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놈의 나라 압수르디스탄
게리 슈테인가르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압수르디스탄 Absurdistan> 문자적인 뜻을 찾는다면 '터무니없는 땅'이나 '불합리한 땅' 정도라고 할 수 있을 듯 한데, 소설의 내용을 뜯어본다면 앞에 붙은 '망할놈의 나라'라고 이해해도 될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이 이야기는 사랑의 관한 것이고 남에게 당한-이용당한-것에 대한 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사랑이라면 러시아의 1238번째 부자였던 자신의 아버지와 뉴욕에서 사귀었던 자신의 여자 친구 루에나에 대한 것을, 이용당한 것이라면 아버지가 미국인 사업가를 살해한 댓가로 미국 입국 비자가 거부되어, 러시아를  벗어나고자 벨기에 위조여권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이 묶이게 된 압수르디스탄이라는 나라에서 다문화부 장관이라는 그럴듯한 관직에 앉혀져서 이용당한 것을 말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독자인 내가 보기에는 이 소설은 세상살이의 불합리한 모습, 어이없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더 옳은 표현이 될 듯 합니다.

 한때 미국에 유학하여 어쩌다보니 대학 (Accidental College)에서 다문화학 학위를 받은 주인공 미샤 보리소비치 바인베르크는 나이 서른의 , 지독하게 뚱뚱하고 파란 눈을 가진 유대인입니다. 아버지는 러시아의 1238번째 부자이고, 뉴욕을 동경하며 그의 여자 친구와 함께 그곳에서 사는 것을 기대하며 살지만, 아버지의 미국인 사업가 살해사건으로 인해서 미국비자 발급이 거부되어 러시아에 묶여있는 우울한 영혼이구요. 뚱뚱하다는 것에 덧붙여 꼭 언급해야할 신체적인 특징은 잘못된 할례의식으로 인해 정상적이지 못한 생식기를 가졌다는 사실인데, 이건 새로운 여자들을 만나 육체적인 관계를 가질 때 마다 중요한 뭔가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뚱뚱하고 정상적이지 못한 생식기를 가졌지만 그에게 루에나나 나나와 같은 여자들이 있었다는 것은 그가 지닌 돈이라는 것으로만 설명이 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현재 우리 주인공의 관심사는 먹는 것, 그리고 뉴욕의 여자 친구와 함께 있는 것, 그러기 위해서 러시아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인공에게 아버지의 죽음이 닥치고, 어찌하여 벨기에 위조여권을 얻을 기회가 생겨 압수르디스탄이라는 나라에 이르지만, 이곳에서는 석유와 이 나라의 미래를 걸고 권력자들이 거대한 음모가 진행중입니다. 세보족과 스바니족의 인종충돌로 포장된 석유와 나라의 앞날을 건 음모 속에는 두 인종의 권력자들의 권력과 이권에 대한, 그리고 미국 회사의 이권에 대한 어두운 욕망이 숨겨져 있습니다. 미국의 군수업체의 비리의 일면도 살짝 언급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여기서 이 나라의 다문화부 장관이라는 그럴듯한 직책으로 이용당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부자라는 것과 유대인이라는 것이 이용의 이유일 듯 한데, 순진한 우리 주인공은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는 듯하지만 결국 모사드 요원에게서 진실을 듣고서, 위험을 피해 국경으로 달아납니다. 우리 주인공의 최대 관심사는 인권이나 자유나 정의가 아닌 자신의 몸을 유지하기 위한 음식들과 여자 친구 루에나와 함께 있는 것이기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기차를 타고서......  

 책을 다 읽고서 느낀 감정은 엉터리 같은, 터무니 없는, 불합리한, 어이없는 등의 수식어을 붙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무얼 말할려고 저자는 이 글을 이리도 방대하게 쓰며 이야기를 이끌어 왔을까? 그리고 어찌하여 이런 책이 뉴욕타임스의 찬사를 받았다는 것일까? 하지만 이내 책의 내용자체에서 뭔가 작가의 의도를 찾으려고 한 것이 잘못된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작가가 독자인 내게 말하려고 한 것은 내용을 통해서 느끼는 독자로서의 지금의 이런 감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리고 이내 작가가 말하려는 것들은 작가가 글로 표현한 것 자체가 아니라, 그의 글을 읽고 독자들이 느낀 것들, 바로 그것에 대한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내용만 보고 따진다면, 도대체 이런 형식의 터무니 없는 글로 이 많은 페이지를 채우고 소설 나부랑이(?)를 썼다고 자랑스러워 할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지울수가 없었을 터인데,  다행히 그런 비난을 작가에게 퍼붓기 전에 문득 깨닫게 된, 작가가 노린 것이 바로 이런 감정상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 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였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소설의 내용을 다시 한번 음미하면서 이번에는 훨씬 더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산다는 것, 불합리하고 엉터리같은 세상을 산다는 것은 바로 내가 이 소설을 읽고 느끼는 그러한 감정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속삭임을 듣습니다. 우리에게 겉모습이, 그리고 명분이 거창해 보이는 세상의 많은 일들이 뒤집어 놓고 보면 이 소설속의 내용들같이 엉터리 같고 불합리한 과정과 음모속에서 싹을 틔운 것일 뿐이라는 냉소적인 비웃음도 함께 들리는 듯 합니다. 너무 삐딱한 시선일 수도 있지만.....세상사라는 것이 결국은 다 그렇고 그런 것이라는 ..... 작가는 자신만의 신랄한 풍자로 그럴듯하게 꾸민 세상에 대해 멋지게 한 방을 먹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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