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공화국에서 살아남기 - 김주덕 변호사의 사기 예방 프로젝트
김주덕 지음 / 가야북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월 *일에 **법원에 출석했어야 했는데 출석하지 않아 *월 *일 2차 출석을 통보하오니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면 9번을 누르십시오’

 어느 나른한 날 오후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던 안내문입니다. '난 죄지은게 없는데.... 이런.... 분명 법적인 문제라면 우편으로 통보하는 것이 기본일 텐데.... 요즘 전화사기가 문제라던데....' 이런 생각이 들어 전화를 끊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에 대한 글이 굴비를 엮듯이 주르르 매달려 있었습니다. '방송이며 신문에서 이런 저런 형태의 전화사기에 대해서 난리법석인데, 사기범들이 잡혀서 해결되기보다는 더 다양한 수법으로 진화하며 이리 사람들에게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니.....'

 평소 같으면 쉽게 손이 가지 않았을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입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진 것들에 대한 거부감 - 물론 내가 착한(?) 사람이라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것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재테크나 자기 계발서를 제외하고는 실용서들을 가까이 하지 않았던 독서습관을 생각한다면 분명 이 책은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내가 그런 것들을 겪는다는 것이 내 눈앞의 현실이 될수도 있다는 자각을 주었던 두번의 '사기 시도(?) 전화'를 받고 나서 시기적으로 자연스럽게 내 눈앞에 나타난 이 책을 독서목록에 포함시켰습니다.

 '대한민국은 사기공화국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사기칠 자유가 있다!?', 저자가 도발적으로 독자들에게 내뱉는 말입니다. 내가 사는 사회를 이리 몰아붙이는 것이 못내 불편하기도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에 귀기울고 보면 그렇기도 하다는 수긍을 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서의 실패나 황우석 사태등의 이면에도 결국은 사회구조라는 조직화된 체계 안에서 그 구성원 모두가 기망을 받았다는 면에서 일종의 사기성이 깃들여 있다는 저자의 관점을 수용한다면 결국 저자가 말하는 사기공화국이라는 규정은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저자는 그런 사회구조적 면에서의 사기를 논하지는 않습니다. 그가 검사와 변호사로 생활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사기 사건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 개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여러가지 유형의 사기를 예로 들면서 '사람들이 왜 사기를 당하는가?', '구체적인 사기 수법은 어떠한가?', '사기꾼에게 잘 당하는 사람의 유형은 무엇인가?', '사기꾼의 일반적인 특징은 무엇인가?',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현실 생활속에서 우리가 당할 수 있는 사기의 유형과 방법, 각각에 대한 대처 방법들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사기와 법정에서 밝혀지는 사기죄 사이에는 작지않은 간극이 존재하고, 피해자가 상대편의 사기를 증명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부분에서는 역시 예방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정리한 마지막장의 '사기 예방 십계명'은 곰곰히 새겨보아야 할 내용이기도 합니다. 사기를 당하지 않는 지혜라는 것도 사기에 대해서 알고 자신에 대해서 아는 지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자각을 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사기꾼이 잘 노리는 사람은? 1. 어리석은 사람, 2. 세상 경험이 적은 사람, 3. 마음이 약한 사람, 4. 욕심이 많은 사람, 저자가 말하는 사기를 당하기 쉬운 유형의 사람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네가지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책을 읽고나서 얻게 되는 느낌은, 내가 사기공화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식을 얻었다는 뿌듯함 보다는, 이러한 우리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내가 당하지 않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이지만, 내 아이들이 더 좋은 사회에서 살 권리를 지켜주는 것도 여전히 중요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갈수록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리사욕을 우선시하는 그런 비양심적인 행동들이 큰 부끄러움이 되지 않는 듯한, 우리 사회의 세태가 더 큰 마음의 짐이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사기라는 악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 스스로가 자신의 욕심을 위한 것들을 반성하고, 정직하게 일하고 근면하고 건전하게 살아가는 노력들이 인정받고 칭찬받는 그런 사회가 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런 사회로의 진보를 위한 정직한 이들의 노력들이 열매맺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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