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진실 - 의사들은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쳤는가?
데이비드 우튼 지음, 윤미경 옮김 / 마티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의학의 진실>이란 제목에서 의학속에 뭔가 숨겨진 비밀들이 있는 듯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의사들은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쳤는가?'라는 조금은 도발적인 부제에서는 의학이나 의사들에 대한 일종의 도전적인 자세마저도 느껴집니다. 뭔가 부도덕하고 부조리한 것이 의학과 의사들 안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Bad Medicine. 저자는 좋은 의학과 나쁜 의학이라는 구분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뼈대를 구축하는 듯 합니다. 사람들을 치료하는데 아무런 이득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해를 입히기 일쑤였던 시대의 의학을 아마도 나쁜 의학이라고 하고,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고 질병의 치료에 진정한 도움을 주기 시작한 의학을 좋은 의학이라고 구분하고 있습니다. 나쁜 의학이라는 의미가 현대의학속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나 병원에서의 질병감염 등의 문제들을 포함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세균의 발견과 예방접종 등의 발견으로 진정한 근대의학이 시작되기 이전 히포크라테스로부터 시작된, 환자들에게 오히려 해가 되기 일쑤였던 사혈, 사하 등의 치료법에 대한 공격적인 의미에서의 나쁜 의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865년을 리스터의 방부외과수술을 기점으로 진정한 좋은 의학이 탄생했다고 믿는 저자는, 하지만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말하는 나쁜 의학이 지지를 받고 여전히 치료법으로 행해졌다는 점에 대한 신랄한 문제제기에 이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진보라고 생각되는 여러 치료법이나 학문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오랫동안 나쁜의학이 과학적 통계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채 지속된 이유, 의학이 많은 획기적인 발견에도 불구하고 치료법의 진보라는 측면에서 지연된 이유가 무엇인가? 가 아마도 이 책의 가장 주된 논점인 듯 합니다.   

 저자는 의학의 역사가 히포크라테스 이후로 맥을 이어오는 것으로 모든 의학사에 설명되지만, 자신의 좋은 의학, 나쁜 의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1865년을 기점으로 발전한 근대의학과 히포크라테스 의학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도 연속성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도 그런 나쁜의학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1920년대까지 지속된 이유는 성공에 대한 환영, 위약 효과, 질병이 아닌 환자를 생각하는 경향, 순응의 압력, 통계에 대한 저항 등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면 1865년을 기점으로 발전한 근대의학의 발전과 치료법들이 아주 더디게 발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정서의 역할과 상상력의 한계, 그리고 제도의 보수성에서 그 설명을 찾고 있는데, 사람들이 어떤 기술을 익히는데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이면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생기는데 기존의학의 토대로 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그러한 경향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또한 새로운 생각을 추구하는 데 따르는 위험을 그 이유로 드는데, 예를 들면 세균설이 자리잡기 시작하던 때에는 전염병의 퇴치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천연두의 예방접종이라는 것 밖에 없었기 때문에, 항생제라는 개념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질병의 전체적인 분야에 이것을 적용할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것에 저항하는 문화적 심리적 요소들이 저자가 말하는 나쁜 의학이 19세기초까지 존재하였던, 그리고 지금은 너무도 명확하게 보이는 의학의 진보들이 지체되었던 이유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로서의 의학사에서 그러한 예들이 발견되는 것처럼, 전염병이후 시대라고 할 수 있는 현재에는 암이나 기타 전혀 새로운 종류의 전염병들에 대한 현대의학의 대처가 과거에 근대의학의 발전과정에서 보였던 오류를 다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료종사자들의 진지한 자기 성찰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책의 제목을 보고는 현대의학의 부조리를 고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실제 내용은 현대의학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역사로서의 의학의 부조리나 왜곡, 실패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모든 인간사에 부정적인 측면들이 있듯이 의학사에도 그러한 것들이 끼어들어 있다고 해야겠지요. 그리고 현재 최신기술이니 획기적인 약물이니 치료법이니 하는 것들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의학의 발전이라는 것은 어떤 획기적인 발견보다는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그것의 개선이라는 과정속에서 이루어진 면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의학이 끊임없이 자기탈피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 그것은 건강한 것이고 좋은 의학이라고 할수 있을 듯 하고, 의료인들의 입장에서는 저자가 제기한 의료외적인 면 때문에 지연의 역사를 썼던 근대의학의 발전과정이 보여주는 교훈과 근거없이 맹신되었던 히포크라테스 의학에 대한 반성을 통해, 진지하게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스스로에게 되물어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