회의 신기록 수립, 1997년 암 치료를 위한 '랜스 암스트롱 재단' 설립> 이상이 이책을 읽기 전, 내가 알고 있었던 그에 대한 단편적이긴 하지만 그의 인생을 요약한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불우한 환경과 암의 극복, 그리고 뚜르 드 프랑스 7연패에 대한 부분이지요.

 암스트롱은 책의 처음 부분에서 자신이 사이클 선수이고 뚜르 드 프랑스 우승자이고, 그러한 결과가 자신을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겠지만, 이 책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의미있는 일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죽음의 문턱까지 데려가 인생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준 암과 그것에 맞서 투병하고, 또한 완치된 후에 겪은 여러 정신적인 후유증을 통해서 얻게 된 많은 경험들에 의한 것들임을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 자신은 그러한 것, 즉 인생에 대한 것을 더 많이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암이 제게 무엇보다도 확신을 준 한 가지 사실은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겐 위기 상황에서만 발휘되는 미처 알지 못하는 능력들이 모두 있습니다."

이리 말하는 그는 마지막까지 자전거 경주의 우승과 암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암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경주는 자신이 승리자이고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지만, 암은 그 고통속에서 그것보다 더 크고 의미있는 것들을 느끼고 알게 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아마도 그가 단순히 암을 극복한 사람으로 끝났다면 세상에 많은 암 완치자들 중의 하나로만 남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가 먼저 뚜르 드 프랑스를 7연패 한 다음에 암에 걸려 극복하였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거구요. 그가 암에 걸리지 않고 다만 뚜르 드 프랑스를 7연패 했다고 한다면, 그는 훌륭한 사이클 선수로 역사에 길이 남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많은 감동적인 부분은 불행한 어린시절의 정신적인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챔피언의 교만하고 분노에 찌든 언어들로 대체되고 없어져 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니 그에게 암이 없었다면 그는 영원히 뚜르 드 프랑스 경기의 우승자 자리에 그 이름을 새기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암에 걸렸고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고통을 이기고 암을 극복하였고, 암 극복 후에 오는 정서적인 갈등까지도 완벽하게 극복하고 다시 사이클을 시작해서 뚜르 드 프랑스를 7연패합니다 -책에서는 2연패한 부분까지 나옵니다.- 그가 다시 자전거에 올라서 경주에 집중했다는 사실은 그가 다시 단순하게 사이클 선수가 되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전혀 다른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항암요법과 수술, 그리고 정신적인 후유증으로 심신이 쇠약해진 상태에서 다시 일어나 사이클을 시작했다는 말이고, 그것은 곧 새롭게 태어난 인간 암스트롱이 예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의 삶이 주는 감동과 희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가 세상에 준 메시지는 비단 선수로서의 메시지뿐만이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극복하고 그 과정을 포기를 위한 변명으로 삼기보다 내면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했다.'는 말에 그러한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암을 극복하게 된 그의 모습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오로지 의지만으로 되는 일을 아니겠기에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운으로 돌린다고 하더라도 그는 삶을 통하여 운이 자신의 것이 되게 하는 모습을, 즉 삶에 있어서의 불굴의 의지와 그것속에 깃들인 소망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었고, 그러한 의지와 소망을 그를 바라보고 있는, 아픔을 가진 많은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해 주었다는 사실이 바로 그의 삶이 주는 감동일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눈앞에 그런 삶을 살고 보여준 랜스 암스트롱만이 아니라, 그의 이야기를 듣고 소망을 가지고 자신의 아픔과 장애를 이기고자 마음을 다잡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부디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의 경주에서 모두 승리자가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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