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와 보랏빛 구두 조약돌 문고 5
홍종의 지음, 이현주 그림 / 섬아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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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아빠와 여자아이, 그리고 가족을 떠나 자신의 꿈을 향해 타국으로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한데 제목이 '소나무와 보랏빛 구두'네요. 이들은 가족이 아닌데, 작가는 이 둘을 제목으로 골랐습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보랏빛 구두를 끝까지 지켜주던 이가 소나무입니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자신의 밑둥 근처에 떨어진 보랏빛 구두가 주인의 품에 안길때까지, 자신의 좋은 열매를 청설모에게 먹이기로 약속하고 보살펴 주는 이가 바로 소나무입니다. 그리고 보랏빛 구두는 소녀가 교통사고후에 마비된 자신의 발을 보며 애타게 찾던, 그리고 그 어머니가 그런 딸의 소망을 더듬어 찾아나선 것입니다. 소녀가 자신을 떠난 엄마를 원망하며 창밖으로 내던지려고 하다가 결국 사고를 당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한 신발입니다. 그 전에는 외국으로 떠나기 전에 소녀의 엄마가 아이에게 사준 신발이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어머니의 손길과 마음이 담긴 물건이었지요. 그래서 아이는 엄마가 미워 그걸 버릴려고 해서 벌을 받은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사고를 수습했던 아빠의 친구가 한짝을 가져왔을 때, 아이는 그걸 신고서 한쪽 발을 조금이나마 움직였습니다. 바로 이 가족에게 그 분홍빛 구두 나머지 한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서로에게 생채기 난 마음뿐만 아니라, 몸에 남겨진 사고의 후유증까지도 치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속의 가족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상아라는 아이지만, 한 가족이 그 의미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데는 그외의 것들이 필요하다는 속삭임을 듣습니다. 물론 외적으로 집도 필요하고 음식도 필요하고.... 등등의 것들을 덧붙일수 있겠지만, 그 보다 더 근본적인 면에서 가족이라는 유대관계가 끈끈하게 유지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있다는 외침을 듣습니다. 바로 보랏빛 구두와 소나무지요. 보랏빛 구두는 아이가 엄마를 느끼고 생각하게 해주고,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소망으로 생각했던 이유를 들여다 보면, 그것은 바로 부모의 사랑이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됩니다. 가정의 한 축을 이루는, 아니 한 축이라고 하기 보다는 기둥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부모의 사랑 말입니다. 이것이 가장 큰 중심축이겠지요. 그리고 소나무는 가족의 바깥에 있지만, 수고를 아끼지 않고 한 가정의 소망을 거들어 주고 지켜주는 존재입니다. 아마도, 이웃이나, 지역공동체, 또는 국가, 다르게 생각한다면 종교적인 것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역경속에 내던져진 가족의 가치와 존재의미를 지탱해주는 것들이라면 모두가 소나무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 보면 이 이야기는 나 자신의 가치에서 부터 시작하여 가족의 사랑과 이웃의 가치,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내가 성심을 다하여 하는 작은 행위-소나무처럼-의 가치와 의미까지도 들려주는 동화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아이가 이 이야기를 읽더라도 이리 깊이 생각하지는 않을 듯 하지만,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짚어본 작가의 의도였습니다. 맞는 부분도 엇갈린 부분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작가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부모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홍빛 구두와 소나무가 있는 세상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멋진 가족, 씩씩한 어린이를 그리면서 말입니다. 나도 지난 봄에 우리 아이에게 분홍빛 구두-또는 그것을 대신할 만한 것들- 를 선물했나 하고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그리고 매일, 내 삶속에서 다른 곳으로 떠나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에게 기쁨이 되는 분홍빛 구두를 선물하는 부모로 살고 싶다는 소원을 가지게 됩니다. 멋지지 않는가요! 아이의 마음속에 새겨진 분홍빛 구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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